인간이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이 꽃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세 가지 정도의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 자연 선택에 의해 인간이 꽃에 끌리도록 설계되었다는 가설이 있다. 인간이 꽃을 직접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꽃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꽃이 피면 보통 열매가 맺는데 인간은 여러 종류의 열매를 먹는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인간은 열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꽃에 주목하도록 설계되었다. 여러 진화 심리학자들이 이 가설을 지지하는 것 같다. 이것을 적응 가설이라고 부르겠다.

 

둘째, 꽃이 인간의 여러 심리적 메커니즘들을 자극하는 색과 모양을 띠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을 수 있다. 인간은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에 끌린다. 하지만 인간이 진화하던 과거에는 그런 것들이 없었으므로 인간이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자체를 좋아하도록 자연 선택에 의해 직접 설계되었을 리는 없다.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이 단맛을 좋아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단맛을 좋아하도록 설계된 이유는 잘 익을 과일이 달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에 대한 인간의 선호는 인간의 단맛 선호 메커니즘의 부산물인 것이다. 꽃에 대한 인간의 선호도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설을 지지하는 진화 심리학자를 본 적은 없다. 이것을 부산물 가설이라고 부르겠다.

 

셋째, 꽃을 좋아하도록 학습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가능하다. 문화 결정론자들은 이런 가설을 제일 좋아할 것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인간은 꽃을 좋아하도록 자연 선택에 의해 직접 설계된 것도 아니며, 인간의 여러 심리적 메커니즘들의 본성상 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해당 문화권에서 “꽃은 예쁘다”라고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것을 학습 가설이라고 부르겠다.

 

만약 문화권에 따라 꽃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달라서 어떤 문화권에서는 꽃을 좋아하고 어떤 문화권에서는 꽃이라면 질색을 한다면 학습 가설이 옳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꽃에 대한 선호는 전 인류가 공유하는 것 같다. 꽃을 뱀 보듯 질색하는 문화권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만약 꽃에 대한 선호가 인류 보편적이라면 문화 결정론자들은 왜 모든 문화권에서 “꽃은 예쁘다”라고 가르치는지 그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그냥 우연이라고 말한다면 좋아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만약 꽃에 대한 선호가 자연 선택의 직접적 산물이거나 인간의 여러 심리적 메커니즘들의 부산물이라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꽃을 좋아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갓난 아기 때부터 꽃을 다른 것보다 더 오래 쳐다보는 식으로 관심을 보인다면 적응 가설이나 부산물 가설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나는 이런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꽃과 과일을 먹는 영장류와 과일을 전혀 먹지 않는 영장류를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만약 꽃과 과일을 먹는 영장류의 경우에만 꽃에 대한 강한 선호를 보인다면 그리고 꽃과 과일을 먹는 영장류 모두가 꽃에 대한 강한 선호를 보인다면 인간도 비슷하게 진화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여자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남자보다 여자가 꽃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자에 비해 여자가 꽃무늬가 있는 옷을 더 많이 입는다. 여자가 꽃을 머리카락에 꽂고 다니는 경우가 남자가 그러는 경우보다 더 많다. 이런 현상이 인류 보편적인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접한 적은 없지만 나는 예외를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여자가 남자에 비해 꽃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서도 위와 비슷하게 적응 가설, 부산물 가설, 학습 가설 등이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적응 가설과 학습 가설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자.

 

적응 가설에 따르면 여자는 남자에 비해 꽃을 더 좋아하도록 자연 선택에 의해 설계되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에 여자는 주로 식물을 채집했고, 남자는 주로 사냥을 했다. 따라서 여자는 상대적으로 식물에 더 끌리도록 설계되었고, 남자는 상대적으로 동물에 더 끌리도록 설계되었다고 기대할 수 있다.

 

어떤 진화 심리학자는 이런 분업에서 힌트를 얻어서 여자는 채집과 관련된 공간 지각력이 더 발달했고, 남자는 사냥과 관련된 공간 지각력이 더 발달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상당히 그럴 듯한 증거를 모았다. 물체의 회전처럼 움직임과 관련된 과업은 남자가 더 잘 하는 반면, 움직이지 않는 여러 물체들의 위치를 기억하는 것과 관련된 과업은 여자가 더 잘 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그 이전에는 “공간 지각력은 남자가 우월하다”는 일반론만 있었을 뿐이지 공간 지각력을 세분하여 테스트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진화 심리학적 추론 덕분에 그런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학습 가설에 따르면 “꽃은 여자에게 어울린다”고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여자가 꽃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이다. 예컨대 꽃무늬 옷을 입은 남자 아이를 놀리는 일 등이 학습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떤 가설이 옳은 것일까? 원래 여자가 꽃을 더 좋아하도록 설계되었다면 꽃무늬 옷을 입는 남자가 놀림 받는 것은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다.

 

우선 여자가 남자에 비해 꽃을 더 좋아하는 현상이 인류 보편적인지 조사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인류 보편적이라면 적응 가설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것이다. 적어도 학습 가설 옹호론자에게는 왜 모든 문화권에서 “꽃은 여자에게 어울린다”고 가르치는지 그 이유를 해명해야 할 부담이 생긴다.

 

매우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꽃 선호에 대한 남녀 차이를 조사해 보는 방법도 있다. 만약 매우 어린 아이 심지어 갓난 아기의 경우에도 여아가 남아보다 꽃을 더 좋아한다면 적응 가설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다. 갓난 아기의 경우에도 여아가 꽃을 더 좋아한다면 학습 가설은 이 현상을 설명하기가 매우 곤란할 것이다. 태교 때문이라는 식의 설명이 별로 인기를 끌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이런 연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어린이에게서 꽃 선호의 남녀 차이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면 학습 가설이 승리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사냥과 채집은 커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 아직 남녀 차이가 생기지 않았다 하더라도 적응 가설과 모순되지 않는다. 고환, 질, 젖가슴 등은 사춘기 이후에 사용한다. 그런데 고환과 질의 경우에는 태어날 때부터 남녀 차이가 뚜렷한 반면 젖가슴의 경우에는 사춘기에 차이가 생긴다. 고환, 질, 여자의 유방 등이 생식과 자식 돌보기를 위한 적응이라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 쓸 적응의 남녀 차이는 태어날 때부터 드러날 수도 있지만 쓸 시기가 되어서야 드러날 수도 있는 것이다.

 

위에서 적응 가설에 따르면 여자는 꽃을 더 좋아하도록 설계된 반면 남자는 동물을 더 좋아하도록 설계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동물에 대한 남자의 선호의 경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2009-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