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지난 2002년의 경우와 거의 비슷하게 진행돼고 있습니다. 다른거라면 재벌2세에서 벤처기업CEO로 바뀐 것, 과거에는 단일화를 입에 담았다간 반민주구태로 몰렸는데 현재는 정권교체를 위한 충정으로 위치가 바뀌었다는 것 밖에는 없네요. 정치판을 바라보는 인식도 바뀌고 가치판단의 논리도 상전벽해로 뒤바뀐 거죠. 행여라도 단일화가 안될까봐 안달이 난 과거의 "단일화 결사반대론자'들을 보고 있노라니 그저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문성근 너 말이야 엉?

어제 안철수가 대선출마를 선언했고, 정치공학적 분석은 다른 분들이 더 잘 하시니 저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 안철수 등장의 의미

우리가 이름을 알만한 정치경제 선진국치고, 사민주의정당이 집권당이나 제1야당이 아닌 나라를 보기 힘듭니다. 사민당 사회당 노동당 이름은 다양하지만, 좀 사는 나라중에서 사민주의정당이 듣보잡 취급받는 나라 혹시 보신 적 있나요? 미국이야 자본주의 패권국이니 달러빨로 버티는 특별한 경우라고 치고, 일본이 거의 유일한데 그런 일본조차 사민당이 30여년간 제1야당이었죠. 이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닐겁니다. 어떤 나라의 정치경제 수준이 일정 단계에 이르면, 사민주의정당에 대한 필요가 필연적으로 요청돼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겠죠.

만약 OECD 국가인 한국이 그런 나라들의 반열에 들어간다면, 한국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일겁니다. 사민주의정당이 듣보잡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으니까요. 진보정당들이 비슷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 80년대 NL과 PD라는 혁명지향적 이념 운동이 정당의 형태를 띤 채 관성적으로 남아있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그 정당들 내부에서 '사민주의'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는 뭐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구요.

어느 여론조사에 보면 한국인들의 사민주의에 대한 선호가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도 사민주의정당은 씨가 말라있죠. 혹시  사민주의 자체가 아니라 그저 '복지국가에 대한 부러움' 이 반영된 것이라 쳐도, 국민들의 선호와 실제가 이토록 어긋나 있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죠.

저는 안철수가 등장한 의미라는게 혹시 이것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들이 안철수에게 기대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 흔히들 분석하죠. 그런데 그 놈의 "새로운 정치"라는게 당체 뭘까요? 두리뭉실 쇄신 혁신 이런 이야기들은 하는데, 기존 정당들이 그런거 안해본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다쳐도 정당에 대한 쇄신 혁신의 요구를 무소속의 어느 유명인을 지지하는 걸로 표현한다? 국민들 일반이 정당들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많고 걱정이 깊으시다고 쇄신과 혁신때문에 단기필마에 불과한 사람에게 기존 정당들을 능가하는 열렬한 지지를 보낼까요? 정말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낭패인겁니다. 국민들 대부분은 아크로에서 날마다 정치를 끼고 사는 우리같은 분들이 결코 아니겠죠. 아크로 회원같은 정치매니아들에게나 해당되는 관심사때문에 50%에 가까운 국민들이 움직일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정치란 바로 '사민주의'의 다른 말에 불과한겁니다. 이제 다들 솔직해져야죠.

톡까놓고 말해서 안철수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뭘까요? 깨끗한 정치? 따뜻한 정치? 국민들이 무슨 문학소녀들도 아니고 그런 두리뭉실한 형용사는 무책임한 표현에 불과하죠. 한마디로 "못살겠다 갈아보자" 이게 정답인거죠. 안철수바람의 원인이라는 "기존 정당들에 대한 실망"을 다른 말로 바꾸면 뭘까요? "민주당 니네들 갈아엎어 버리겠어!! " 딱 이거인겁니다. 새누리당 지지층은 한번도 새누리당에 실망한 적이 없어요. 안철수 지지층이 정확하게 민주당 지지층과 겹치고 있는데 두리뭉실 "기존 정당들에 대한 실망" 이러는건 개소리에 불과한거죠. 새누리당 지지층은 현재 박근혜가 이뻐 죽을 지경인데 당체 뭔 소리들을 하고 있는건지.

과거 박찬종이나 문국현처럼 새로운 정치를 기치로 내걸며 등장한 단기필마들과는 다르게 안철수 지지율의 가장 특이점은 바로 호남에서 드러나고 있죠. 호남에서 외부 인사가 민주당의 공식 대선후보보다 지지율이 더 높은 이 현상은 매우 이례적인 것입니다.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달했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있을까요? 호남에서조차 그런 판인데 다른 지역은 말 다한거죠.  

이에 대해 어떤 분은 '친노들에 대한 호남의 거부감' 때문이라 하시던데, 그건 단편적인 관찰일 뿐이시죠. 광주/전남에서 문재인이 1위한건 어떻게 설명할까요? 민주당의 의사결정에는 이러니 저러니해도 호남의 의사가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런데도 문재인이 과반수 이상으로 당선되었죠. 이처럼 호남에서 안철수가 문재인의 지지율을 능가하는 현상은 "친노들에 대한 거부감" 말고도 커다란 다른 이유가 있는겁니다. 결국 호남도 민주당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못살겠다 갈아보자'에 동참을 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야권지지층들이 뭐 때문에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나섰을까요? 뻔한거지 않습니까?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런거죠. 빈부격차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겁니다.

그래서 제가 오래전부터 주장하고 경고한겁니다. 민주당은 한시바삐 한국형 사민주의정당으로 업그레이드 돼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거 게을리하다가 안철수에게 뒤통수 맞은거 그 이상 이하도 아닌겁니다. 장담하건데 민주당은 결국에 그거 못하면 철저하게 뭉개질겁니다. 친노고 구민주계고 나발이고 다 끝장인거죠.


2. 과연 안철수는 성공할 것인가? 


제가 보기에 현재 국민들이 특히 야권지지층이 안철수에게 기대하는 것과, 안철수가 그들에게 실제로 해줄 수 있는 것은 그 괴리가 너무 큽니다. 안철수는 설혹 대통령이 되더라도 노무현 이상의 실망만을 남기고 실패할거에요. 현재 야권지지층 불만의 요지인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요구는 결코 안철수가 이헌재 옆에 끼고서 채워줄 수 있는게 아닙니다. 오직 제대로된 사민주의정당이 출현해서 흡수해줘야 겨우 해소될락 말락하는 그런 것이죠.

이게 제대로 정리가 안되면, 또 다시 "깨시들의 깽판, 마음둘 곳 없어 우왕좌왕하는 야권지지층, 그저 새누리당만 욕하면 장땡인 줄 아는 무능한 정치인들, 혜성같이 등장한 외부인사에 혼비백산, 근데 쟤도 알고봤더니 실망이네..." 의 무한 리플레이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제 예언이 맞나 틀리나 한번 보자구요. 

사족) 어제보니까 문재인이 어디가서 "노동계의 요구가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면 되네 안되네" 이러면서 '비즈니스프렌들리'를 시전하셨다죠? 당체 밑바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그냥 미친겁니다. 박근혜조차 심상치않은 걸 느끼고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네 쌍용차를 찾아가네 마네 그러고 있는데, 당체 이런 애를 후보라고 뽑아놓은거 다들 머리에 총맞았거나 돌은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