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대와 까마귀라고! 망령든 자 같으니! 민통당이란 게 김대중부터 도둑놈들이 악취나는 가운데 술을 마시고 그 애새끼들은 바닥에서 개들과 뒹구는, 이엉으로 엮은 헛간이지 뭔가! 그놈들이야말로 너무도 오랫동안 교수대를 면해 왔지. 그러나 올가미는 서서히 조이고 끝에 가서 팽팽하고 단단하게 당기는 법이야. 할 수 있으면 한 번 목을 매달아 보라고!'

서서히 본색이 드러남에 따라 이제 그의 목소리는 변했다.

'왜 내가 인내심을 가지고 당신에게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군. 사실 나에겐 당신이, 가격만 비싸고 성능은 더럽게 후진 당신의 하찮은 백신 따위가 필요없는데 말이야, 논문없는 교수 안철수여. 오래전 난 당신의 능력과 기지에 과분한 지위를 부여했어. 그리고 지금 또다시 그걸 부여했지. 당신 때문에 오도된 사람들이 어느 길을 택해야 할지 분명히 보도록 하기 위해서. 그러나 당신은 내게 허풍과 욕설을 늘어놓았어. 좋을 대로 해봐! 당신의 오두막으로 돌아가라고! 그리고 당신 하하하여! 적어도 난 당신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또 당신의 수치를 동정하지. 이런 무리와 어울리는 걸 감내하다니 어찌된 일인가? 당신에겐 자존심이 있지 않은가, 하하하여. 그대는 깊고 멀리 볼 수 있는 고귀한 정신과 눈을 가졌기에 자부심도 가질 만한데 말이야. 아직 나의 조언을 듣지 않겠소?'

하하하는 몸을 약간 움직여 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의 저번 마지막 만남에서 아직 다 못한 말이 있소? 아니면 혹시 먼저 한 말 중에 취소할 것이라도 있소?'

유시민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취소한다고?'

하고 중얼거리더니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것처럼 깊은 생각에 잠겼다.

'취소한다고? 난 바로 당신을 위해 조언하려 했지만 당신은 좀체 들으려 하지 않았지. 당신은 자존심이 강해서 조언을 좋아하지 않지. 사실 자신의 지혜가 풍부하니까. 그러나 이번 경우엔 당신이 고의적으로 내 의도를 곡해함으로써 판단을 그르쳤다고 생각하오. 당신을 설득하려는 일념에 내 인내심을 잃었던 것 같소. 진정으로 그 사실을 후회하오. 왜냐하면 난 당신에게 아무런 악의도 품고 있지 않았었기 때문이오. 당신은 광포한 자들과 무지한 자들을 대동하고 내게 돌아왔지만 지금도 난 당신에게 아무런 악의가 없소. 내가 어떻게 악의를 품을 수 있겠소. 우린 둘 다 숭고하고 유서깊은, 이 서울대에서 가장 훌륭한 현자의 일원이 아니오? 우리의 우정은 상호간에 이득이 될 것이오. 함께 일한다면 우린 아직도 많은 걸 이뤄 낼 수 있고 세상의 온갖 병폐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오. 서로를 이해하도록 하고 이 좀스런 족속들은 생각에서 지워 버립시다! 저들로 하여금 우리가 결정한 바를 받들도록 합시다! 공동의 선을 위해 난 기꺼이 과거를 시정하고 당신을 받아들이겠소. 나와 상의하지 않겠소? 이리 올라오지 않겠소?'

유시민이 이 마지막 시도에 기울인 힘은 엄청난 것이어서 그의 말이 들리는 범위 내에 서 있던 자는 모두 마음의 동요를 느꼈다. 그런데 이제 그 마력은 종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한 인자한 왕이 대단히 아끼지만 잘못을 범한 대신을 점잖게 타이르는 투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 대화에서 배제된 채 단지 문가에서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그건 마치 버릇없는 아이들이나 칠칠맞은 하인들이 윗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듣고서 그게 자신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하는 것과 같았다. 이 두 사람은 보다 고상한 기질의 소유자들로 존경받을 만하고 현명했다. 두 사람이 동맹을 맺는다는 건 불가피해 보였다. 하하하는 국참당의 고대광실에서 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심원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성채로 들어갈 것이다. 문이 닫힐 것이고 그들은 밖에 남아 할당되는 일이나 벌을 기다려야만 할 것이다. 심지어 안철수의 마음 속에서도 의혹의 그림자가 일어났다. 그는 우리를 배반할 것이다. 그는 가버릴 것이다.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될 것이다. 그때 하하하가 웃었다. 환상은 담배연기처럼 사라졌다.

'유시민! 유시민!'

그는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유시민, 당신은 당신이 걸어야 할 삶의 길을 놓쳐 버렸소. 당신은 왕의 어릿광대가 되어 왕의 고문을 흉내냄으로써 밥벌이를 하고 또 훈장도 타려 했었소. 아, 나를!'

그는 웃음을 누르며 잠시 말을 멈췄다.

