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계약서가 생각보다 큰 이슈가 되는 모양새다. 사실 문제 자체의 심각성으로 보면 bw같은 문제가 더 심각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다운계약서 같은 이슈가 일반인에게는 더 감각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동안 안철수가 갖은 검증 공세에도 굳건 했던 것에 비해 지금 다운계약서 파장은 좀 의외인 측면이 있다.

그것은 아마 "후보 안철수"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국민들이 후보가 되기 전의 안철수에 대해서는 비교적 너그러운 잣대로 바라봐 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안철수가 잘생기거나 착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 깊숙이 안철수가 나오는 것을 보고 싶다는 궁금증, 흥미가 검증 공세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지지율로 나타났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후보로 나온 안철수에 대해서는 기존의 정치인에 대해 그랬던 것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 되게 된다. 아니, 오히려 더 혹독한 검증의 기준을 들이댈 수 도 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안철수는 정당이라는 배경이 없는 무소속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사실, 87년 이후 무소속 후보가 대선에서 의미있는 지지율을 획득한 적은 거의 없다. 즉 현대 한국 정치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굳이 증명이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부분이다. 한국 정치가 아무리 반정당, 탈정당의 논리에 젖어들어 있다 하더라도, 대선에서는 정당 소속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왜 안철수는 굳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는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안철수 입장에서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고, 또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도 있다. 무엇보다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해서 경선을 하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 아마 친노 등쌀에 못이겨 손학규 꼴이 났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질문은 "왜 안철수가 독자 정당을 창당하지 않았나"가 될것이다.

이 지점에서 안철수에 대한 의견이 엇갈릴수 있다. 만약 안철수가 정당이라는 외피를 입기를 거부했다면, 나는 그것은 스스로 취약성이나 정치적 무능을 고백한 것이라고 본다. 안철수가 정당을 단순히 한계나 제약으로 보았다면, 그리고 그 한계나 제약을 돌파할 능력이나 용기가 없었다면, 그것 자체로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이다 . 

안철수의 정치 과정을 지켜보면, 지속적으로 "노무현 이전"의 민주당과 접촉하려는 모습이 포착된다. 박선숙, 장하성등은 굳이 분류하자면 dj의 자장아래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이헌재는 dj노믹스에서 악역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또 안철수가 말하는 혁신경제, 벤처경제는 dj가 당시 내세웠던 지식중심 신경제의 연장선상인 측면이 크다. 안철수는 당시 김대중 정부가 내세웠던 "정보 중심 중소 혁신 경제"의 논리에 스스로 크게 감화되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 그렇다면 왜 안철수는 그들과 함께 "정당'을 만들지 않는가? 물론 정당을 만드는 것은 위험부담이 큰 일이다. 하지만, 정치란 그런 위험부담과 함께 하는 작업이다. "대선"이라는 리스크 게임에는 "정당"이라는 더 작은 리스크 게임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당은 현대 정치가 구축한 하나의 제도이고, 그 제도는 나름의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정당은 그 안에 모든것을 포괄하고 용해하는 거대한 용광로와도 같다. 그래서 현대 정치학에서 정당은 "기적의 접착물", 즉 정치의 어디에서도 그 능력을 발휘하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특별히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정당이 갖는 장점은 여러가지이다. 첫째, 후보가 약할때 강한 정당은 도움이 된다. 후보가 약점을 노출할 때 정당이 존재감을 어필하면, 후보의 약점은 기존 정당 구도속으로 용해된다. 만약 후보보다 정당이 강하다면 후보의 낮은 지지율은 정당 지지율에 근접하게 된다. 둘째, 정당 경선은 일종의 예방주사이다. 본선에서 문제가 될수 있는 비리나 문제를 당내 경선에서 미리 폭로(?)하는 것은 오히려 그 문제의 파괴력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셋째, 정당이 있어야 선거 노하우가 구축되어 효과적으로 후보를 보필할 수 있다. 물론 거대 정당이 갖는 한계나 정당내 패권주의로 인한 리더십의 폐해가 잘못된 선거 전략으로 나타날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노하우를 보유한 정당의 선거전략이 무소속의 전략보다는 더 강력하고 효과적이다.

안철수에게는 세가지가 다 없다. 안철수의 약점이 노출될때 시선을 분산시킬수 있는 기존의 정당 대립 구도도 없고, 안철수는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앗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문제가 터질지 모르며, 무엇보다 안철수 캠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정치적 훈련을 받았는지 알수가 없다. 안철수 캠프의 불안성은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의 불안성보다 훨씬 더 크다. 이런 근본적인 불안감, 불안정성이 이런 다운계약서 문제에서 조금씩 터지는 것이다. 이런일이 계속된다면 안철수 캠프는 생각보다 빠르게 와해 될 수 있다.

그래서 안철수가 진짜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최대한 정당 정치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지금처럼 김대중 사람들을 캠프로 초청하는 식은 곤란하다. 근본적으로 안철수 뒤에 "정당"이라는 실체가 있지 않는 이상 안철수 캠프는 안철수의 부속물일수 밖에 없다. 하지만 3개월 남은 시점에서 그 일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민주당 정치인이 대거 안철수에게 쏠릴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안철수라는 원심력이 민주당 정치인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안철수라는 원심력이 스스로 사라질수도 있다. 그것은 순전히 안철수 개인의 역량 문제다. 앞으로 한국 정치의 타임 테이블은 정말로 흥미롭게 전개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