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쪽같은 원칙주의자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노무현정부에 몸 담았던 장관중에 가장 인상깊은 경우중 하나가 김장수 전국방장관이었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았겠나 싶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일 위원장과 악수할때의 꼿꼿했던 그의 자세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국방장관 입장에서 NLL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 맞다. 그리고 그는 끝까지 그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10.4선언을 포함한 대북협상에서 당시 청와대내 전향적 입장의 보좌관들의 주장을 물리치고 그의 뜻을 모두 관철시켰다.


2008년 3월 1일 데일리안에 이런 기사가 났다. "공관내주고 전세얻은 '꼿꼿장관' 김장수".


당시 새로 집권한 이명박정부의 각료들이 대다수 부동산문제로 혹역을 앓고 있던 때였는데 김장수 장관의 청렴결백한 자세가 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이 기사에는 노무현정부의 남북정상회담때 있었던 일화 하나가 나온다. 즉 NLL과 관련해서 노무현대통령이 김장수장관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좋으니 NLL 문제는 장관 뜻대로 하시라" (출처)


사실 당시 정부에는 NLL 양보를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연구보고서가 올라온 상태였고 일부 부서에서는 국방부의 NLL 고수 입장과는 일치하지 않는 입장도 분명히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김장수장관을 중심으로 한 국방부쪽에서는 NLL 양보 절대불가의 입장이었고.


실제로 김장수장관은 2012.10.12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기사에서도 자신이 노무현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받은 사실을 다시 한번 더 언급하고 있다. (중앙일보 기사)


결국 이렇다면... 특히나 이백만씨의 증언(링크)처럼 당시 김장수장관이 노무현대통령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북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하면 거절해 버리라는 의미였다.”


라고 해석했다면... 그렇다면...


김장수장관은 비록 그가 현재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일지라도 당시 노무현대통령의 최종입장은 NLL 고수 상태에서의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정으로 언론앞에서 정리해 주는 것이 옳다.


중앙일보의 10/17 기사(링크)나 10/12 기사(링크)를 보면 계속해서 노무현대통령이 NLL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만 가지고 있었던 걸로 보도가 되고 있다. 특히나 10/12일 기사는 김장수장관의 인터뷰 기사이다. 거기에 보면 김장수장관이 이런 발언을 한 걸로 나온다.


단 한 번도 노 전 대통령과 NLL 문제를 의논한 적은 없다. 결과적으로 나는 국방부의 입장이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다른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다만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통일부 등에서 ‘국방부가 너무 강경하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8월 중순 청와대 외교안보장관회의 때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몇몇이 나에게 굽히라고 하더라. 그래서 ‘다수결로 하는 거냐’며 책상을 치고 밖으로 나와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담배를 피우고 난 뒤 ‘NLL 문제는 국방부에 맡겨 달라’고 하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 뒤 NLL 문제에 대해선 일절 상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분명히 2008년 3월 1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대통령으로부터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좋으니 NLL 문제는 장관 뜻대로 하시라" 란 백지위임장을 받았다고 스스로 이야기를 했다. 의논이나 상의보다 한단계 높은 김장수장관의 입장이자 국방부의 입장에 대한 노무현대통령의 최종적인 지지 입장 표명이었다.


더불어 mk뉴스(기사링크)에도 나오지만 당시 청와대 국방담당행정관이었던 김종대씨의 인터뷰 내용에 이런 언급이 나온다.


"그날(남북 정상회담 앞두고 열린 청와대 회의) 김장수 국방장관이 눈병이 나 참석 못했어요. 대통령에 전염될까 봐. 당시 김관진 합참의장이 대신 참석했습니다.

김관진 합참의장이 그 회의에 참석해 국방부로 되돌아가서 김장수 장관에게 보고하길, 청와대 회의 가보니 NLL 경계선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되겠다.

우리 국방부 입장이 청와대에 잘 전달돼 남북정상회담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겠다 이렇게 보고를 한 겁니다.


적어도 자기와 같은 입장이던 김관진 합참의장이 당시 청와대 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면, 즉 최종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무현정부내에서 이렇게 입장 정리가 됐다면, 그때 NLL에 강경한 입장의 한축을 담당하던 김장수장관은 지금 노무현대통령 앞으로 쏟아지는 새누리당의 영토포기 주장에 맞서서 당당하게 당시 분위기를 증언하는 것이 명예를 존중하는 장수가 취해야 할 태도이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과거 자신 스스로 자신에게 NLL관련한 전권을 부여했다고 한 노무현대통령과 관련해서 "노 전 대통령이 NLL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많이 했다" (KBS 기사) 라고 한 언급은 옳지 못하다.


사실 중앙일보의 기사(링크) 중에 노무현대통령과 관련해서 김장수의원의 "남북 정상 비밀대화, 녹취록 개연성 충분" 이란 표현이 나왔을때 이런 식의 표현은 명예를 아는 그리고 합리성이 최우선되어져야할 무장의 언급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왜냐하면 그 기사안에서 김장수의원은 “비밀대화록의 존재에 대해 듣거나 확인한 바는 없다” 라고 했으니까. 자신이 존재를 들은 적도 확인해 본 적도 없는 문서에 대해서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표현은 노회한 정치인이나 할 법한 발언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난 몇년간 사회적 신뢰라는 간접자본이 엄청나게 훼손되었다. 사회적 신뢰라는 게 별거아니다.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 새누리당에도 합리적인 정치인과 정치적 입장이 존재한다는 신뢰를 가지는 것이고 반대로 새누리당 지지자의 눈에 민주당도 국정을 담당한만한 자격이 일정 부분 있다는 신뢰를 서로 나누는 거다.


한때 노무현정부에 국방장관으로 몸 담았으면서 노무현대통령의 NLL에 대한 최종 입장을 집적 수령한 김장수의원이 지금처럼 새누리당이 북풍몰이에 몰두하려는 시점에 당당하게 보수적 국방책임자의 입장에서 적어도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론에 입장을 표명해 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에게 그래도 새누리당이 꼴통 극우로 치닫지 않을 안전장치는 존재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줄테고 그게 길게보면 새누리당의 외연확장에도 도움이 되는 거다.


최근 조선일보 기사(링크) 에 따르면 김장수의원은 새누리당의 NLL관련 진상조사특위에 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한다. 거기서 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 특히나 NLL과 관련한 균형감을 상실한 다양한 표현들이 나왔다. 새누리당이란 보수정당에서 대선을 앞둔 극히 정치적 입장이 부각된 상황에 더해서 조선일보라는 건강하지 못한 언론사에 의해 많은 내용들이 필터링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시민들에게는 전해지지 못했을지라도 그 회의에서 김장수의원이 최소한 자신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준 노무현대통령의 NLL에 대한 입장을 한번쯤은 동료 새누리당 의원들과 조선일보 기자에게 언급이라도 했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지 않으면 김장수의원에 대한 인간적 신뢰가 너무 허무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