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고종석은 제게 한글 글쓰기의 전범이다시피 했습니다. 그만큼 간결하게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이가 없었죠.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진정한 자유주의자이자 타인의 처지나 어려움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개인주의자였습니다.

그런 고종석이 절필을 선언했네요. 오늘 들은 가장 슬픈 소식입니다. 왜 좋은건 항상 가장 빨리 사라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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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글쟁이로서, 다시 말해 얼치기 기자이자 얼치기 소설가이자 얼치기 언어학자로서 독자들에게 끼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소수의 독자들이 내 글에 호의적이긴 했지만, 내 책이 독자들에게 큰 메아리를 불러일으켜 많이 팔려나간 적은 없다. 설령 내 책이 꽤 팔려나가고 운 좋게 거기 권위가 곁들여졌다 해서,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그리도 많은 글을 쓴 백낙청이 통일부 중하급 관료나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보좌관만큼이라도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미심쩍었다. 글은, 예외적 경우가 있긴 하겠으나, 세상을 바꾸는 데 무력해 보였다. 달포 전쯤, 술자리에서 친구 차병직이 자조적으로 “책은 안철수 같은 사람이나 쓰는 거야! 우린 아니지!”라고 말했을 때, 나는 진지하게 절필을 생각했다.

오늘로, 직업적 글쓰기를 접는다. 언젠가 되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접는다. 생계무책이기는 하다. 그러나 내게 생이 막막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지난 30년간 내 글을 읽어주신 이름 모를 독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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