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충 아크로 글 읽고 여론조사 보고 뭐 그러다가 저도 슬쩍 끼어들고 싶어서 쓰는, 얼렁뚱땅 맞으면 좋고 아님 말고 식의 판세 글입니다.

1. 안철수 대단하다.
예. 망둥어 취급했던 제 첫 판단은 완전 오류였음을 고백합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주 주말쯤 나올 여론조사를 봐야 최종적인 판단이 나올 것 같습니다만 현재까진 집중 공격에도 지지율 하락폭이 제 예상보다는 훨씬 낮습니다. 만약 이 흐름이 주말을 이어 당분간 지속된다면 안철수는 이 전의 박찬종이나 문국현 류와는 완전히 다른 후보임을 입증하게 됩니다. 피노님 말씀처럼 철수가 깨끗해서가 아니라 '철수를 통해 뭔가를 구현하려는' 흐름인 거죠.

2. 현재 대선의 키워드는 안철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여기 아크로 보십시요. 게시판 글로만 보면 이번 대선의 논쟁은 오직 안철수만 갖고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박근혜가 한자리 차지하고 있고 문재인은 그야말로 듣보잡 제3 후보처럼 보일 지경... 물론 아크로가 정치적 관심이 높은 곳이라 그럴 수 있으나...제 주변 둘러봐도 정치적 화제의 중심은 역시 안철수입니다.

3. 대선 판도의 변화
툭 까놓고 말해 이전 대선은 서부 리그와 동부 리그의 한판 대결이었습니다. 요 몇년 사이 계층 및 연령별 투표 경향이 감지되었지만 서부,동부 리그 결정전에 비하면 마이너했지요. 그렇지만 현재 안철수 흐름은 전자의 경향이 이제 대선에서도 서부-동부 결정전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여기 아크로에서 제기햇던 가설, 즉 이제 영호남 문제는 정치 무대에서 이전만큼의 비중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뜻합니다. 당연히 87년 체제도 끝을 보이는 거지요.

4. IT를 주목하라.
이건 순전히 제 감입니다. 제 주변에서 가장 완고하게 안철수를 지지하는 계층은 바로 IT 업종입니다. 다른 직종은 나이대에 따라 지지강도가 다른 반면 IT 쪽은 40대 이상에서도 안철수 지지세가 강합니다. 그리고 이건 안철수와의 친연성 뿐만 아니라 명박 정부 들어 IT 쪽이 소외감을 느꼈다는 사정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이후 안철수와 박근혜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힐 영역을 뜻합니다. 만약 박근혜가 호남에 우호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것과 아울러 IT 부흥에 대한 확실한 비젼을 보여준다면, 지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수도권 표를 일정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이게 효과를 보이면 박근혜로서는 정말 클로징이 될 수 있습니다.
역으로 안철수가 지금 같은 호남 지지세와 IT 업계 표를 굳혀 버린다면 문재인은 사상 최초로 듣보잡 제1야당 후보가 될 운명이죠.

그런데 그렇게 될까요?

5. 그럼에도 안철수는 어렵다.
단일화로 가면 어떻게 될까요? 떡밥님이 잘 지적하신 것처럼 당의 뒷받침없는 에이스는 지 아무리 슈퍼 에이스라도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지금까지야 워낙 단단한 맷집으로 버텼지만 사소한 잽이라도 계속 허용하면 결국 골병들죠. 그건 차치하고라도 대선 날이 다가올 수록 정당 조직은 힘을 발휘할 것이며 더 나아가 박근혜 지지자들의 역선택 가능성 또한 높아집니다. 

간단히 말해 안철수는 본선보다 세미 파이널 통과가 더 어렵습니다. 

6. 아직까진 누구든 박근혜를 이기기 어렵다. 
이건 누차 이야기했으니 생략. 다만 세미 파이널을 통과한다면 안철수의 승산은 40 정도로 올라갑니다. 문재인은 예전에 총선 결과 놓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파이널에서 승산 없습니다.

7. 생각해볼 문제
고종석이 쓴 칼럼입니다.
... 박정희는 생전에 정적을 여럿 만들었지만, 그 최고의 정적은 김대중이었다. 그가 ‘유신’이라는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정상적 대선제도를 없애버린 것도 김대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리버럴진영의 대표로 누가 나서든, 그는 김대중의 아바타일 수밖에 없다. 당위로도 그렇고 현실로도 그렇다. 그 상대가 박정희의 아바타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각을 세우려면 김대중을 가장 앞에 내세우라는 이야기죠.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