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의 소위 일류 대학의 이공계 교수들의 실력을 상당히 신뢰한다. 하지만 그들의 양심은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한국의 학계는 지금까지 표절 문제에 상당히 둔감했다. 그리고 교수들의 대리 번역이 판을 친다는 이야기는 출판계의 정설(?)이다. 게다가 대학원생에게 가야 할 돈을 가로채는 일이 아주 흔하다고 한다.

 

교수들의 이름으로 나온 번역서들 중에 엉터리 번역이 얼마나 많은지는 내가 직접 확인했으며 번역 비판을 인터넷에 올린 적이 많다. 그럴 듯한 대학의 교수가 자신의 전공 분야 책을 엉터리로 번역출판한 것을 보면 대리 번역을 의심하게 된다. 대리 번역이 아니더라도 지극히 불성실한 번역임은 명백해 보인다.

 

 

 

안철수 후보의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그리고 한국 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은 “지금까지 나온 의혹들만 볼 때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인 것 같다. 서울대학교 교수들도 그런 의견을 냈고 BRIC 토론방의 전문가 의견도 대체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안철수의 논문이 다루는 분야에 대해 잘 모르고, 표절 기준에 대해서도 정확히는 모르는 나로서는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나는 한국 교수들의 양심을 별로 믿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좋아지긴 했다지만 그들은 여전히 표절 문제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대리 번역 관행이나 대학원생 연구비 갈취 관행은 별로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왜 이런 집단의 말을 단지 전문가라는 이유로 순진하게 믿어야 한단 말인가?

 

한국의 교수들 중 상당수는 지금까지 표절을 꽤 해온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되도록 “표절이 아니다”, “논문의 1저자도 교신저자도 아닌 경우에는 책임을 거의 물을 수 없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퍼뜨려야 할 이해관계가 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MBC 같이 돈 많은 곳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면 된다. 나는 아직까지 누군가 그런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덕하

201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