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lary Rose & Steven Rose강간이라는 용어를 동물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동물에게는 강제 성교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1980년대에 동물 행동 분야를 주도하는 여러 학술지에서 동물 행동을 의인화하는 이런 종류의 사회생물학적 전략을 거부했다. 특히강간(rape)’이라는 용어를 청둥오리(mallard duck)나 밑들이scopionfly(Thornhill이 연구하는 동물)의 강제 성교(forced sex)를 가리키기 위해 쓰는 것이 배제되었는데 이 용어가 인간과 다른 동물의 강제 성교 행태 사이의 눈에 띄는 차이를 덮어두기에 인간이 아닌 맥락에서는 도움이 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동물 사이의 모든 강제 성교는 항상 임신 가능한 암컷을 두고 일어나기 때문에 번식 잠재력이 있다. 지난 30년 넘게 강간을 다루었던 여성 단체들, 법률가들, 그리고 여성주의적 범죄학자들이 기록했듯이 강간 피해자들 중 임신하기에는 너무 어리거나 너무 나이가 많은 경우가 종종 있다.

Yet as long ago as the 1980s the leading journals in the field of animal behaviour rejected this type of sociobiological strategy which anthropomorphises animal behaviour. Specifically, using the term ‘rape’ to refer to forced sex by mallard ducks or scorpionflies(Thornhill’s animal of study) was ruled out, as it is not a helpful concept in the non-human context because it conflates conspicuous differences between human and other animal’s practices of forced sex. Above all forced sex among animals always takes place with fertile femaleshence the reproductive potential. As those women’s groups, lawyers and feminist criminologists who have confronted rape over the last three decades have documented, victims of rape are often either too young or too old to be fertile.

(Hilary Rose & Steven Rose, Introduction, Alas, Poor Darwin: Arguments Against Evolutionary Psychology, 2)

 

 

 

진화 심리학자들은 보통 강간(rape)’이라는 용어를강제 성교(forced sex)’와 동의어로 쓴다. 둘을 굳이 구분해서 쓰겠다는 사람이 틀렸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개념은 정의하기 나름이니까. 그런데 그 구분 기준이라는 것이 정말 웃기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의 경우에는 항상 임신 가능한 암컷만 강간(그들의 엄밀한용법에 따르면 강제 성교’)한단다.

 

어떤 새는 적당히 색칠해 놓은 헝겊으로 만든 모형과 성교를 시도해서 유명해졌다. 내가 보기에는 그 모형은 임신 가능한 암컷이 아니다. 이것은 남자의 음경이 모니터 속에 있는 벌거벗은 여자를 보고도 발기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인간이든 다른 동물이든 어떤 심리 기제가 늘 적응적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의미에서 100%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암컷이 임신 가능한지 여부를 100%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데 찌질한 인간만 그런 능력을 진화시키지 못했다고 보는 이 놀라운 겸손함(?)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동물의 임신 가능성 여부 판별 능력이 100%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믿을 정도로 동물과 진화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감히 진화 심리학자들에게 훈계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문명국에서는 결혼을 하면 국가 기관에 신고한다. 반면 원시 부족의 경우에는 국가 기관에 신고할 수가 없다. 국가 자체가 없으니까. Hilary Rose & Steven Rose가 결혼이라는 용어를 원시 부족에 적용하면 이런 차이가 무시되기 때문에 결혼 개념을 오직 국가가 있는 문화권에만 써야 한다고 열변을 토할지도 모르겠다. 법적 문제를 다룰 때에는 그런 결혼 개념이 유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 인류학자는 원시 부족과 문명국을 포괄할 수 있도록 결혼 개념을 정의하고 싶어할 것이다.

 

진화 심리학자는 결혼 개념을 인간이 아닌 종을 포괄할 수 있도록 정의해서 쓰기도 한다. 만약 결혼 개념을 문명국으로 한정하는 것에서 원시 부족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면, 동물로까지 확장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보기 힘들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개념은 정의하기 나름이다. 각 분야에 따라 편리하게 쓰면 된다. 이 때 과연 그 개념이 얼마나 우아한지(또는 지저분한지)를 따지면 된다.

 

결혼 개념을 오직 문명국에만 써야 하며 안 그러면 엉터리라고 이야기하는 것, 결혼 개념을 오직 인간에게만 써야 하며 안 그러면 엉터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비판이다. 강간 개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강간 개념을 강제 성교와 동의어로 쓰고 싶으면 그렇게 쓰면 된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엉터리 의인화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엉터리 의인화는 동물의 심리 기제가 100% 완벽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식한 사람이 빠지기 쉽다.

 

 

 

오히려 강간 개념과 강제 성교 개념을 꼭 나누어야 한다고 하면서 “동물은 암컷이 임신 가능한 상태인지 여부를 100% 정확히 알아내는 초능력을 진화시켰다”라는 이상한 가정을 하는 것이 동물과 인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는 기독교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치한 인간 중심주의에서 유래한 것 아닐까?

 

오랑우탄과 인간을 모두 포유류라고 부른다고 해서 오랑우탄과 인간 사이의 중대한 차이가 무시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오랑우탄의 강제 성교와 인간의 강제 성교를 모두 강간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둘 사이의 차이가 무시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은 초등학생도 알겠다.

 

 

 

이덕하

201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