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자연인으로서 박근혜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 것 같지 않다. 성장환경이 절대권력자의 자식이다 보니 스스로 이룬 것도, 생존력도 없어 보인다. 기득권 떼고 사회라는 광야에 내던져진다면 다른 일반사람들과는 달리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의미다. 그런 그녀에게 일부 국민들은 한 나라를 맡기려한다. 놀랄 일이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그녀는 어떤 가치를 지녔다. 남들처럼 민주화 운동을 했거나, 공직을 맡아 업적을 세웠거나, 기업을 일으켰거나, 아니면 학문이나 사상분야에서 성과를 거두었거나 한 것이 없는 그녀가 정치력이 있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남다른 뭔가를 지녔다. 그건 그녀가 한국정치 수준을 평가할 소재를 제공한다는 가치다.


김영삼이나 김대중, 노무현은 나름대로 정치적 지지자를 가질 이유가 있었다. 아니 이명박까지도, 이해는 안 되지만 설명은 된다. 문재인이나 안철수도 지지의 이유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박근혜가 지지받는 이유는 설명하기 힘들다. 설명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리 단순하거나 명확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녀가 한국정치의 연구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그녀는 그녀만의 독특한 상징성을 지녔다. 한국정치에서 제왕적 지위를 누렸던 박정희의 딸이 라는 상징성이다. 박정희가 임기만 마치고 그만 뒀다면 그런 상징성은 미미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는 종신독재를 꿈꿨었고, 부하에게 총살당할 때까지 무려 18년을 해먹었다. 그런 장기집권이 지지자들에게 그를 왕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으며 박근혜는 왕통을 계승할 후계자로 상징되게 만들었다. 특히 대통령을 왕으로 동일시하는 전근대적 의식을 지닌 일부 국민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박근혜 지지층에 노령세대나 저학력층이 많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왕조체제에서 왕통을 계승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능력이 아니라 혈연적 후계성이다. 그런 세습적 상징성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은 한국정치의 수준을 말해준다. 이처럼 21세기 초의 한국정치는 전근대성과 모더니즘, 그리고 포스트모던이 상존하는 변태적인 모습을 지녔다. 이런 한국정치가 전근대성을 탈피하느냐 아니면 전근대에 머무를 것인가는 이번 대선의 결과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