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으로는 문재인이 부상하면서 내놓은 프레임이 영남후보론입니다. PK을 야권으로 분리시킬 수 있다면 이번 대선 해볼만 하지 않냐는 전략이었죠. 하지만 결과는 아시다시피 실패했죠. 물론, 당시 분위기 상 해볼만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노무현이 과거 내세웠던 '지역균형개발' 프레임을 내세웠으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군요. 이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천한 게 박근혜입니다. 문재인이 경남에서 빌빌거릴 때 강원도, 충청도 등등 전국을 돌았어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주겠다는 언급은 없었지만 유력 대선후보가 지역을 돈다는 건 딴 게 아닙니다. '내가 이 곳에 관심있다.'식의 메시지 전달을 뜻하죠. 문재인이 되도않은 PK를 전력투구하는 것보다 전지역을 돌면서 박근혜랑 맞짱 떴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요?

자, 최초의 프레임이 깨졌으면 다른 프레임 제시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문재인이 제시한 프레임은 어처구니 없게도 강한 남자, 노무현의 친구 따위 입니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남주인공들 어떻습니까? 근육 부리부리한 외향에 마초적인 성격이던가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요즘 대세인 송중기, 유아인, 김수현같은 남배우들 보세요. 전부다 미소년, 호리호리한 체형입니다. 극 중 성격은 어떻든가요? '해품달'에서 김수현이 싸나이, 남자 강조하던가요? 노무현의 친구? 이 게 내가 대선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이유가 되나요? 한국이 세습국가에요? 이 건 노무현 빠돌이한테나 먹힐 마케팅이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관심없어요. 이렇게 어리버리하게 굴었지만 이해찬이 만들어 놓은 탄탄대로의 길을 따라서 문재인은 민통당 후보가 되었습니다. 결국, 문재인에게 남은 건 문재인이 내세웠던 프레임들이 아닙니다. 그냥 민통당 후보 딱 하나만 남은 거죠.

제가 문재인이라면 두 가지 프레임을 제시하겠습니다. 하나는 복지국가입니다. 최근에 문재인이 이 걸 터뜨리긴 했죠. 그런데 씨도 안 먹혔습니다. 그 이유는 문재인이 복지 관련되어서 떠든 적이 없다가 대선 다가와서 제시했거든요. 대부분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어요? 그냥 표가 되려나 싶어서 떠든 말이라 생각하지... 아무튼, 한국에서 복지의 필요성을 느끼는 수요층 꽤 됩니다. 최근, 서점보시면 복지, 스웨덴을 주제로 한 책들 찾기 쉬울 정도죠. 이 걸 문재인하면 복지국가 연상될 정도로 꾸준히 발언했었으면 지금보다 존재감 충만했을 겁니다. 또 다른 프레임은 통합입니다. 분당 이후 민주 개혁 진형의 영남 민주화 세력과 호남 민주화 세력의 갈등이 발생했고 아직까지 이 건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10년간 가해자는 영남 민주화 세력 쪽이었고 가해자는 갈등을 풀기 유리한 자리입니다. 영호남 갈등도 영남이 다가가서 풀어야지 피해자인 호남이 뭔 짓을 해도 그 갈등은 수습할 수 없는 거랑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이렇게 통합으로 집토끼를, 복지국가로 산토끼를 잡는 프레임으로 갔었어야 했어요.  

지금 문재인의 위기는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후보 스스로 유효한 프레임을 창출하지 못한 채 그냥 주위에 의해 끌려왔기 때문에 이토록 존재감이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어떤 수를 쓰던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해야 합니다. 또, 문재인이 주도적으로 프레임을 짜야합니다. 이번 3철 나간 후 문재인이 주도적으로 수습한 결과가 대중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면 반등의 기회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계속 해왔던 것처럼 어리버리하게 또는 '좋은 게 좋은거다' 식으로 갔다간 어떻게 될 지 장담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