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민주주의의 정의는 '인민에 의한 통치'이다. 이러한 정의는 정치체제를 통제, 경영하는 주체인 인민, 즉 대중은 적어도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하며, 정치권에 관한 소식, 현재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현안 등등 정치적 사안을 숙지하고 있음을 전제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투표를 하지 않는 대중은 투표가능인구 중 30%-40%를 차지하며 현재 국무총리는 누구인지,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은 누구인지, 각 정당의 정책은 어떠하며 어떤 차이들이 있는지 등등을 명확히 숙지하는 사람들 또한 드물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는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으며 더 나아가게 되면 '국민은 개xx다.'를 외치는 국개론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대중은 정치현안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정부의 활동범위는 외교, 국방, 경제, 문화 등등 다방면에 걸쳐 있으며 이것을 전부 다 알 수 있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예를 들어, 경제학 박사의 경우 정부의 경제정책, 정당의 경제정책 등의 특정 분야에는 빠싹하지만 그 외 문화, 외교 등의 분야에선 문외한에 가깝다. 즉, 아무리 똑똑하고 많은 공부를 한 사람들도 정치에 관해 제대로 알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낡은 정의로 민주주의를 바라보면 일반적인 대중들에게 슈퍼맨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이며 불가능에 가깝다. 이 정의에 천착하게 되면 대중들에 대한 실망을 넘어, 민주주의에 대해 실망하며 실패한 정치체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가 이 정도로 비현실적이라면 새로운 정의를 수립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대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제대로 된 정의로부터 나온다. 근시, 난시 환자에게 도수에 맞는 안경은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하지만, 도수에 맞지 않는 안경은 사물을 일그러지게 보이게 함으로써 왜곡시킨다. 제대로 된 정의는 '도수에 맞는 안경'과 같은 것이다. 

 정확한 정의를 하기 위해서는 실제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실제 정치가 가장 적나라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다가오는 건 선거이므로 선거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를 내려도 무리없을 것 같다. 선거활동 간 정당들은 후보를 공천하며, 공약을 제시한다. 선거기간 동안 각 정당 후보들은 TV,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서로 경쟁하며 그 과정 내에서 유권자들은 정당, 공약, 후보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투표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놓고보면 유권자는 정당이라는 기관에서 내놓은 후보를 뽑는 수동적 존재이다. 이 것은 주어진 제품 중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는 소비자의 행태와 다를 게 없다. 만약,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다면 그냥 아무것도 사지 않고 가게를 나오면 된다. 이것은 기권하는 유권자들에 대응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권층은 자신에게 마음에 드는 후보, 상품이 있다면 언제든지 다음기에 투표에 참여, 제품을 구입하게 되며 투표한 유권자 층 역시 다음 기에는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기권한다. 따라서 대중들은 수동적이면서도 능동적이며 역동적이다.

 여기서 두 가지 중심 키워드는 정당과 경쟁이다. 후보 개인으로 선거를 치루려면 큰 비용이 소모됨과 동시에 자신의 정책, 공약을 알리는 데상당한 시간이 소모된다. 이러한 현상이 한 지역구가 아닌 여러 지역구에서 발생한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모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탄생한 게 정당이다. 정당은 정치인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게 하여 선거비용을 보조하는데 도움을 주며, 정당강령을 통해 자신의 정당에 속한 후보의 성향을 광고하는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육복 시장에서 노메이커 체육복은 비록 품질이 좋다하여도 이것을 알리는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하지만 나이키 브랜드의 체육복이라면 이 제품의 품질을 브랜드 효과로 수월히 알릴 수 있음으로써 비용이 절감하게 된다. 정당 브랜드도 이와 마찬가지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정당이 대중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선 경쟁이 필요하다. 경쟁하기 때문에 두 정당은 정책, 도덕성, 방향제시 등을 통해 대중들을 동원하려 하며 이것은 정치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만약 일당체제라면 어떻게 될까? 자신 이외에 대안이 없는 걸 잘 알기에 대중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챙기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게 된다. 이 같은 예는 북한 등의 현대국가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중들은 능동적으로 정치활동을 참가하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대안, 정치적 상황 등등을 고려해서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정치체제이며 여기서 정치를 주도하는 것은 정당이다. 정당은 경쟁을 통해서 유권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며 선거가 시행될 시 유권자들은 자신의 선호에 맞추어 투표하는 것이다. 즉, 경쟁적 정당체제야 말로 현대 민주주의의 꽃이다. 상대정당을 박멸해야하는데 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니, 기권하고 있니 따위라고 말하며 경쟁적 정당체제를 부정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민주주의에 명확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