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출마기자 회견을 지켜보며 묘한 기분에 젖었다. 뚜렷한 이유도 없는데 안철수가 DJ의 21세기판 새 버전 같다는 인상을
받은 것이다. 가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코웃음칠 사람도 많을줄 안다. 그러나 표제는 그렇지만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도대체 뭐가 비슷한가? 출신지역과 성분, 학력과 성장 배경, 평생토록 사투를 벌이며 정치역정을 이어온 사람과 어느날 갑자기
백마타고 나타난 왕자님. 표면상 유사점이라곤 눈 씻고 봐도 없다.

 그러나  정치와 정치인을 꽤 오래 지켜봐온 내 육감이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느낀 이유를 하나씩 찾아볼 밖에 없다.
외람된 말씀이나 나는 DJ 를 조금은 안다. 이런저런 일로 시쳇말로 독대도 수차례 했고 깊다면 깊은 얘기도 나눈 바가 있다. 그건 그렇고
안철수를 DJ 의 새 버전 같다고 느낀 이유를 스스로 따져봤다.
 
 우선 생김새나 전체적 인상이 비슷하다. 얼굴이 동그스럼하고 볼에 살이 붙어있고 지혜를 가득 담고 있는 것 같은 은근한 눈빛도 지금
의 안철수는 DJ 의 젊은 날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런 인상의 인물은 생각이 합리적이고 기본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속에 깊이 감추고
있다. DJ 같은 천하미남을 안철수처럼 겨우 생긴 사람에게 비교하다니? 견강부회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다. 내 얘긴 용모의 우열를 따
지자는 게 아니고 대체적 인상을 보자는 것 뿐이다. 젊을 때 DJ 가 금호동 시장에 와서 유세하는 모습을 본 우리 어머님께서 집에 오셔

"어쩌면 젊은이가 저렇게 말도 잘하고 얼굴도 잘 생겼을꼬?" 하고 탄복의 말을 수도 없이 하는 바람에 나는 그때부터 어머니 따라 DJ
지지자가 되긴 했다.

 이번에 새삼 확인된 것이지만 안철수 뚝심은 국가대표급이라고 해야겠다. 일년여간 출마여부에 관해 그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리면
서도 끝내 확언을 하지 않고 버텨냈다.  말수도 적고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 뒤 결론을 얻은 다음에 겨우 입을 뗀다. 누구처럼 잠시 지지
율이 올랐다고 책임총리제니, 혹은 박누구, 안 누구에게 질 거라면 나오지도 않았다는 둥 입을 심히 가볍게 놀리는 사람과는 종자가
다르다. 뚝심이라면 DJ 도 두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다. 겉으론 부드럽게 웃지만 생명을 담보로 한 군부의 협조강요를 끝내 뿌리친
뚝심, 40년을 한결같은 신념으로 밀고나간 뚝심의 소유자가 DJ 아닌가.

 학력 전공과 관계 없이 두사람 모두 독서 예찬가라는 점도 같다. 안철수야 근래 자기 독서경력을 여기저기서 뽐내고 있다. 책에 인생
의 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아주 오래 전 몇사람 동료 문인들과 함께 DJ 를 만나 환담을 나누는데 문학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
에 나는 물론 다른 동료들도 진땀을 흘린 바가 있다.

 진실, 진심을 유독 강조하는 점도 유사하다. 보통 정치인들이 진심 혹은 진실이란 말을 입에 올릴 때는 거짓말을 하기 전에 미리 차단
막을 치는 것이다. 누구나 그걸 알고있다. 그런데 안철수가  출마발표 같은 중요한 순간에
'저는 진심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라고 말했을 때 다른 정치인들이 같은 말을 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가슴에 와서 닿았다.
표정과 억양 등에서 진실성을 감지하게 된 것이다. DJ 가 자주 쓰는 말에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라는 말이 있다. 반대자들은 이 말도 여러 형태로 폄훼하지만
나는 적어도 그가 이 말을 몸으로 실행하기 위해 많은 댓가를 지불했고 때로는 목숨까지 걸었던 점으로 봐서 그가 허언을 한 것
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심과 진정성으로 정치하겠다는 말이나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가 중요하다는 말이나  사실상
유사한 말들이다. 안철수는 당선여부와 관계 없이 정치쇄신을 위해 이 길을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는데 그가 이 약속을 지킨다면
앞서 DJ가 말한 무엇 대신 어떻게? 와 큰 차이가 없는 발언이 될 것이다.


  우연인지 의도적인지 몰라도 DJ 가 신뢰하고 그와 동행했던 인물들이 적지않게 안철수 주위에 가서 있다. 그것도 매우 중요한
포스트를 맡고 있다. 안철수는 DJ 가 IT 불모시대에 그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지않게 장려책을 썼던 점에 무척 고마와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안철수가 등장했던 초기에는 연예 프로그램을 통해 깜짝 등장한 아이돌 정도로 봤는데 일년 동안 그의 행적을 지켜보면서,
특히 그의 출마발표를 지켜보면서 나 같은 노털도 그에 관해 적지 않은 신뢰감을 갖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