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도에는 이회창 진영도, 그리고 일반 국민들도 설마 야권이 단일화를 할거라고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 기억에도 당시 단일화를 하면 여론지지율이 높은 정몽준으로 단일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
친노진영에서도 단일화에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니 선거는 해보나마나 이회창이 이길 거라는 분위기가 많았고
야권 지지자들은 속만 상할 뿐 별로 뾰족한 돌파구를 찾아내기는 힘든 분위기였죠.

하지만 결국은 노무현이 마지막에 승부수를 띄워서 정몽준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단일화를 성사시키고
이게 또 국민들을 살짝 감동시켜서 많은 사람의 예상을 깨고 단일화 승부에서 노무현이 이기고,
그 여세를 몰아 이회창까지 무너뜨린 거죠.
결국 야권의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단일화 및 대권 승리를 가능케했던 원동력이었던 것이죠.

올해 대선을 2002년도와 자주 비교하는데
결정적 차이점은 바로 이 단일화에 대한 기대치, 그리고 위기의식이 그때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일 겁니다.

솔직히 지금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새누리당이죠.
단일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단일화가 되면 필패한다는 의식을 새누리당이 갖고 있으니까요.
그 위기감은 아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거라 생각합니다.

어제 의총에서의 난리법석이나 오늘 김종인의 몽니 등도 결국은 위기감의 발로 아니겠습니까.
이게 자중지란으로 새누리당을 무너뜨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런 위기감 속에서 비상대책들이 쏟아져나와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반면 제가 보기엔 야권 진영에선 그닥 긴장감이나 위기감이 안느껴집니다.
양 후보 진영들도 그렇고 지지자들도 그렇습니다.
마치 올 4.11 총선 직전의 야권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1당은 당연한 것처럼 설레발치다 망했던 그 시절 그 모습 말이죠.

문재인이 김부겸, 박영선, 이인영, 이학영 등을 선대위에 임명한 걸 두고
대통합 용광로 선대위라는 식으로 평하는 언론들을 보면서 좀 웃기더군요.
어차피 민주당에서 최고위원들 하면서 주류로 활동했던 사람들인데 
이를 파격적인 인사로 포장한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까 해서 말이죠.

안철수도 마찬가지죠.
아직까지는 자기가 찾아가면 주로 환호성을 올릴만한 곳만 골라 다니는 것 같던데
화면상 그림은 모양좋게 나올 수 있을지 몰라도
긴가민가 고민하는 중도층 내지 비토층을 끌어당길만한 요소는 없다고 봐야겠죠.
 
암튼 저는 지금 새누리당의 위기의식이 왠지 달갑지가 않습니다.
차라리 걔들이 좀 이완된 채 대선을 맞이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지금처럼 너무 빨리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져버리면
또다시 무언가 비상대책을 내놓을 것 같거든요.

가만히 지난 선거들을 곰곰히 회상해보면
항상 절박한 위기감에 빠진 진영이 결국은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야권진영의 승리를 위해서는 무언가 후보 진영 내지 지지자들을 멘붕 상태에 빠트리는 위기의식이
빠른 시일내에 한번쯤 찾아와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