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어제 정치개혁안이랍시고 내놓은 국회의원 100명 감축, 중앙당 폐지. 정당보조금 삭감이 학계, 정치평론가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고 있군요. 대통령 중심제에다 정부(행정부)의 감시가 더 필요한 우리나라의 정치환경에서 국회의원을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100명이나 줄이자는 것은 우리의 정치문제 핵심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이명박이 대통령 제대로 못한다고 대통령직을 없애자거나 공무원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러고 일을 제대로 안한다고 공무원을 없애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요. 오죽하면 노회찬이 학교 폭력을 줄인다고 학생 수를 줄이는 것에 비유를 했을까요? 진보신당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국회의원 없애자고 한 허경영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안철수 캠프에 허경영이 참여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 일갈했겠습니까?

지금 국회의원의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원이 제대로 일을 못하거나 정쟁에만 몰두하고 정작 민생을 도외시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이 제대로 일을 하도록 만드는 쪽의 정치개혁안이 나와야 하는데 안철수는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은 것이죠. 단지 국민들이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인식, 놀고 먹고 일 안하는 이미지에 편승해서 당장 국민들의 불만을 임시방편적으로 해소해 주어 표를 구걸하는 포퓰리즘, 대중추수주에서 나온 얄팍한 술수에 불과합니다. 당장의 표를 기대하고 근원적 처방이 아닌 사탕발림의 처방을 내놓는 이런 것이 바로 구태이고 혁파해야 대상이지요.

지금도 지구당을 없앤 상태인데 중앙당까지 없애면 어떻게 정당정치를 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무작정 중앙당을 폐지하겠다고 호기롭게 나오는 것은 용기일까요? 무지의 발로일까요? 정당 보조금을 삭감하면 돈 있는 사람들이 정치하기 쉽고 정치개혁에 의욕이 있는 정치지망생들의 진입을 오히려 막아 기득권이나 보수진영에 오히려 유리한 정치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을 안철수는 생각해 보았을까요?

이런 비판에 대해 안철수와 유민영은 오히려 기득권의 반발이라고 일축하고 추진할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습니다.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저는 10월말 정도면 검증 칼날에 나가 떨어질 줄 알았는데 어설픈 정치개혁안을 고집하는 자폭으로 명을 단축할 것 같습니다. 이 정치개혁안 파장은 화이트 칼라 계층의 안철수 지지자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는 결정적 한 방이 될 듯합니다.


오늘 새누리당은 대선에서 완주하지 않고 등록만 한 후에 사퇴하는 후보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정자법 개정안을 검토하는 모양입니다. 원칙적으로 이 개정안이 대선 보조금 지급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 것은 사실이라 개정되어야 한다고 저도 생각하지만, 새누리당은 여기에 그치지 말고 결선 투표제 도입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각 후보나 정당들이 단일화를 염두해 두거나 그것을 통한 승리를 계산하는 정치공학에 몰두하여 정작정책이나 공약의 개발과 연구를 소홀히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소수자들이나 각계, 각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들의 활동공간도 넓어지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길 뿐 아니라, 사표에 대한 우려로 갈등하는 유권자들도 소신껏 자신이 지지하는대로 투표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결선투표제는 새누리당이나 보수진영에 당장은 불리한 선거제도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 과감히 그 기득권을 포기하는 용단을 내리고 그 환경에 적응하는 노력을 하여야 정치발전이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결선투표제를 제시하게 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간의 단일화는 평가절하됨은 물론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새누리당이 기득권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정치개혁에 앞장선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남기게 됩니다. 새누리당의 결선투표제는 한 순간에 대선국면의 주도권을 박근혜와 새누리당 쪽으로 갖고 오고, 안철수의 정치개혁안과 대비되면서 안철수의 존재감을 떨어뜨리는 작용도 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 명분을 희석시켜 3자를 완주하게 만들어 박근혜의 당선에 유리한 국면이 연출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단일화되어 2자 구도가 되어도 박근혜의 당선이 유력하겠지만.

이와 함께 정당명부제를 명실상부하게 확대하는 것입니다. 정당명부제는 우리나라 정치환경에서 핸디캡을 갖고 있는  진보정당의 활로를 개척하고 기반을 닦는데 도움이 될 뿐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구성원들의 요구를 담아낼 정당의 공간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제가 제시하는 결선투표제나 정당명부제는 이미 학계나 정치권에서 검토되었던 것이지만,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는 나오지 못했던 것이라 이번 대선에서 정치개혁안으로 어느 후보든 제시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역시나 관심들이 없나 봅니다.


저는 안철수가 결선투표제와 정당명부제 확대 실시, 비례대표제 확대, 세비 증액과 동시에 정자법 강화 및 국회의원 특권 감축 등을 내거는 정치개혁안을 내어놓았더라면 이 부분만은 안철수를 지지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초자에 아마츄어 티를 팍팍 내는 정도가 아니라 정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인물임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의 당선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사태를 몰고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