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루님이 심상정 이야기를 하시길래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찾아낸 기사다. 기사 내용은 애시당초 아는 이야기기에 넘어갔다. 내 눈이 멎은 곳은 사진이다. 여러분도 한번 심상정 얼굴을 자세히 보시라.


시켜줄 일도 없고 할 일도 없겠지만 난 정치인들 사진을 볼 때마다 정치 따윈 못하겠다는 생각이 무럭 무럭 자란다. 어떤 점에서 사진만 보면 정치는 할 만하다. 주위에 병풍처럼 보좌진을 거느린 가운데 환호하는 사람들이 주위를 에워싼다. 그리고 기자들은 정치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아 부지런히 기록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나는 그걸 보는 순간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거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은가?

그 모든 건 연출이니까. 몸이 아파도, 보기 싫은 사람들일지라도 창녀처럼 웃어야 한다. 그게 할 일이다. 정범구 였던가? 그가 노무현에게 실망했던 사건이 이랬다. 어느날 유세장에 갔는데 정말 허름한 차림의 사람들이 노무현을 붙잡고 놔주지를 않더란다. 안 그래도 바쁜 일정, 빨리 연단에 올라 연설 마치고 자리를 옮겨야 하는데 예정대로 진척될 전망이 안보이더란다. 그런데 그때 노무현이 '비키세요. 이러면 안됩니다.'하며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고 정범구는 노무현이 가슴 속에서 민중을 사랑하는게 아니구나, 어쩌면 이 사람의 대중에 대한 사랑은 허구구나 느꼈다는데...

난 그 글을 읽는 순간 정반대의 감정을 느꼈다. 솔직히 나라면 짜증을 내는 정도가 아니라 '난 이 딴 거 안햇!'하며 바로 접어버렸을 거다. '아, 노무현이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혹은 알면서도 할 수 없는 그런 캐릭터구나. 그런 점에서 나랑 똑같은 사람이구나'하면서 정서 이입이 되더란 이야기다.

어쨌든 노무현의 그런 모습이 프로 정치인으로서 덕목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그리고 정치인 사진을 볼 때마다 내가 느끼는 것도 바로 그러한 프로 정치인으로서의 덕목이다. 뭐 어떤가. 어차피 내가 하지도 않을 거. 내 꼴리는 대로 평가하면 그만이지.

아무튼.

위의 사진을 보며 내가 느낀 건 심상정의 오만이다. 난 심상정이 어떤 심정으로 이정희에게 악수를 내밀었는지 모른다. 나라면 간단히 목례 정도만 하고 지나갔겠지만 - 이정희가 밉든, 그렇지 않든 - 어떤 이유에서인지 심상정은 악수를 청했고 이정희는 거부했다. 그 속내와 상관없이 정치인의 일거수 일투족은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수 밖에 없고 심상정 또한 그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터.

그녀의 악수는 어떤 메시지를 갖는가? 진보 통합당과의 화해는 절대로 아닐 것이다. 누구도 그렇게는 해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심상정의 악수는 전례가 있다. 바로 이석기 제명 의원 총회장에서 바로 이석기에게 심상정은 악수를 청했고 거절 당했다. 그리고 그 사건은 이석기를 공격하는 소재로 잘 쓰였다. 심상정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짜증나지만 당시 사정으로 돌아가보자. 진보통합당 사태로 유시민과 심상정은 영웅으로 부각된 반면 이석기와 이정희는 미친 X로 몰락했다. 그런 상황에서 악수는 강자의 압박이다. 최소한 상대로 말미암아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렇다. 그들에게 심상정의 악수는 '난 재미봤고 넌 피해봤지만 너 피해의식 따위 털어라'로 다가왔을거다. 이게 약 올리는게 아니면 뭔가? 

그리고 그런 사정은 살아오며 한두번쯤 누구나 겪기 마련이다. 학교 일진에게 돈 뺏기고 친구들에게 투덜댔더니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일진이 화장실로 불러내 악수를 청하며 '야 임마. 사내 자식이 옹졸하게 왜 이래?' 이래봐라. 무슨 감정이 들 것 같은가? 역시 대범한 우리 일진?

오해마라. 난 유시민이나 심상정이 일진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비난하는게 아니다. 다만 이정희나 이석기의 악수 거부는 - 별로 잘한 짓이 아닐지라도 - 그 감정 자체는 이렇게 이해할 구석이 있다는 거다.

별 내용도 없는 글이 길어져서 줄이겠다. 위의 사진을 잘 보라. 특히 두번째 사진을 보라. 심상정은 '활짝' 웃고 있다. 한자어로 표현하자면 득의만면이다. 즉, 얻을 것 얻어냈다는, 예측대로 됐다는 만족감이 드러난다...면 악의적 해석이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웃고 있다. 저 연속된 두 장의 사진에서 심상정은 자연스러운 반면 이정희는 억지스럽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역설이 등장한다. 이정희는 억지스럽기에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반면 심상정은 너무나 자연스럽기에 그 억지스러움이 강조된다. 이정희는 누구라도 억지로 웃어야 하는 상황에서 억지로 웃고 있기에 공감이 되는 반면 심상정은 보통 사람이라면 어둡거나 서글픈 감정이 드러나야할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웃고 있기에 부자연스러움이 강조된다.

개판 5분전의 상대와 연애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결국 견디지 못해 이별을 통고하고는 1주일 뒤 다른 사람과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한달 뒤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 그 상대에게 악수를 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뒤돌아서서 활짝 웃는다면, 그 사람을 보며 어떤 감정이 들까? 악수마저 거절하는 저 년 혹은 놈은 역시 개판 5분전이야라고 혀를 차겠지만 활짝 웃는 그 사람에 대해선?

아마도 심상정은 대개의 정치인 답게 주변의 카메라를 의식하며 본능적으로 그냥 웃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 그녀는 수가 얕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매스컴의 관심을 끄는 지는 알지만 매스컴에 담긴 사진을 보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요소를 직관적으로 캐치하는지 모른다. 사진은- 대개의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 훨씬 힘이 세다.

ps - 한번 심심하면 어디를 방문한 문재인과 안철수의 사진을 유심히 비교해보시라. 내가 느끼기에 안철수의 수가 높다. 문재인은 종종 환호하는 상대와 시선이 어긋나거나 표정 전체가 부조화스럽다. 그 부조화가 유시민에게 느껴지는 어떤 교활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뭐랄까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표정이다. 내 선입관 일 수 있다는건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