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종교와 사이비 종교
 

사이비 종교의 특성은 무엇인가? 그들은 종말이 가까이 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세의 삶을 위해 애쓰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으므로 모든 것을 팽개치고 종말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종자들은 보통 생업을 팽개치고 전 재산을 종교 집단에 바친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는 온갖 기적을 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도자들은 의심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하며 맹신 또는 광신을 요구한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또는 과학적으로 터무니 없다 하더라도 메시아로 추앙되는 지도자의 말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진짜 종교 또는 제대로 된 종교와 사이비 종교를 대비한다. 그리고 진짜 종교는 좋은 종교이며 사이비 종교는 나쁜 종교라고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진짜 종교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이비 종교와 대비되는 종교다. 진짜 종교인들은 종말이 가까이 왔다고 믿지 않는다. 따라서 현세의 삶에 상당히 충실하다. 그들은 십일조를 바치기는 하지만 보통 전 재산을 종교 집단에 바치지는 않으며 생업도 포기하지 않는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가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기적을 행했다고 주장하면 그들은 보통 믿지 않는다. 그들은 상식과 과학에 비추어 종교 지도자의 말을 어느 정도 의심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기성 기독교와 기독교 계열의 사이비 종교를 비교해 보겠다. 기독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아마 여러 구성 요소들이 있겠지만 기독교인들은 무엇보다 성경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 같다. 특히 신약과 예수를 중요시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예수와 그들의 추종자는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나? 세례 요한과 예수는 계속해서 종말이 아주 가까이 왔다고 주장했다. 예수는 현세의 삶보다는 “천국이냐 지옥이냐”의 갈림길이 훨씬 중요하다고 설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요구했다. 즉 맹신 또는 광신을 요구한 것이다. 예수는 처녀 생식이라는 기적으로 태어나서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을 비롯한 온갖 기적을 행했다.

 

그렇다면 예수와 사이비 종교 지도자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내가 보기에는 예수가 돈과 섹스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 말고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기적은 진짜고 사이비 종교 지도자의 기적은 가짜라고 우기겠지만 나는 그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예수의 기적이 진짜라는 증거는 사이비 종교 지도자의 기적이 진짜라는 증거에 비해 더 인정해 줄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둘 다 떠 도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단지 예수 이야기가 훨씬 인기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비 종교의 행태를 보고 “사이비”라고 부르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은 돈과 섹스를 밝히는 것만 빼면 “예수로 돌아가자”는 모토에 충실하다. 그들은 구약과 신약을 가로지르는 핵심적 메시지인 절대적 믿음 즉 광신의 정신을 몸소 행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사이비 종교로 분류되는 종교가 아니라 현대의 자유주의적 기독교가 오히려 사이비에 가깝다. 사실 돈과 섹스라는 면에서도 기성 기독교 지도자들도 그리 떳떳한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나는 표준적인 용법에 따라서 사람들이 보통 사이비 종교라고 부르는 것을 사이비 종교라고 부를 것이다.

 

내가 사이비 종교가 종교다운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진짜 종교보다 더 낫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진짜 종교로 분류되는 자유주의적 기독교를 또 다른 진짜 종교인 기독교 근본주의보다 더 좋아하며 사이비 종교를 가장 싫어한다. 하지만 이것은 자유주의적 기독교가 더 종교답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들이 종교의 정신인 맹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기 때문에 즉 종교의 정신을 부분적으로 버렸기 때문이다.

 

종교는 과학의 교권에 개입해서 말도 안 되는 것을 믿으라고 우긴다. 예컨대 예수가 물 위를 걸었고 온갖 질병을 말 한 마디로 치료했을 뿐 아니라 죽은 사람도 살렸다는 이야기를 믿으라고 우긴다. 종교는 도덕 철학의 교권에 개입해서 온갖 부도덕한 일을 하라고 부추긴다. 구약 성경에서는 이웃 나라에 쳐들어가서 남자들을 죽이고 여자들을 강간하라고 부추긴다. 신약은 구약보다는 덜 잔인하지만 여전히 부도덕하다. 신약은 동성애가 죄악이라고 가르치며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현대 문명 사회의 기독교인들은 구약 성경에서 가르치는 끔찍한 만행을 행하지는 않는다. 구약에는 장애인을 모욕하는 말들로 가득 차 있지만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도 장애인을 교회에서 추방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법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자유주의적 기독교인들은 더 나아가 동성애자에 대한 억압에 반대하기도 한다. 이것은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느 정도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더 종교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떠받드는 성경 말씀을 어느 정도 어기기 때문이다.

 

종교는 악이다. 따라서 진짜로 종교의 정신에 충실한 종교가 좋다고 볼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진짜 종교와 사이비 종교를 나누고 사이비 종교가 종교의 정신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나쁘다고 보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진짜 보수와 사이비 보수
 

보수 개념은 진보 개념과 쌍을 이룬다. 애매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진보는 상당히 일관된 패턴을 보인다. 영업의 자유의 측면에서 보수는 자유를 많이 옹호하는 반면 진보는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영업을 제외한 온갖 측면에서 보수는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진보는 자유를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수는 진보에 비해 민족주의적이며 인종주의적이다. 보수는 진보에 비해 비민주적이며 권위적이다. 보수는 진보에 비해 부자들 편을 든다. 보수는 진보에 비해 성차별적이며 동성애를 죄악시한다. 보수는 진보에 비해 더 종교적이다.

 

나는 “보수가 보수다워야 하는데 한국의 보수는 진짜 보수가 아니라 사이비 보수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들이 사이비 보수라고 지목하는 진영은 극우파 또는 그에 가까운 보수파다. 하지만 그들은 보수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보수다. 그들이 보수답지 못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흰색과 검은색을 양극단으로 하는 스펙트럼에서 순수한 흰색이 흰색답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또한 맹신을 강요하는 종교 집단이 종교답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들은 비열한 이익 집단이며 사이비 보수에 불과하다”라는 비난을 살펴보자. 이 비난에는 정직한 보수가 진짜 보수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보수주의자가 자유 민주주의를 외쳤으면 그에 걸맞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옹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위선적이기 때문에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의 정의에는 “정직성”이 들어있지 않다. 보수가 진보에 비해 더 정직하다는 증거가 어디 있나?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정직한 쪽은 진보 진영이다. 이렇게 본다면 부정직한 것은 사이비 보수의 징후가 아니라 진짜 보수의 징후다.

 

자유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북조선의 인권을 걱정하는 척 하지만 남한의 국가보안법을 옹호하는 보수 집단을 위선적이라고 비난할 수는 있을 것이다. 즉 그들은 위선적인 보수다. 하지만 사이비 보수라는 비난은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나는 위선적인 보수보다 정직한 보수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유는 정직한 보수가 더 보수답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보수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왕정 시절부터 지금까지 보수는 위선의 화신이었다. 진보 진영의 위선도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보수의 위선에 비하면 작은 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보수는 악이다. 따라서 진짜로 보수의 정신에 충실한 보수가 좋다고 볼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진짜 보수와 사이비 보수를 나누고 사이비 보수가 보수의 정신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나쁘다고 보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2009-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