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진실과 황당한 미신 사이에서
 

점쟁이들은 관상을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을 알 수 있다고 뻥을 치고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관상”이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면 수 많은 책들이 나오는데 나는 그 내용이 순전히 미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이 다른 사람의 얼굴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어내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얼굴을 잠깐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성별과 나이에 대해 상당히 정확히 알 수 있다. 또한 얼굴 표정을 보고 상대방의 마음 상태도 상당히 정확히 알 수 있다. 이것은 뻔한 진실에 속한다.

 

뻔한 진실과 황당한 미신 사이에 온갖 애매한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근거가 있는 믿음인지 순전히 편견에 불과한 것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골치 아픈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이미 얼굴의 여러 측면에 대해 상당히 그럴 듯한 가설들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런 것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아직 연구되지 않은 듯한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겠다.

 

 

 

 

 

좌우 대칭
 

인간은 다른 많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몸이 대체로 좌우 대칭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심장과 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인간의 몸은 좌우가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좌우 대칭이 아닌 부분이 있다면 뭔가 문제가 발생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에 문제가 있거나 환경적 요인 때문에 발달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좌우 대칭적인 인간을 더 선호하도록 설계되었다고 기대할 수 있다. 즉 유전자에 문제가 적고, 발달 과정에서 문제를 덜 겪었던 인간을 선호하도록 설계되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은 좌우 대칭적인 인간을 더 높이 평가한다.

 

얼굴의 좌우 대칭 문제에 대해서는 100년 전만 해도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심리학자들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수 많은 실증적 증거들을 수집했다. 좌우 대칭적인 사람이 IQ도 더 높았고, 심지어 여자는 좌우 대칭적인 남자의 냄새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종의 동물들이 좌우 대칭적인 상대와 짝짓기하려고 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똑똑해 보이는 사람과 멍청해 보이는 사람
 

다른 사람의 얼굴만 보고 똑똑해 보인다거나 멍청해 보인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향은 인류 보편적인 듯하다. 진짜로 문화권에 상관 없이 사람들이 이런 평가를 하는지 여부는 인류학적으로 상세히 조사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나는 그런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논의의 편의를 위해 모든 문화권에서 사람들이 그런 평가를 내린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로 지능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일까? 다운 증후군 같은 중증 정신 지체자의 경우에는 얼굴만 보고도 그 지능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머리가 나쁘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즉 지능과 얼굴 생김새에 대한 판단 사이에는 적어도 상관 관계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증 정신 지체자를 제외하면 어떨까? 그래도 얼굴과 지능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을까? 나는 이것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것을 검증하는 것은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얼굴에 확연히 드러나는 정신 지체자를 제외한 사람들(IQ가 평균 이하인 사람들을 모두 제외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의 사진 또는 동영상을 찍는다. 이 때 안경, 헤어 스타일, 화장, 옷, 표정 등을 통일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IQ를 측정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주고 똑똑해 보이는 정도를 점수로 매기라고 한다. 그 다음에 측정된 IQ 점수와 사람들이 매긴 점수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면 된다.

 

만약 둘 사이에 상당히 의미 있는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인간이 얼굴을 보고 지능을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켰다고 보는 적응 가설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둘 사이에 상관 관계가 없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똑똑해 보인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가설을 만들어보아야 할 것이다. 중증 정신 지체자를 판별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과도하게 일반화된 것일까? 지능에 집착하는 일부 문화권에만 있는 현상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왜 남의 얼굴을 보고 그런 평가를 내리는 것일까?

 

 

 

 

 

착해 보이는 남자와 비열해 보이는 남자
 

영화에서 보통 잘생긴 사람이 주인공을 하고 못생긴 사람이 악역을 맡는다. 그리고 못생겼다 하더라도 착하게 생긴 사람보다는 범죄형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악역을 맡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 같다.

 

사람의 얼굴을 보고 선악에 대해 평가하는 것도 인류 보편적인 특성으로 보인다. 물론 진짜로 인류 보편적인지를 가리기 위해서는 상세한 인류학적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평가가 실제 인간성을 반영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시한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조사를 해 보면 된다. 여기에서는 IQ 검사 대신 정신병질(psychopathy) 검사 등을 하면 될 것이다.

