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세력의 ‘정당’화 눈여겨볼 필요 있어 (링크)
조현연 : 안철수 후보가 최근 발표한 정치개혁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정치보다 오히려 탈정치를 강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존 정당의 내부에 변화를 추동시킬 ‘충격’을 줄 수 있는 내용도 없는 것 같다. 또 이벤트 정치(청와대 이전 등) 행태도
엿보인다. 안철수의 정치 혁신 내용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다.

박상훈 : 그 문제도 몇 개 차원으로 나눠서 얘기를 해보겠다. 담론 자체는 얘기한 대로 행정주의적 접근, 반정치적이고 도덕주의적인 것들의 부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세력이 진심으로 반정치, 행정주의, 도덕적 세력인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들이 지금 정당이 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과거 문국현 현상 같이 새로운 외생 정치세력들의 경우 기존의 정당 체제 밖에서 새롭게 형성되는데, 대부분 이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이클이 꺾이는 경향을 보였는데,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되어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여기에 호남의 일부가 붙고, 특히 부모가 호남이든 영남이든 수도권의 교육 받은 상층 엘리트의 정서와 점차 맞아가는 걸로 보인다. 한국사회에서는 이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세대는 그렇게 중요한 변수가 아닌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이들이 지배담론에 갇혀 있다고 보는데, 이제 점차적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지지 기반도 형성되고, 민주당 내부도 동요하는 걸 보면서, 이들이 어떤 정당의 길로 갈 것인가를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는 학습능력이 빨라지는 것 같다. 안철수 개인의 변화는 눈여겨볼 만하다.


 

최장집 "안철수현상 한국 정치발전에 기여"(링크)

정치학자인 최장집(69) 고려대 명예교수는 "안철수 현상은 앞으로 그의 행적이 어떠하든 또 그것의 정치적 결과가 어떠하든 젊은 세대들의 자기 발전과 정치적 각성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치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최 명예교수는 저서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에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이같이 평했다.

그는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왜 '안철수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실감했다"면서 "좌절감에 빠진 젊은이들을 행해 이 사회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로 바꾸자고 말하는 그의 메시지는 강력했고 커다란 공감을 불러오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반신자유주의' '비정규직 철폐'와 같은 공허한 구호를 내세우는 것으로 일관한 진보 정당을 비롯해 기성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안철수의 메시지가 젊은 세대의 마음에 파고들 수 있었다는 게 최 명예교수의 진단이다.


 


 

안철수가 결국 어떤 형태로든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은 정당기반없는 그의 현재에 기초합니다. 정당의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없을 정도로 보편적 상식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경제활동의 기본 주체인 것처럼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은 정치의 주체입니다.


 

허나 비정상적인 기업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혁신적이고 정상적인 기업이 시장에 신규진입이 있어야만 자본주의가 유지될 수 있는 것처럼 비정상적인 정당을 감시, 비판하고 유능하며 참신한 미래 지향적인 정당이 정치에 신규진입해야만 민주주의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현실정치의 주체는 정당과 정치인입니다. 이 두 주체의 근간은 건드리지 않은 채 외부 제도 개혁에만 몰두한 것이 오늘의 정당정치 현실의 모습입니다. 매 선거 때마다 50% 씩 국회의원들이 물갈이 됩니다. 헌데 정치 불신은 심해져만 갑니다. 한 때 제도가 문제라며 지구당 폐지, 선거 공영제 강화, 비례대표 점진 확대, 티비 토론 도입 등 제도 개선에 힘썼습니다. 지역주의 정당이 한국 정치의 암세포라는 이유로 지역주의 정당을 해체하고 새로 당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불신은 여전합니다.


 

이유는 정당의 간판과 정치인 개인의 교체는 꾸준했지만 세력 자체의 교체와 가치의 혁신적인 전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현재 여러 정당이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것을 예로 들며 정당정치가 발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모두 함께 말하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는 "좋은 게 좋은 것"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차이가 없습니다. 울림없는 언어의 장난질일 뿐입니다.