'서로를 이해한다고? 당신은 날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소. 그러나 나는 이제 당신 유시민을 너무도 잘 아오. 난 당신의 주장과 행위를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또렷하게 기억하오. 지난번 당신을 방문했을 때 당신은 이미 새누리당의 일개 간수였으며 나를 그리로 보내려 했소. 글쎄, 지붕으로 탈출한 자는 다시 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두 번 생각하는 법 아니겠소? 아니오, 난 올라갈 생각이 없소. 그렇지만 유시민, 마지막으로 들으시오! 이리 내려오지 않겠소? 옛 국참당은 당신이 희망하고 공상한 것처럼 든든한 요새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소. 물론 그 안에는 여전히 당신이 희망을 건 다른 뭔가가 있겠지. 하지만 잠시라도 그걸 떠나 보는 게 낫지 않겠소? 새로운 일을 향해서 말이오. 잘 생각해 보오, 유시민. 이리 내려오시오.'

그러자 유시민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스쳤다. 그리고 나서 금세 죽은 듯 창백해졌다. 그가 표정을 바꾸기 전 일행은 그의 얼굴에서 잠시나마 그곳에 머물러 있기도 끔찍하지만 그렇다고 피난처를 떠나기도 두려운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잠시 그는 머뭇거렸다. 그러나 그건 일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차가웠다. 오만과 증오가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조롱하듯 말했다.

'내려오지 않겠느냐고? 무기를 갖추지 않은 자가 문 밖에서 도둑놈들과 이야기하러 내려간단 말인가? 여기서도 너의 말은 꽤나 잘 들려. 난 바보가 아니고 또 너 하하하를 믿지도 않아. 몸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난 그 주사파의 졸개들이 네 명령만 기다리며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걸 알고 있단 말이야.'

그러자 하하하는 진력이 나서 말했다.

'배신자들은 언제나 남의 말을 믿지 않지. 그러나 당신은 목숨을 염려할 필요가 없소. 정말로 날 이해한다면 당신도 알겠지만 난 당신을 죽이거나 해치고 싶지 않소. 그리고 내겐 당신을 보호할 만한 힘이 있고 당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요. 당신은 자유롭게 국참당을 떠날 수 있소. 그렇게 마음만 먹는다면 말이오.'

유시민이 조롱하듯 말했다.

'괜찮은 제안 같은데. 참으로 현자 하하하다운 방식이야. 그렇게도 겸손하고 너무도 친절하니 말씀이야. 난 네가 통진당 당사를 쓸 만하다고 생각해서 내가 떠나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의심치 않아. 그러나 왜 내가 떠나고 싶어 한단 말인가? 그리고 '자유롭게' 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 조건이 있을 걸로 생각하는데.'

'떠나야 할 이유는 창가에서도 볼 수 있을 거요. 당신의 졸개들은 궤멸되었고 당신의 이웃은 당신 스스로가 적으로 삼았으며 또 당신은 새로운 당신의 지배자를 속이고 이용하려 했소. 특전사의 눈이 이쪽을 향할 때 그건 분노의 시뻘건 눈일 거요. 그러나 '자유롭게' 라는 말뜻은 있는 그대로의 의미일 뿐이오. 속박, 구속, 혹은 명령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소. 원한다면 심지어 문재인이나 새누리당으로 갈 수도 있소, 유시민. 그렇지만 먼저 펀드 빚은 갚아야 하고 당사의 열쇠와 당신의 지팡이를 내게 건네주어야 하오. 그것들은 당신 행실의 담보물이 될 것이고 당신이 그것들을 다시 소유할 만하게 되면 나중에 돌려줄 것이오.'

유시민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며 눈은 빨갛게 불타올랐다. 그는 격렬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그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나중에! 그래, 네가 새누리당의 열쇠들마저 차지하고 또 일곱 정당의 도장과 모든 투표소의 기표봉을 모조리 갖고 또 지금 네가 신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구두를 한 켤레 샀을 때 말이겠지. 겸허한 계획이군. 내 도움이 거의 필요하지도 않은 계획이야! 난 달리 할 일이 있어. 바보처럼 굴진 말라고. 기회가 있을 때 교섭을 하고자 한다면 가서 정신이 맑을 때 돌아와! 그리고 이 멱따는 자들과 네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르는 자질구레한 오합지졸은 두고 오라고! 잘 가게나!'

그는 몸을 돌려 발코니를 떠났다.

'돌아와, 유시민!'

하하하가 명령하듯 외쳤다. 그러자 다른 이들이 깜짝 놀라게도 유시민은 자신의 의지에 반해 질질 끌리듯 다시 몸을 돌렸다. 그는 천천히 난간으로 돌아와 그 위에 몸을 기대고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은 주름이 잡히고 쪼그라들었다. 손은 집게발처럼 무거운 검은 지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하하하가 준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가도 좋다는 허락을 하지 않았어. 내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유시민, 당신은 바보가 되었군. 게다가 신세도 가련해지고. 당신에겐 아직도 우행과 악으로부터 손을 씻고 새로이 봉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나 당신은 머물러서 자신의 오랜 음모들의 끄트머리나 갉작거리는 길을 택했어. 그렇다면 머무르라고! 그러나 경고해 두지만 당신은 다시는 쉽게 나올 수 없을 거야. 영남의 검은 손이 뻗쳐 당신을 구해 주지 않으면 나올 수 없어, 유시민!'

