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 올린 글이지만 몇몇 분들의 글꼬라지를 보니 이곳에도 해당사항이 있겠어요.
---------------------------------



'국제적인 시선' 때문에 개고기를 합법화하지 못한다는 주장.. 이 주장의 의미는 뭘까요? 십중팔구 다음이겠죠?

==
우리 개고기 찬성자/미식가들은 떳떳하다. 다만 정부가 그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있을 뿐이다. 즉, 세계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그 실추가 국익에 손해를 끼칠까봐 개고기 합법화를 하지 않고 있다.
==

그러나 왜 같은 한국 사람들인데 전자와 넓은 의미에서 한국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따로 놀까요? 일반 국민에 속하는 이들 일부는 나라 이미지 실추나 국익 손실보다는 원칙적으로 무엇이 올바른 결정인가에 관심이 많은, 제가 좋아하는 종류의 지성인들이고 정부 인사들은 실용주의적이고 천박한 국익지상주의자들이기때문인가요?

솔직히, 저로서는 나라 이미지가 아주 약간 실추될지는 몰라도 눈꼽만큼이라도 국익 손실이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이건 전적으로 시시한 수준의 나라 이미지 등락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시한 수준의 이미지 등락이 걸려있는 것의 전부이기 때문에,정책/입법 제안/결정권자들 사이에 개고기 먹는게 떳떳한 식문화라는 생각이 자리잡고있다면 그 시선을 의식할 리 없습니다.

개고기 합법화가 안되고 있는 상황은 그들이, 일반 국민들 중 개고기 반대론자들 상당수와 마찬가지로, 개고기 먹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으로, 뭔가 시대의 보편적 추세에 뒤쳐지는 구태의연한 것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시한 수준의 이미지 실추말고는 일어날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추가 부당한 것이라기보다는 정당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엉거주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구인들이 개고기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 흔히들 '왜 우리만 가지고 뭐라 그래, 짱개들이 제일 많이 먹는데..'라는 푸념이 나옵니다. 확실히 아직도 '짱개'들이 제일 많이먹기는 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만과 홍콩에서는 이미 개고기는 불법화되었습니다. 대륙에서도 국가 주도로 개고기 불법화가 추진되고 있구요. 엉거주춤하고 있는 한국 정부보다는 중국 정부가 반려동물을 먹는 자국민들을 창피해 하고 있는거죠.


***


인간이 인간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인간을 맛있게 먹어온 이들에게는 청천벽력입니다. 우리 부족민들만 존엄?하고 우리 외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것들은 물건처럼 취급해도 된다고 믿었던 야만적 종족들에게 서구에서 뻗어나온 모든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이념은 황당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종족들의 고유한 식문화 전통이야 어떻든 인간이 인간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는 몇가지 보편적 근거가 있습니다.

그 근거중 가장 강력한 것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이고 고통에 가장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완전히 낮설었던 부족민조차도 일단 교류를 나눠보면 말과 감정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나와 같은 수준의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내 연인과 내 가족과 동일한 정서적 및 지적 능력을 가진 존재를 먹거리 취급하는 것은 야만적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인간만큼 이성적이지 않고 인간과의 사이에서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교류를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절대 그 동물들을 인간과 전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페스트균과 모기와 돌고래와 침팬치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인간과 덜 닮은 파충류를 인간과 더 닮은 포유류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고통을 느낀다는 증거도 없고 피도 안나오며교감의 폭도 적은 식물들을 붉은 피를 내뿜고 비명을 질러대고 공포에 질린 눈빛을 낼수 있는 동물들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습니다.

소, 돼지, 닭, 개, 고양이, 말은 어떨까요?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느냐와 무관하게 그 동물들 자체의 생물학적 복잡도를 놓고 볼때, 돼지나 말이 개보다 덜 지적이고 덜 감정적인 동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과의 관계를 놓고 보면 개가 가장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소, 돼지 등은 기본적으로 노예나 식량 취급을 당해왔죠. 따라서 불가피하게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개는 반려동물 1위의 지위를 점해온 반면 소, 돼지 등을 반려 동물로 대하는 이들은 극극소수입니다. 혹시 양질전화라는 말 들어들 보셨나요? 양의 차이가 커지면 질도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개를 반려동물로 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 개는 반려견이야'가 아니라 '개는 반려동물이야'가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동물들을 대할때 완전히 객관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1) 생명체는 모두 동일하게 가치있으니 모든 동물종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거나 2) 진화계통면에서 우발적으로 인간과 더 가까운, 즉 '객관적으로' 더 지적이고 감정적인 동물들일 수록 더 잘대해 주어야 한다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1)은 실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2)는 꽤 타당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간과 더 가까운 동물들일 수록 더 잘대해 줄 수밖에 없다는 인지상정에 의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돼지를 개만큼이나 좋아합니다. 돼지를 반려동물로 삼을 수 있는 사치를 원합니다. 그러나 이 사치는 말 그대로 사치입니다. 돼지가 개 이상으로 영리하고 감정을 지니는 동물이라 하더라도 개보다는 반려동물로서의 잠재력이 떨어지고 유난히 먹거리로서의 점수가 높습니다. 바로 이점, 즉 돼지가 인간과 맺을 수 있는 관계의 잠재력이 개보다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돼지는 거의 먹거리로만 취급되어 왔습니다. 물론 이 이유는 돼지를 주로 먹거리로 취급하는 것을 정당화하지는 못합니다. 그 이유는 그저 현실적인 이유, 아주 많은 인간들이 고기를 즐긴다는 이유와 연결되어있는 이유 때문에만 힘을 발휘합니다. 돼지, 소, 닭이 그 중심에 있는, 즉 돼지, 소, 닭을 친교대상이 아니라 먹거리로만 대해온 뿌리깊은 육식 문화를 고려할 때, 앞으로 아주 오랜 시간동안에도 그 동물들을 개와 동급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저를 포함해 인구의 극극극극극소수에만 먹힐 것입니다.

