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재인이 한건 터트렸는데, 송호창때문에 완전히 묻혀버린 느낌^^

文 “취임즉시 북유럽 복지모델 추진”“국정운영 철학 삼을 것”
http://media.daum.net/issue/366/newsview?issueId=366&newsid=20121009140110570

유력대선후보가 사민주의를 국정운영의 철학으로 삼겠다고 공식발표한 나름 '역사적인 날'인데, 하필 낙선하기를 바라는 후보의 발언이라서 많이 거시기합니다 ㅋㅋㅋ. 어쨌든 지향점을 그쪽으로 잡았다니 저는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사실 이건 문재인 작품이 아니라, 이미 보편적복지를 시발점으로 민주당이 몇년전부터 공들여 준비하던 민주당의 공약이라고 봐야죠. 그래서 기념 삼아 주절 주절 썰을 풀려고 합니다.   


우선 각 나라의 정치경제 모델를 크게 분류하면 미국식 자유주의, 유럽식 사민주의, 사회주의 3종류로 나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주거형태 역시 크게 보아 3종류이죠. 바로 단독주택, 아파트(공동주택), 기숙사등이 그것들입니다. 각각의 주거형태들이 대략 어떤 체제와 매치가 되는건지는 쉽게 눈치채실 수 있으시겠죠. (아무래도 우연의 일치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각각의 특색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단독주택 (미국식 자유주의) == 거대한 저택을 짓던, 오두막을 짓던, 우주선 모양으로 짓고 살던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유로운 형태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토지이용률 측면에서 낭비가 심한 주거형태이고, 주거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므로 매우 불편하고 시간낭비가 크다는 단점이 있죠. 또한 이론적으로는 관리유지비가 0원일 수도 있지만, 만약 돈으로 해결하려면 꽤 높은 비용을 지출해야 할겁니다. 하다못해 전기공사업체를 부르더라도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지불해야하겠죠.

아파트 (유럽식 사민주의) == 모든걸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단독주택의 불편함은 많이 해소되어 매우 편리하지만, 일정부분 자유로움은 양보해야하는 형태이죠.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집을 꾸미거나,  마당에서 커다란 애완견과 뒹구는건 꿈도 꿀 수 없습니다. 매달 관리비를 세금처럼 꼬박 꼬박 납부해야 하지만, 대신 주거의 관리유지에 목돈이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죠. 토지이용률은 극적으로 높아지고, 주변에 맞춤형 수리업체들을 끼고 있으므로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할겁니다. 잘 설계됀 아파트들은 에너지 소비효율 또한 높구요. 또한 옆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를 정도의 극단적인 자유로움이 존재하므로, 단독주택에 비해 꿀린다는 생각은 잘 안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주거형태입니다.

기숙사 (사회주의) == 이건 뭐 굳이 설명이 필요없지 싶네요.

제가 굳이 이런식의 비교 설명을 하려는 이유는, 현재 한국에서는 사민주의에 대해 많은 선입견과 잘못된 정보가 정설처럼 유포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거나, 세금으로 다 내고 나면 뭐가지고 살라는거냐, 국민들이 배려와 공동체정신으로 단단히 무장해야 할텐데 그게 돼겠어? 등등이겠죠. 그러나 아파트에서 별 불편없이 잘 사실 수 있는 분이라면, 사민주의쯤은 껌입니다. 아파트에서 사시는 분들이 그닥 배려와 공동체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 같지는 않거든요. 

사민주의라해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원래 사민주의라는게 일단의 맑스주의자들이 '사회주의 혁명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자본주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되, 각종 병폐들은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자" 에서 출발한 사상이기 때문에, 결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태클걸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제가 돌아가는 모습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충실하죠. 또한 시민들의 자유도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프리섹스의 원조가 바로 스웨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사민주의 국가들에서는 생활의 필수 비용들, 즉 교육 의료 주거마련 노후대비 실업대비 비용등이 이미 공동구매 형태로 세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세금 떼고 난 소득은 거의 가처분소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세금이 40%라고 해도 나머지 60%는 가처분소득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펑펑 쓰면서 살 수 있다는 말씀이죠. 한국처럼 "월급날 이것 저것 다 떼고나면 남는게 없다"고 하소연하는 일 없습니다. 어떤 통계에 보니까 한국의 급여생활자들의 평균 가처분소득이 20%가 채 안됀다고 하죠. 요즘은 대부분 적자상태라며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구요. 내수시장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사민주의 정신'이라고 요약돼는, 배려와 공동체정신이라는거 알고보면 허무할 정도로 별거 아닙니다. 이미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전혀 본인들도 의식하지 못한 채 '사민주의 정신' 을 매우 잘 실천하면서 살고 계시거든요. 현재 아파트에 사시거나, 관리비 내역서를 꼼꼼이 들여다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마도 제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따지고보면 아파트관리비라는 놈은 정말 불합리하게 구성돼어 있죠. 가령 가족이 달랑 2명인 45평형 주민과 5명인 28평형 주민이 있을 때, 엘리베이터 사용 빈도는 28평형이 훨씬 많을거라는건 당연한 사실이죠. 그러나 엘리베이터 가동 비용은 45평형 주민이 훨씬 많이 낼겁니다. 왜냐면 아파트관리비는 면적에 비례하여 부과하거든요.

이때 만약 45평형 아파트 주민이 관리사무소에 "우리 가족은 식구가 적어서 엘리베이터를 별로 타지도 않는데, 엘리베이트 가동 비용을 면적에 비례해 부과하는건 부당하다"고 따지면 어떤 대답을 들으실 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모두들 면적대로 관리비내는거 당연하게 생각하시고, 그게 바로 사민주의 정신인거죠. 내가 작은 평수 사람들에게 뜯기면서 살고 있다거나, 도와주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관리비 내시는 분들 아무도 없습니다.

가령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의 유지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갈테고, 그 역시 관리비에 면적배분하여 납부하고 있을겁니다. 그런데 모든 가정에서 차량을 소유하는 경우는 잘 없을테고,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집도 많겠죠. 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집에는 차가 없는데, 관리비내역서의 주차장 운영비를 납부하는건 부당하니까 빼달라"고 따져봐야 돌아오는 대답은 뻔한거죠. (궁금하신 분은 따로 질문주세요.)

아마도 평생 단독주택에서만 살던 분들은 아파트의 그런 비합리적인(?) 관리비 구성 논리를 쉽게 수긍하기 어려우실겁니다. 그러나 아파트에서는 그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거죠. 한국에서 유독 사민주의를 합리적이지 못한 사상으로 여기면서 거부감이 심한 이유일 것 같습니다.

이처럼 북유럽 복지모델을 실시한다는건, 단독주택 살다가 아파트에 이사가는거랑 비슷할겁니다. 한 국가의 정치경제시스템은 모두에게 예외없이 적용되는것이기 때문에, 단독주택의 자유로움을 죽어도 포기못하겠다는 분들은 반발이 심하겠죠. 그러나 아파트 이사오신 분들의 첫 일성이 대부분 '편리하다' 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막상 실시돼도 큰 저항은 없지 싶어요. 이미 전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 국민들이 잘 적응해서 살고 있는 체제인데, 크게 특별하고 낯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선관련 이야기들만 주로 게시되는 것 같아서 잠시 썰을 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