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안철수가 출마 선언한 지 한달이 된다는군요. 출마 당시 저를 포함해 90프로 이상의 아크로리안들이 지금쯤 지지율이 꺾였을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서서히 수그라드는건 문재인이죠.

문재인의 희망은 뭘까요?
전 정말 농담같지만 정말로 문재인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믿기 어렵겠지만.
지지율이 20프로 이하로 곤두박질 치는 거라고 봅니다.

이거 정말 농담이 아닙니다.

문재인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게 아닙니다. 문재인 자신이 존재감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간단히 말해 사람들은 문재인에게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 문재인의 지지율은 소수의 '친노니까' 혹은 약간 많은 '친노임에도 민주당 후보니까' 혹은 다수의 '어쨌든 박근혜는 아니니까'이지, '문재인이 뭘 하려고 하니까'나 '문재인이 뭐는 잘할 것 같아서'가 아닙니다. 후자의 사람은 거의 천연기념물 수준이죠. 어쩌면 지금 캠프에 들어가있는 친노의 한 10배수 정도?

지금 상황은 문재인 캠프 입장에서 펄쩍 뛸 노릇일 겁니다. 문재인이 뭘 잘못했으면 그러려니 하는데 뚜렷하게 실점한 계기가 없어요. 역으로 안철수나 박근혜가 뚜렷이 잘했으면 또 그러려니 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한 열흘 전까진 문캠프에서 룰루랄라하고 있었다죠? 자기들은 한 일도 없는데 지지율이 올랐다고, 어차피 안철수야 나중에 수그러들테니 손도 안대고 코풀게 됐다고.

왜 문재인은 존재감이 없을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문재인은 한게 없는 사람이예요. 정치인으로서 해온 과거가 있으면 그 과거를 통해 문재인의 존재를 확인하며 뭘 기대하거나 반대하거나 할 텐데 문재인은 그런 스토리가 전혀 없죠. 가령 박근혜는 한번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성격이라 인정받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하는지가 관심사입니다. 거기에 가족사란 강력한 스토리가 있으니 반대든 찬성이든 화제에 오릅니다. 안철수도 벤처 성공 스토리가 있으니 최소한 경제나 그런 부분은 관심사예요. 존재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코블렌츠님이 안철수 경제 민주화 놓고 비판도 하잖아요? 왜냐면 안철수는 어쨌든 경제를 알 것 같다는 스토리가 갖고 있거든요? 최소한 본인이 그런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라도 있죠. 그런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전에 내놓은 경제 민주화 공약은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의 과거를 놓고 봤을 때 최소한 어떤 문제 만큼은 박근혜나 안철수보다 훨씬 역량이나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런게 없죠. 있으면 한번 말씀해보세요. 

기껏해야 '노무현 추모 행사는 폼나게 할 것 같다' 이걸 겁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남일'이죠. 그냥 남일입니다.

그러니까 문재인이 무슨 말을 하든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겁니다. 가령 여기 아크로'만' 뜨겁게 달군 '지방 부실대 국유화, 국공립 대학 평준화, 블라인드 이력서' 등이 그래요. 그거 사람들, 전혀 관심이 없어요. 그런 공약이 있었는지도 모르거니와 있었다는 말을 들어도 찬성이든, 반대든 별 말이 없어요.

왜냐? 대충 느낌이 이런 거예요. "그거 뭐 문재인이 꼭 하겠다고 내놓은 거겠어? 밑의 캠프애들이 표에 도움된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겠지. 그러니까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면 흐지부지 안할거야.' 왜냐? 지금까지 문재인은 어떤 문제놓고 싸워서 이긴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가령 문재인이 국공립대 평준화에 대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을 때 단호하게 '이건 내가 꼭 하려는 정책이다. 걍 한번 내놓은 거다라는 식으로 물러서선 안된다'고 나섰었다고 해봐요. 그러면 국공립대 평준화가 문재인의 자산이기 때문에 며칠전 그 공약에 대한 사람들 반응은 확 달랐을 겁니다. 저렇게까지 고집하는 거 보니 문재인이 진짜로 하려는 갑다, 이러면서 관심이 집중돼죠. 그렇지만 문재인에겐 그런 이슈나 주제가 하나도 없어요. 저도 며칠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진짜로 하나도 없더군요.

