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발행 및 임의배정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안랩의 BW는 애당초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게 할 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목적이 아니라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늘이기 위해 사용한다면 이는 제도 자체의 취지를 악용하는 행위가 됩니다.

 

특히 행사가를 시가보다 낮게 책정하고 불공평하게 인수권을 배정했다면 이는 범죄행위입니다. 대주주의 권한을 악용하여 여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는 도적질과 다를 바 없습니다.


따라서 만약 어떤 기업이 BW를 발행하면서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서...'라는 이유를 들지 않고 '대주주의 지분을 늘이기위해서...'라고 했다면 이는 대단히 뻔뻔한 행동입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동입니다. 아니, 도덕이라는 개념 자체를 말아먹지 않고서는 입밖으로 낼 수 없는 말입니다. 마치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올리면서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서...'라고 하지 않고, '보다 많은 경제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대지주의 지분을 늘이기 위한 BW발행은 경제의 가장 기본적 토대가 되는 신의 및 동업자 정신을 짓밟는 것이죠. 애당초 투자액에 따라 주주들간의 지분율이 정해져 있는데 지배주주의 권한을 악용하여 적은 비용으로 지배주주의 지분을 늘린다면, 이는 기본적인 상도의를 어기는 셈입니다. 상도의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거창하게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는 것이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만약 지배주주가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싶다면 (1) 다른 주주의 지분을 인수하든가 (2)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됩니다. 물론 (1), (2) 모두 경영권 프레미엄을 얻는 일이므로 현재 주식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많은 기업인들이 이런 식으로 지분율을 높여갑니다. 이렇게 제값을 주고 경영권을 안정시킵니다.

 

그런데 일부 부도덕한 기업인들이 BW 및 CB를 편취적 지분 확보 및 불법 상속/증여에 악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백신제조기업이 편취적 지분 확보라는 의심을 받고 있고 국내 굴지의 재벌3세 기업인은 불법 증여에 이를 활용했다고 비난받고 있습니다. 뭐 이런 이들이 한두명인 것은 아닙니다. 오죽했으면 정부에서 그것도 비즈니스 플렌들리 정부에서 상장기업의 BW인수권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했겠습니까? ("대주주 지분 확대 노린 BW 쏟아진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10639021)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입니다. 편취적 지분확보를 위해 BW를 발행했다고 비난받는 기업인이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되어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고 있고, 경제 정의를 외치면서 불법 증여성 BW를 인수한 재벌3세 기업인을 검찰에 고발한 사회운동가 겸 교수님은 그 대선후보의 캠프로 들어가서 경제민주화 법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비난해마지않던 유형의 기업인을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네요.

 

거기에다 10여년전 이재용의 불법 CB/BW를 소리높여 비난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주총까지 거쳤는데 법적으로 뭐가 문제란 말인가?'라면서 비판자들을 질타하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무덤에 묻혀서 백골이 되어버린 독재자의 딸은 무섭지만, 신자유주의적 금융기법을 구사하여 불로소득을 챙기는 베니스의 샤일록은 괜찮은가봅니다.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