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아동 포르노”라는 말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그 정의가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정부에서도 아동 포르노의 제작과 유통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처벌도 한층 강화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에는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아동 음란물을 제작·유포할 경우 일반 음란물보다 가중 처벌된다. 단순히 갖고만 있어도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아동 포르노절반 이상이 국내 청소년 제작

시사저널 | 정락인 기자 | 입력 2012.08.23 11:03 | 수정 2012.08.23 16:05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20823110308758)

 

만약 아동복지법에서 정의하는 “아동”이 나오는 포르노가 아동 포르노라면 무엇이 아동 포르노인지 구분하기가 그리 쉬울 것 같지 않다. 얼굴만 보고 조숙한 17세 “아동”을 20세 성인과 정확히 구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이 문제는 그냥 무시하기로 하자.

 

 

 

아동 포르노가 아동 성범죄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아동 성범죄자의 옆에는 '아동 포르노'가 있었다. 지난 7월 경남 통영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한 아무개양(10)이 등굣길에 납치되어 살해되었다. 범인 김점덕은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죽였다"라고 진술했다. 김씨의 집 PC에서는 아동 포르노 수십 편이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발생한 아동 성범죄 사건을 보면 범인들 상당수는 아동 포르노에 심취해 있었다. 청소년 중에는 아동 음란물을 보고 모방 범죄에 나선 경우도 있다. 실제 음란물을 본 청소년 중 5%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아동 포르노가 '아동 성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동 포르노절반 이상이 국내 청소년 제작

시사저널 | 정락인 기자 | 입력 2012.08.23 11:03 | 수정 2012.08.23 16:05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20823110308758)

 

 

 

아동 포르노 관람과 아동 성범죄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아동 성범죄자들의 컴퓨터를 보니 아동 포르노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상관 관계를 입증하려면 이런 허술한 증거만으로는 안 된다.

 

남자들의 평균 아동 포르노 관람 정도와 아동 성범죄자의 평균 아동 포르노 관람 정도를 비교해야 한다. 이 때 아동 성범죄자와 연령, 사회경제적 지위, 범죄 성향 등이 비슷한 남자들과 비교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여러 사람들 말대로 아동 포르노 관람과 아동 성범죄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고 쳐 주자. 사실 나도 그런 상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상관 관계가 곧 인과 관계가 아니라는 점은 통계학 입문 수업 시간에 늘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남자 동성애자들이 어떤 포르노를 보는지 조사해 보면 그 결과는 뻔할 것 같다. 그들은 게이 포르노 즉 남자와 남자가 성교를 하는 장면을 주로 다루는 포르노를 많이 볼 것 같다. 즉 동성애와 게이 포르노 관람 사이에는 상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이 상관 관계로부터 “따라서 게이 포르노는 동성애의 원인이다”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면 믿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게이 포르노를 본다”라는 결론이 훨씬 더 그럴 듯해 보인다.

 

“아동 포르노를 보기 때문에 아동 성범죄자가 된다”라는 결론보다는 “아동성애자(pedophile)이기 때문에 아동성애자가 아닌 사람에 비해 아동을 강간하거나 아동 포르노를 볼 확률이 높다”라는 결론이 더 그럴 듯하지 않을까?

 

 

 

실제 음란물을 본 청소년 중 5%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역시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섹시한 옷을 입고 섹시한 춤을 추는 걸그룹의 공연을 본 남자 청소년을 대상으로도 조사해 보고, 학교에서 섹시한 옷을 입고 있는 예쁜 여학생을 본 남자 청소년을 대상으로도 조사해 보고, 학교에서 평범한 옷을 입고 있는 평범한 여학생을 본 남자 청소년을 대상으로도 조사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비교해 보아야 한다. 만약 남학생 5%가 걸그룹 댄스나 여학생을 보고도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낀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어쩔텐가?

 

 

 

포르노와 성범죄의 관계에 대해서는 온갖 이론들이 있다. 인간이 무언가를 보기만 하면 그냥 모방한 하는 아주 단순한 존재라고 보는 관점에 따르면 남자는 포르노를 보면 그것을 모방하려고 한다.

 

하지만 프로이트 식의 이론을 적용하면 그 반대가 될 수 있다. 만약 남자에게 일정량의 성욕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포르노를 봄으로써 성욕을 발산할 수 있기 때문에 성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 이것을 아동 포르노에 적용한다면 “아동성애자는 아동 포르노를 보면서 성욕을 발산하기 때문에 아동 성범죄를 덜 저지르게 된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두 가설이 몽땅 터무니 없는지 아니면 두 가설 중 하나는 상당히 그럴 듯한지, 만약 두 가설 중 하나가 상당히 그럴 듯하다면 어느 쪽이 상당히 그럴 듯한지 제대로 검증한 연구가 있을까? 나는 그런 연구를 접한 적이 없다.

 

 

 

어쨌든 내가 보기에는 인간은 무언가를 보기만 하면 그냥 모방하려고 하는 단순한 존재는 아니다. 만약 인간이 그런 존재라면 <위기탈출 넘버원> 같은 프로그램을 없애는 편이 안전 사고를 줄이는 길일 것이다. 사람들이 포르노를 보고 모방하려고 하듯이 <위기탈출 넘버원>을 보고 모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동 포르노와 아동 성범죄 사이에 어떤 인과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아동 포르노가 아동 성범죄를 일으킨다”고 상당히 확신하는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이 나보다 심리학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같지는 않다. 또한 그들이 제대로 된 증거를 제시한 것을 본 적도 없다.

 

아무리 황당한 가설이라도 가설을 제시하는 것은 환영한다. 때로는 황당한 가설이 사실로 드러나기도 하니까. 하지만 검증도 되지 않은 가설을 기반으로 정책을 정하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이 글을 읽고 내가 아동 포르노 금지에 반대한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나는 아동 포르노를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아동 포르노에 나오는 “배우”의 인권을 걱정하기 때문이지 아동 포르노가 아동 성범죄를 일으킨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다.

 

 

 

이덕하

2012-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