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foxchannel.co.kr/program/pro_1.asp?prfPrmCd=PG258&page=intro (한국)

http://www.fox.com/lietome (미국)

 

FOX 채널에서 11월 6일부터 <라이 투 미(Lie to Me)>라는 미국 드라마들 방영하고 있다. 나는 그 전에 이 드라마 광고를 보면서 또 하나의 심령 드라마인줄 알았다. 주인공이 그냥 한 번 보기만 하고 금방 거짓말을 하는지 여부를 알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까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만든 것 같다. 홈페이지에도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Entering its intriguing second season, LIE TO ME is the compelling drama series inspired by the scientific discoveries of a real-life psychologist who can read clues embedded in the human face, body and voice to expose the truth and lies in criminal investigations(… 범죄 수사에서 진실과 거짓을 드러내기 위해 사람의 얼굴, 몸, 목소리에 배어 있는 힌트를 읽을 수 있는 실제 심리학자의 과학적 발견에서 영감을 얻은 …). (http://www.fox.com/lietome/about)

 

 

 

선천적 인간 본성을 연구하는 진화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감정의 보편성과 그 감정이 드러나는 형태 중 하나인 표정의 보편성에 주목한다. 한국에도 폴 에크먼의 『얼굴의 심리학 - 우리는 어떻게 감정을 드러내는가?』가 번역되었다. 몇 십 년 전에는 인간의 표정에 보편성이 있다는 연구를 발표한 에크먼에게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빈 서판론계의 스타 마거릿 미드는 여기에도 등장한다.

 

1960년대 말 심리학자 폴 에크먼은 미소, 찡그림, 비웃음, 못마땅함 등과 같은 얼굴 표정이 세계 어디서나 똑같이 표현되고 이해되며, 심지어 서양을 접한 적 없고 채집 생활을 하는 부족들에게도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발견은 다윈이 1872년에 발표한 저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에서 이미 제기한 두 가지 주장을 입증하는 것이라 했다. 하나는 인간에게는 진화의 과정에서 획득한 감정 표현이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다윈 시대에는 급진적이었던 것으로, 최근에 모든 인종은 공통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이었다. 이 고무적인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마거릿 미드는 에크먼의 연구를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망신”으로 평가했다. 이 정도는 온건한 편에 속했다. 미국 인류학회의 연례 회의 때 앨런 로맥스2세는 청중석에서 일어나, 에크먼의 사상은 파시즘이기 때문에 그에게는 연설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소리쳤다. 또 한 번은 어느 아프리카계 미국인 운동가가, 흑인의 얼굴 표정이 백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에크먼을 인종 차별주의자로 몰아붙였다. (때때로 어떻게 해도 안될 때가 있다Sometimes you can’t win.) 그리고 인류에게 선천적 능력이 있다는 주장뿐 아니라 어떤 종에게나 선천적 능력이 있다는 주장도 급진주의자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신경학자 토스텐 위젤이 데이비드 허블과 함께 고양이가 거의 완벽한 시각 체계를 갖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역사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어느 신경학자는 화를 내면서 그를 파시스트라 불렀고 그가 틀렸음을 입증하겠다고 맹세했다. (『빈 서판』, 199쪽, page 107)

 

<라이 투 미>는 표정의 선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은 문화권에 상관 없이 구분된다. 가짜 웃음은 눈가에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라이 투 미>는 진화 심리학의 입장에 서 있다. 심지어 주인공이 다윈과 진화론을 호의적으로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더 나아가 감정에 대한 기능론적 설명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인간이 공포를 느꼈을 때 손이 차가워지는데 그 이유는 빨리 도망가기 위해 다리에 피가 쏠리기 때문에 손에서 피가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설명이 옳은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포의 기능과 관련된 설명이다.

 

공포 감정의 기능에 대한 설명에 대해서는 진화 심리학에 적대적인 사람들까지도 별로 시비를 걸지 않는 듯하다. 역겨움의 기능에 대한 설명의 경우에도 그렇다. 둘 모두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한 메커니즘으로 보이며 공포의 경우에는 맹수 등의 위협에 대비한 메커니즘이며 역겨움은 세균 등의 위협에 대비한 메커니즘으로 보인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질투의 진화론적 기능까지 따지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빈 서판론자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빈 서판론자들에 따르면 질투는 질투 문화권에서 배우게 되는 것으로 진화론적 기능이 없다. 즉 자연 선택에 의해 설계되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은 지금까지 온갖 감정들과 표정들의 패턴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공포, 분노, 역겨움 등에 대해서는 그 기능까지 상당히 그럴 듯하게 밝혀냈다. 기능론적 설명은 왜 어떤 감정이 어떤 표정 또는 어떤 생리적 반응으로 연결되는지를 해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공포의 생리적인 측면은 위협 상황에 대한 대비로 설명될 수 있다. 몸은 재빨리 자기 방어를 하거나 도망을 치기 위한 생리적 준비를 하는 것이다.

 

반면 여전히 많은 감정들에 대해서는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슬픔과 눈물의 기능에 대해 진화 심리학자들은 확실한 대답을 내놓고 있지 못한다. 죄책감의 기능에 대해서는 개체 선택론자와 집단 선택론자의 가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개체 선택론자에 따르면 인간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보다 더 잘 번식하기 위해서다. 어느 정도 착하게 살면 친구를 사귀기도 쉽고 결혼을 하기도 쉽기 때문에 더 잘 번식할 것이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나 역시 이런 가설이 마음에 든다. 집단 선택론자는 다윈의 설명을 받아들인다. 다윈에 따르면 더 도덕적인 인간들로 이루어진 부족이 싸가지 없는 인간들도 이루어진 부족보다 더 번성했기 때문에 즉 집단 간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에 인간의 도덕성이 진화했다.

 

결국 기능론적 설명에 성공해야 감정의 주관적 측면, 표정, 몸짓, 생리적 측면 등의 온갖 패턴들이 왜 그런 형태를 취하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연 선택을 배제한 연구로는 패턴의 확인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 자연 선택을 바탕으로 한 기능론은 진주들을 꿰어서 목걸이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실이다.

 

 

 

<라이 투 미>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화면에 담긴 미국의 대통령들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그 해석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오마바가 정적인 존 매케인에게 자신도 모르게 “Fuck You”(가운데 손가락 욕)를 날리는 장면(적어도 주인공은 그런 식으로 해석한다)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겨 있다. 클린턴이 섹스 스캔들을 부인하는 장면에서도 거짓말을 할 때 보이는 전형적인 몸짓이 나온다.

 

 

 

이 드라마가 일상 생활에도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지도 모르겠다. 이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알아내는 기술을 상당히 습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계속 표정 알아내기 훈련을 한다면 거짓말 여부 등을 상당히 정확히 파악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표정만 보고도 순식간에 거짓말 여부를 거의 정확하게 알아낸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인간은 남의 표정을 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추론하도록 진화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구로 볼 때 여자가 이런 면에서 더 뛰어난 것 같다.

 

세상에는 보통 사람의 능력을 엄청나게 초월하는 특이한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외우며, 어떤 사람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확하고 빠르게 암산을 한다. 그렇다면 표정 읽기 천재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 그런 천재들을 모아서 몇 년 동안 훈련시킨다면 드라마 속의 주인공처럼 거짓말 탐지기보다 더 정확하게 순식간에 거짓말 여부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0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