바로 이 현실이 동물보호운동가들이나 채식주의자들 일부로 하여금 개라도 먹지 말자는 주장을 하게 합니다. 제 식으로 말하면, '평생을 물건 취급당하며 먹거리가 되는 동물종들의 리스트에서 """개라도""" 빼주자'는 주장을 하게 합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반론이랍시고 '개만 특별 대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럼 소, 닭, 돼지는 뭐냐? 평등하게 개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고 주장하는 인간들은 두개골 안의 내용물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 그 주장은 '실천적으로' 오직 저같은. 혹은 저보다 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들만이 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주장을 하는 이들 대다수는 우리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주장을 하는게 아닙니다. 즉 그 인간들은 자기들은할 생각이 없는 실천의 입장에서 상대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건 반박이라기보다는 그냥 심술입니다.

- 그 주장은 논리적인 정당화와 실천적인 정당화를 혼동합니다. 논리적으로 끝까지 따져보면 개만 특별대우해야 할 이유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의 모습 자체가 끝까지 논리적이지 못한데, 끝까지 논리적인 기준만 내세워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습니다. 개만 특별대우해야 할 논리적 이유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개를, 그것도 어느 정도는 말이 되는, 제가 위에서 나열한 이유들로 - 그 자체로도 무자비하게 대해서는 안될만큼 지적이고 감정을 가진 동물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의 관계면에서도 '유난히' 그 관계가 반려적이라는 이유들 - 특별대우합니다. 이 현실도 세계의 일부이며 이 현실을 괄호 속에 집어넣고 '어떻게 동물들을 대해야 하냐'라는 쟁점에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실천적인 정당화라는 기준에서 보면, '먹거리 동물들로 취급되는 종들 리스트에서 개라도 빼주자'는 주장은 '아니 그건 다른 동물들한테 불공평해. 개도 먹어야 그동물들을 평등하게 대접하는거야'라는 주장보다 훨씬 더 올바른 주장입니다.

-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올바릅니다.

= 지구에서 생명체들이 겪는 고통을 늘리자는 주장이 아니라 가능한 한 줄이자는 주장이기 때문에, 그리고 불필요한 고통이 적은 세계가 그 반대의 세계보다 더 올바르고 인간적인 세계이기 때문에 더 올바릅니다.

= 개고기를 못먹게 된 인간들이 느끼는 고통보다 소위 식육용 개들이 당하는 고통이 더 줄어들어 마땅한 고통이기 때문에 올바릅니다.

[이 점에 동의하지 않는 인간들을 저는 유난히 이성적일 수 있는 존재라는 인간의 이념에 못미치는, 인간 이하의 동물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솔직히 말하면 이런 인간같지않은 인간들하고는, 박근혜나 이명박을 지지하는 인간들과 더 이상 나눌 얘기가 없는 것처럼, 더 이상 나눌 얘기가 없습니다. 닭, 돼지, 소는 먹어도 개는 안먹은 이들이 그 넷다 먹는 이들보다 이 세계가 더 행복해지는데 기여하는 이들이고 더 인간적인 인간들입니다. 나는 소, 돼지, 닭은 불쌍해서 못먹고 왠지 개는 전혀 안불쌍해서 고기는오로지 개고기만 먹는다는 분들은 인정해 드리죠~]]


==
이렇게 곡진하게 얘기해도 여전히 '소박하고 무식하게' 남아있을 이들이, <소, 돼지, 닭 등등을 현재의 운명에서 벗어날게 할 방도가 없는 한, 다른 동물들 역시 그 운명에빠지는 것에 개의치 않겠다. 개만이라도 빼주자는 주장은 내 공평무사함 센스가 용납할 수 없다!!!>는, 개가 생각해도 황당할 논리???를 계속 고수할 이들이 즐비하다는 것을 믿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