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하락으로 고민하던 박근혜가 결국 지 아버지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과했다 한다. 사과문을 보면 그게 사과라는 생각도 안 들고 진정성도 없어 보이지만 언론에서 사과라고들 하니까 사과라고 치자. 그런데 잘 못을 인정했으면 의원직이나 후보사퇴를 하는 정도의 후속행동을 해야 하는데 박근혜는 워낙 뻔뻔해서 그런지 아무런 후속 행동을 안 하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 마치 범죄자가 법정에서 “죄는 저질렀지만 사과를 할 테니 벌 대신 포상을 해 주세요” 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튼 박근혜는 딜레마에 빠졌다. 과거사에 대해 잘 했다고 해도 지지율이 떨어지고 잘 못했다고 해도 떨어진다. 지지자들이 박근혜를 지지하는 이유는 박정희에 대한 업적 때문이다. 그런데 지지자들이 업적이라고 생각하는 걸 과오로 인정한다면 박근혜의 지지 이유가 사라진다. 오히려 박근혜의 사과가 지지자들의 지지의욕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선거에서 지지의욕은 중요하다.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수동적으로 지지한다고 답하지만 그런 지지자들이 능동적으로 전부 다 투표장에 가는 건 아니다. 지지의욕이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가게 하는 것이다.


박근혜의 지지율하락은 박근혜의 인혁당이나 과거사에 대한 인식 때문이 아니다. 박근혜 지지자들은 그런 문제에서는 박근혜와 같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의 그런 반동적 인식은 그녀의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해가되는 게 아니다. 사실 최근의 박근혜 지지율 하락은 실제 박근혜의 지지율이 하락한 게 아니고 문재인과 안철수가 후보로 확정되었기에 관망하던 지지자들이 결집해 상대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다. 반면 박근혜는 내용물이 그것밖에 안되니 지지율도 거기서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최근 박근혜지지율의 하락은 박근혜 지지자나 부동층이 상대후보에 간 게 아니라, 관망하던 반박근혜 파들이 확정된 상대 후보를 구체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박근혜의 역량으로는 당선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박근혜는 절망적일까?


이런 박근혜에게도 붙잡을 지푸라기는 남아있다. 바로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가 써먹은 수법이다. 김대중, 김영삼 양쪽에 비밀리에 자금을 대주며 당선될 수 있다는 거짓 희망을 불어 넣어 끝까지 3자 대결로 가는 구도를 유지했던 수법이다. 양자 대결이었다면 노태우가 당선될 수  없었다.


박근혜도 이 수법을 채택해 지금 온라인에서 자기의 지지여론을 조장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댓글 알바들에게 상대후보의 지지가 실제보다 더 높은 것처럼 여론을 조성하라는 지침을 내려야한다. 그래서 상대후보의 명목 지지율은 높이고 자기의 명목 지지율은 낮춰 두 후보에게 단일화를 안 해도 당선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거기다 통합진보당 후보까지 완주하게 하면 박근혜는 전혀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수법이 성공해 끝까지 3자나 4자 구도를 유지할 확률은 그렇게 높지는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