최근의  NLL,사태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많은데요. 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봅니다. 이거 정 뭐시기인가, 걔가 완전 뻥쳤다 아니면 무조건 문재인 손해예요. 다른거 없어요. 그 공방에서 드러난게 뭐냐, 아니 최소한 관심이 집중된 이유가 뭐냐. '노무현 과거 발언'이었다는 겁니다. 문재인이 발언을 잘못했다거나 그때 처리를 잘못했다거나 이게 아니예요. 그런데 문재인은 흥분까지하며 달려들었죠. 제가 볼 땐 뻘타 친겁니다. 자꾸 문재인이 노무현 문제에 대해 열내고 달려드면 달려들 수록 '문재인은 노무현 묘지기' 이미지만 강화돼요. (더 실수한건 NLL에 대해 노무현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는 겁니다. 즉, 문재인은 노무현의 정치나 정책 노선이 뭔지도 모르면서 걍 노무현 묘지기 하고 있던 사람'이 되버린 거죠.) 

문재인의 빈약한 스토리가 존재감을 지우는 내적인 이유라면 거기에 얽힌 외부적 이유도 있습니다. 그건 친노 문제예요. 이게 빈약한 스토리와 얽혀서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데요. 간단히 말해 문재인 자신으로부터 출발한 대선 출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친노 문제가 더 크게 부각이 돼요. 간단히 말해 문재인이 출마한 이유는 꼭 대통령이 돼서 뭘 해보겠다가 아니라 친노들 자리 챙겨주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거죠.

그리고 전 솔직히 그게 맞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문재인의 첫 영상 코멘트가 그렇게 나온 거죠.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우리를 위해 고난의 길을 걷기로 하신 분.' 솔직히 물어보죠. 그거 공감이 가던가요? 아니 주변에 공감간다고 하는 사람이나 있던가요?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골수 친노 입장에선 전혀 다르죠. 그들 입장에서 보면 문재인은 '(꼭 본인이 대통령이 되야할 이유가 없으니) 출마 안하고 편하게 변호사 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 친노의 밥그릇을 위해) 대선에 뛰어드신 분'이거든요. 그 심정이 그런 한심한 홍보 영상으로 표현된 겁니다. 더구나 핵심 참모 중에 친노 아닌 사람들도 없으니 자신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그 영상에 감동받았겠죠.

글이 많이 길어졌는데...그러면 20프로 이하로 떨어지는게 왜 기회냐?

간단히 말해 사람들 입에서 문재인 이름이 자주 거론되면서 관심도가 올라간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사태거든요. 지금과 달리 문재인의 일거수 일수족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겁니다. 그뿐일까요? 그 상황에선 민주당 내부도 들썩일게 뻔하니 더더욱 관심이 쏠리겠죠.

그러니까 기회가 주어지는 겁니다. 지금같은 상황에선 문재인이 - 노무현과 연관되지 않는한 - 뭘해도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으니 기회 자체가 없습니다. 요즘 주변 사람들 대선 이야기 들어보세요. 문재인 이름 거론되는 비율은 안철수, 박근혜에 비해 1/5도 안될 겁니다. 그렇지만 지지율이 20프로 이하로 떨어지면 그 비율은 급상승하여 역전도 가능할걸요?

제 생각에 그런 기회가 한번은 올겁니다. 어느 대선이든 쭉 한방향으로 흘러가진 않거든요. 문재인은 그 기회를 잘 잡아야 합니다. 그 상황에서 침착하게 '설사 내가 대통령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만큼 지킨다. 그리고 지키기 위해 안철수든, 박근혜든 주저않고 싸우겠다'고 투지를 다지고 자신의 힘으로 싸워 이기는 능력을 보여준다면 정말 극적인 역전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과연 문재인이 그럴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 그 상황에서도 그는 '내가 대선을 이기든, 지든 친노 밥그릇 만큼은 못내준다.'이럴 것 같습니다. 이건 문재인을 비꼬려고 하는게 아니예요. 애시당초 그의 출발점이 그것 이었기 때문이고 그는 그 한계에서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좋은 사람일 것은 같습니다. 자신을 믿고 따라준 사람을 절대 내치지 않은 좋은 사람. 저번 총선때 그 난리가 났어도 총선 마지막 날까지 나꼼수와 함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죠. 좋은 사람 문재인이라는 제 말, 이거 정말 농담이 아니라 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