 

조사 결과 둘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이번에도 적응 가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인간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인간성을 추론해내는 메커니즘을 진화시켰을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사람들은 여자의 얼굴을 볼 때보다 남자의 얼굴을 볼 때 “착하게 생겼다/사악하게 생겼다”는 식의 평가를 더 많이 하는 듯하다. 이것은 적응론의 논리와 부합한다. 나쁜 짓을 남자가 더 많이 하기 때문에, 그리고 남자가 힘이 더 세기 때문에 남자를 볼 때 비열하거나 깡패 같은 인간인지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 시급하다.

 

정신병질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오히려 정신병질자가 더 매력적으로 생겼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엄밀한 통계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학자 개인이 받은 인상에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짐작으로는 매력적인 정신병질자가 남을 등쳐 먹는 일에 더 성공해서 더 눈길을 끌기 때문에 학자들이 그런 오해를 하는 것 같다.

 

만약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이것은 일부 문화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일까? 아니면 표정 인지 메커니즘의 부작용일까? 화난 표정과 가깝게 생긴 사람을 사악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웃는 표정과 가깝게 생긴 사람을 착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범죄형이라는 이미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섹시해 보이는 여자와 청순해 보이는 여자
 

섹시해 보이는 얼굴/청순해 보이는 얼굴의 이분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구분법이 인류 보편적인지 여부를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위에서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그것이 현실을 반영하는지를 조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때에는 IQ 검사 대신 성교를 한 남자의 숫자 등을 조사하면 될 것이다.

 

만약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역시 적응 가설을 세워볼 수 있을 것이다. 사악함/착함의 이분법의 경우에는 남자의 얼굴에 보통 대입하는 반면 섹시함/청순함의 이분법은 여자의 얼굴에 보통 대입하는 것 같다. 남자의 얼굴을 보고 일편단심일 것 같은지 아니면 바람둥이일 것 같은지를 따지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이런 남녀 차이는 적응론의 논리와 부합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여자의 경우에는 남자가 자신만 사랑하고 바람을 피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오랜 기간 시험하는 것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 어차피 오랜 기간의 시험이 필요하다면 얼굴을 보고 즉시 평가할 필요가 적을 것이다. 반면 남자의 경우에는 섹스를 금방 해 줄 것 같은 여자인지 여부를 즉시 판단해야 단기 짝짓기 전략(하룻밤 섹스)을 취할 것인지 장기 짝짓기 전략(결혼)을 취할 것인지 여부를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만약 상관 관계가 없다면? 이것은 일부 문화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일까? 아니면 표정 인식 메커니즘의 부작용일까? 유혹할 때의 표정과 비슷하게 생긴 여자를 섹시해 보인다고 생각하고, 수줍어할 때의 표정과 비슷하게 생긴 여자를 청순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뭐 하러 이런 것을 연구합니까?
 

나의 글을 읽은 사람 중에는 이런 질문을 할 사람이 꼭 있을 것이다. 이런 연구가 사람들의 감정만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모든 연구에서 상관 관계가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하자. 그러면 외모 지상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멍청해 보이는 얼굴”, “비열해 보이는 얼굴”, “섹시해 보이는 얼굴(금방 섹스에 응할 것 같은 여자)”이라는 이미지가 편견일 뿐이라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달갑지 않은 진실에 불편해 할 것이다.

 

어쨌든 현대 사회에서 외모 지상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는 못생긴 사람을 배척하고 잘생긴 사람을 떠받드는 양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키가 작은 사람, 뚱뚱한 사람, 빼빼 마른 사람에 대한 배척, 장애인 배척으로도 나타난다. 또한 멍청해 보이는 보이거나 사악해 보이는 사람을 회피하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심지어 범죄형으로 생긴 사람은 유죄를 받을 확률도 높다.

 

나는 이런 것들이 되도록 사라졌으면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해왔듯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외모를 중시하는 온갖 이유를 과학적으로 파헤친다면 외모 지상주의를 타파할 해법이 떠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잘못된 원인 분석은 그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오히려 해악을 끼칠 해법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정확한 과학적 분석과 좋은 의도가 만나야 한다.

 

어쨌든 진화 심리학자들 중에는 이런 문제에 대해 몹시 궁금해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이미 이런 것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 그들은 이런 문제를 과학적으로 파헤치려 할 것이다.

 

 

 

200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