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따르면 어린 침팬지는 엄마가 성교를 할 때 못하도록 방해한다. 나름대로 힘껏 뜯어말린다고 한다. 『인간의 그늘에서(In the Shadow of Man)』 또는 『Through a Window: 30 years observing the Gombe chimpanzees』에서 본 내용이다. 제인 구달은 주로 일반 침팬지(common chimpanzee)를 연구했다.

 

로버트 트리버스의 『Parent-offspring conflict(1974)』이 발표된 이후로 이유(weaning, 젖 떼기)를 둘러싼 갈등이 엄마와 젖먹이 자식 사이의 이해 관계 충돌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진화 심리학계에서는 정설이 되었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동생이 조금 더 늦게 태어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더 오랫동안 젖을 먹음으로써 엄마의 임신을 억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침팬지나 사냥-채집 사회의 인간은 자식에게 몇 년 동안 젖을 먹이며 자식이 젖을 자주 많이 먹으면 임신이 억제된다.

 

만약 성교를 방해해서 성교가 성사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 동생이 더 늦게 태어나도록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어린 침팬지의 성교 방해 행동은 적응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인 구달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따르면 엄마와 수컷 어른 침팬지는 개의치 않고 성교를 한다. 어린 침팬지의 성교 방해가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최근까지 나는 어린 침팬지가 쓸데 없는 일에 힘을 쓰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힘의 차이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어른들의 성교들 뜯어말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뭐 하러 방해하려고 힘을 쓸까? 이것은 나에게 조그만 미스터리였다.

 

최근에 어린 침팬지의 행동을 오류 관리 이론(error management theory)과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되었다. 오류 관리 이론에 따르면 동물은 비용이 더 적은 오류를 많이 범하도록 진화한다. 예컨대 어떤 지방의 뱀 중 10%만 독사라 하더라도 뱀을 무서워하도록 진화하는 식이다. 이 때 90%의 경우에는 독 없는 뱀을 피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그럼에도 뱀이라면 무조건 피하고 보는 것이 유리한 이유는 뱀을 피하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해 독사에게 물렸을 때 훨씬 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비슷한 논리를 어린 침팬지의 성교 방해 행동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성교 방해에 드는 비용에 비해 혹시 성공했을 때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면 성교 방해의 성공 확률이 지극히 낮다 하더라도 적응적일 수 있다. 성교 방해의 성공 확률이 0%보다 조금이라도 높다면 그런 행동이 적응적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성가시게 성교를 방해해도 성교를 하고자 하는 엄마와 수컷 침팬지가 자식에게 보복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방해의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반면 혹시라도 방해에 성공하면 동생이 태어나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쾌거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인간 어린이의 행동도 비슷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무섭다며 엄마와 아빠 사이에 자겠다고 우겨서 그날 성교를 공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행동에 혹시 성교를 방해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닐까?

 

현대 사회에서는 보통 서너 살 정도 되는 자식이 옆에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으면 부모는 성교를 포기한다. 우리 조상들은 어땠을까? 또는 현존하는 사냥-채집 사회에서는 어떨까? 그런 상황에서 부모가 성교를 시도한다면 인간 어린이는 침팬지 어린이처럼 성교를 못하게 뜯어말릴까? 자식이 옆에 깨어 있어도 부모가 개의치 않고 성교를 하는 문화권이 있다면 이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보노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과 같은 인간의 친족 종의 경우, 더 넓게는 포유류의 경우 비슷한 행동이 있는지 여부를 모른다. 만약 그런 행동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면 동생의 출생을 늦추려는 행동이라고 해석하는 적응 가설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0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