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철수가 민주당 내 정당 쇄신 과정이 부적절하거나 부족하다는 명분으로 대선 완주를 선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본다. 박원순에게 선뜻 서울 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해 준 것이나, 안철수가 현실 정치 과정에 몸담기로 결심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철수를 도와주는 엘리트 세력이 여전히 형성 중이라는 점, 집권 이후에 설사 민주당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민주당, 혹은 민주당에 속한 정치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가지고 있다는 점을 봐도 그렇다. 아마도 안철수는 단일화 이전까지는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정치적 프리미엄,- 즉 그의 정치적 프레쉬맨쉽이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 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아울러, 안철수가 보수/진보 프레임 대신 상식/비상식의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 정치를 목적 중심적인 행위가 아닌 과정 중심적인 행위로- 본인이 속으로는 달리 생각하고 있을지라도- 보고 있다는 점은 이번 대선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역동성을 증대시키는 핵심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현안에 대해서 연역적으로 어느 정도 미리 결정된 폐쇄적인 정치-경제-사회 프로그램을 내세우지 않고 각각의 사안별, 문제 중심적인 해결 방식으로 접근하는 태도 역시도 대중에겐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철수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책적 불확실성을 보완하면서, 상대적으로 이미 정교화되고 구체화된 상대 진영의 정책 프로그램에 맞서 자신의 접근 방식의 현실 적합성을 대중에게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자신의 지지율 상승 혹은 공고화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이다. 

2.지금처럼 유력 후보가 세 편으로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진영의 네거티브 공세는 별다른 효과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네거티브는 유권자들이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일대일 구도일 때에만 소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가운데가 느슨한 끈으로 묶여져 팔자 형태로 부풀어 있는 풍선 처럼, 풍선에 들어 있는 공기의 한 쪽이 줄어들면 다른 한 쪽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특히 지금 처럼 정치 비참여층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안, 문이 개혁 성향의 지지자들을 양분하고 있는 구도 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평균적인 유권자들은 여기 모여 있는 많은 분들처럼 그렇게 현실 정치의 역사적 과정에 대한 정보력과 감수성이 유별나게 예민한 사람들이 아니다. 

3. 문재인이 처한 사정 역시 다르지 않다. 국정 참여 경험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정당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다는 점, 권력 의지를 스스로 세운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역시 프레쉬맨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안철수 뿐만 아니라 문재인을 대권 후보로 밀어올린 대중의 힘과 요구가, 기존의 거물급 정치인들을 밀어 올렸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집단적으로 한 정치인에게 집중된 그 힘과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권력 의지의 성격 또한 과거와는 다르게 형성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두 사람은 거기에 대해 인식이 미치지 못할 정도로 몽매하지 않다. 현 정국은 사회 통합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선거 과정을주도하고 있으며, 그 전제 조건으로서 선거 과정의 통합을 양 후보에게 우선적으로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4.그렇기 때문에 안, 문이 구체적인 정책 현안들 보다는 현재의 우리나라 사회가 요구하는 포괄적인 정치적 정의가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표를 의식한, 득표에 도움이 되는 레토릭으로 점철된 언설이 아니라, 어떤 가치에 더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가를 먼저 제시하고, 그리고 그 가치들 간의 순위 설정을 자신이 어떤 이유에서 정당화시키고 있는지 솔직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게 해서 이런 원론적인 부분에 대해 두 정치인 간의 의식의 차이가 과연 무엇인지 보고 싶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재 언론은 여론조사 추이만 열심히 보도하고 있지 정작 중요한 이런 부분들은 거의 건드리지 않고 있다.) 

5. 선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연후에 안철수와 문재인 진영 간의 가상 정부 토론(소위 말하는 쉐도우 캐비넷간의 토론)이 있었으면 한다. 향후 5년간 각 분야에서 정책을 이끌 가상 내각의 수장들을 대동하고 나와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서로 쟁점을 던지면서 토론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경제/사회/외교/민생/통일/문화 정도로 영역적으로 포괄을 하고 거기에 대해서 각 영역의 가상의 수장들 혹은 정책 입안자들이 자유롭게 질의 응답을 해봤으면 한다. 토론 방식은 사회자나 중립적인 패널이 질문을 던지거나 의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자는 시간 배분만 하고 각 내각 가상 관료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들을 창조적으로 제기하고, 거기에 맞춰서 상대방 진영의 가상 관료들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해봤으면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은 문제 제기와 해결의 프레임을 각각의 진영의 수뇌들이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은 안, 문이 내각의 수반으로서 각각의 영역에서 제시되는 자신의 정책적인 과제들을 자신의 내각 안에서 어떻게 조율하고 통합해 내는지에 대한 감을 얻을 수 있다. 
 
6.이런 이후에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처럼 새누리 지지자들의 역선택 가능성을 배제한 복수의 여론 조사로 단일 후보를 결정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