하하하의 목소리는 힘과 권위가 넘쳐났다.

'보라고! 이제 넌 아무 색깔도 없어. 그리고 넌 진보단체로부터도 또 민주화세력으로부터도 추방되었어.'

그는 손을 들어올리며 또렷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유시민, 네 지팡이는 부러졌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유시민의 손에 잡혔던 지팡이가 두 동강으로 부러졌고 그 머리 부분이 하하하의 발치에 떨어졌다.

'자, 가거라!'

하하하가 소리치자 유시민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져 간신히 기어서 가버렸다. 바로 그 순간 위에서 둔중하고 빛나는 물체 하나가 획 하고 내던져졌다. 그것은 막 유시민이 난간을 떠날 참에 쇠난간을 스쳐 하하하의 머리 바로 옆을 지나쳐서 그가 서 있던 계단에 부딪혔다. 난간이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계단은 우지끈 하는 소리를 내며 불꽃과 함께 쪼개졌다. 그러나 그 공 같은 물체는 손상을 입지 않았다. 그것은 수정으로 만들어진 공 모양의 물체로, 계단을 굴러내려 웅덩이 쪽으로 떨어져가자 시너가 달려가 주워들었다. 미뉴에가 소리쳤다.

'지독한 악당놈!'

그러나 하하하는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야, 그건 유시민이 던진 게 아니야. 또 그가 시켜서 한 짓도 아닐 거야. 그건 저 위쪽 창에서 날아왔소. 길버트 선생이 이별의 일격을 가한 것 같은데 조준이 잘못된 것이지.'

'조준이 서툴렀다면 그건 그가 당신과 유시민 둘 중에 누구를 더 증오하는지 마음 속으로 정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하고 시닉스가 말하자 하하하도 대답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르오. 저 두 사람의 교류에는 별로 낙이 없을 것이오. 그들의 말은 서로를 갉아먹게 될 테니까 말이오. 그러나 그 벌은 올바른 것이오. 만일 길버트가 언제고 살아서 통진당을 나오게 된다면 벌은 그보다 훨씬 중할 것이오.'

하하하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날쌔게 몸을 돌려 무거운 물건을 지고 오듯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시너에게 외쳤다.

'자, 여보게, 그건 내가 다루겠네! 난 자네에게 그걸 처리하라고 부탁한 적이 없어!'

그는 시너를 맞으러 내려가 황급하게 그 검은 구체를 빼앗아 망또자락으로 감쌌다.

'내가 간수하겠어. 이건 유시민이 던져 버리려고 고를 만한 물건이 아니지.'

그러자 흐강이 말했다.

'그렇지만 던질 것들이 아마 또 있을 거예요. 논쟁이 이제 끝난 것이라면 적어도 돌이 미치지 않는 거리까지 물러납시다.'

하하하가 대답했다.

'이제 끝이야! 가지.'

그들은 통진당사 잔해에 등을 돌리고 내려갔다. 논객들은 환호를 올리며 후보를 맞이했으며 하하하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유시민의 마력이 깨진 것이다. 그들은 그가 부르자 유시민이 오고 또 기어서 사라지는 걸 보았던 것이다. 하하하가 말했다.

'자, 이 일은 끝났어. 이제 이정희를 찾아 일이 어떻게 진전되었는지 알려 줘야겠지.'

그러자 피노키오가 물었다.

'아마 그 여자도 짐작했을 텐데요, 분명히? 일이 달리 끝날 가망도 있었나요?'

'비록 될 뻔하긴 했지만 가망성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 그렇지만 내가 시도한 데는 이유가 있었어. 자비를 베푸는 뜻도 있었고 또 자비와는 별 상관 없는 이유도 있었지. 첫째 유시민의 목소리의 위력이 감퇴하고 있음이 드러났지. 폭군이면서 동시에 조언자 노릇까지 할 수는 없거든. 음모가 무르익으면 더이상 비밀로 할 수 없는 거야. 그런데 그가 그 함정에 빠져들어 우리를 호락호락한 상대로 보고 한 명씩-나머지 사람들은 듣고만 있게 하고 - 처리하려고 한 거야. 그때 내가 마지막 선택이자 정당한 선택을 제시한 거지. 새누리당과 사적인 책략 모두를 포기하고 어려운 처지의 우리를 도움으로써 보상을 하라고 말이야. 그는 누구보다도 우리가 무얼 원하는지 잘 알지. 그가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우리에게 크나큰 도움을 줄 수 있었어. 그러나 그는 도움을 주는 대신 자신의 힘을 보유하기로 작정했어. 그는 오로지 지배하려고만 들지 봉사하려 하질 않아. 이제 그는 새누리당의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있지만 아직도 폭풍우를 지배하는 힘을 꿈꾸고 있지. 불행한 바보야! 만일 경상도의 권능이 그에게로 팔을 뻗친다면 그는 궤멸되고 말 거야. 우린 외부로부터 통진당을 파괴시킬 수는 없어. 그러나 박근혜는 - 그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