 

정치는 대중의 소통입니다. 대중의 소통 과정에서 갈등이 조정됩니다. 갈등의 지점을 포착해서 사회 전체 이익의 증진과 공동체의 통합을 꾀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의사소통입니다. 어딘가에 갈등이 있고 그 갈등이 어떤 것인지 의견 교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갈등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유통되고 더 나은 지식, 정보가 산출됩니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이러한 의사소통구조 자체가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 어떤 선진국보다 정당체제가 불안하고 사회가 다이나믹하게 돌아가는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변화의 첨병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언어에 익숙지 않은 세력은 갈등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말로만 떠들 뿐입니다. 세력은 그대로, 인물만 교체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어차피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로 자리 돌려막기 하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제가 출근하면서 항상 지나는 도로에 민주통합당의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거기엔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일자리 창출, 남북 평화, 양극화 해소로 가는 문(문재인의 문)을 열겠습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참 좋은 단어들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체계없이 그냥 좋은 단어 5개를 나열한 것이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양극화 이 4가지는 뭐가 어떻게 다른지, 경제 분야 4개와 남북 관계 1개를 묶어 놓았는데 그 의도가 뭔지 당최 알 수 없습니다. 고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바로 옆 새누리당은 "노인 복지, 새누리당이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차라리 이게 나아 보입니다. 민주당 현수막은 헛소리로 들립니다.


 

안철수 캠프는 박상훈 박사 말마따나 현재 정당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정당이 될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섣불리 정당을 만들었던 정몽준, 문국현과는 다릅니다. 박찬종처럼 혁신의 삶을 살지 않은 채 거품 인기 반짝 누린 것과 안철수의 정치적 인기도 다릅니다.


 

현재 민주당 주류 세력은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일한다는 것이 블루칼라 노동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모른다는 말입니다. 성공가도를 밟아 온 안철수지만 그는 남의 돈 뜯어 먹기 위해 더러운 꼴 봐야하는 세상의 질서를 압니다. 그 와중에 혁신의 맨 앞에서 새 길을 개척한 성공의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밀실에 숨어서 시국을 분석하고 조직을 꾸린 다음 데모하던 사람들과 차원이 다릅니다. 젊은 층과의 소통을 스마트폰으로 트위터에 이명박 비난하는 글을 쓰며 리트윗하는 걸로 아는 민주당 주류 세력은 답이 없습니다.


 

영국 자유당이 몰락하고 노동당이 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동계급의 성장이 자리합니다. 노동당의 우경화는 역시 변화한 사회경제와 노동계급의 현실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정당 중 특히 변화에 민감해야 할 민주당은 지난 10여년 동안 평가받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변화를 수용하며 주도할 수 있는지. 이제 이 정도면 평가는 거의 끝났다고 봐야죠. 비닐하우스, 모델 하우스 같은 민주당은 이제 더 이상 무얼 담지할 주체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세상에, 어느 정당이 스스로 정당 후보론을 말하고 무소속 제3후보에게 지지율이 밀려서 무소속은 안된다고 정치학자들 할 법한 소리를 대선 국면에서 떠들어 댑니까. 뭘 해보겠다는 건 말하지 않은 채 정당 후보론, 무소속 불가론, 민주당 입당론만 기억에 남습니다. 왜 NLL과 정수장학회 논란이 대선 제1의 쟁점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두 문제는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우리나라 미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 아닌가요?


 

답이 없는 정당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면 그 정당을 고쳐 써야하지만 이미 대안은 나와있습니다. 무의미한 과거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자기 갈 길을 묵묵히 가는 대안이 이미 있습니다. 세부 정책이 없다는데 민주당은 뭘 내놓았는지 전혀 모르겠네요. 안철수는 대입제도 간소화를 말하던데 문재인은 학벌블라인드와 부실사립대 국유화를 말하더군요. 이것만 봐도 견적은 이미 나옵니다.


 

정당 민주주의론은 '해답'이 아닙니다. 최장집 교수와 박상훈 박사와 같은 정당정치 전공자들도 안철수 현상에 대해 민주당 식으로 무식하게 정당정치만 가지고 공격하지 않습니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현실과 유리된 이론은 현실을 보는 눈을 어지럽힙니다. 지난 1년 동안 안철수에 대한 국민 지지율을 정당 민주주의론만 가지고 책임정치를 가지고 공격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자문해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