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화는 실황일까요? 아니면 컨셉일까요? 아무튼 게르만의 위엄.jpg라고 할만하네요 ^^>


1. 그녀는 용서받지 못할 죄인일까?

우선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루저녀라고 불린 그녀는 과연 진심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리고 혹 그말이 지금은 진심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관념이 평생의 신념이 되어 그녀의 인생관이 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자들끼리의 솔직하고 장난어린 남자 취향을 그냥 잡담하듯이 TV에 나와서 말한 것 아닐까? 그냥 잡담이라면 용서받을 수 있는 말이 TV에 공개적으로 공표되었기에 이렇게 논란을 일으키는 것 아닐까? 조금만 아량을 가지고 그녀의 '잡담'을 이해해 주면 안될까?

오히려 이렇게 생각해보자. 그녀 역시 피해자 아닐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그녀에게 요구한 가치관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서 피상적인 가치로만 사람을 판단하도록 세뇌되어 버린 상태. 그녀가 설사 진심으로, 진정어린 신념을 말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녀의 사고는 우리 사회가 그녀에게 주입한 지배기표에 불과한 것 아닐까?

2. 누가 진정한 루저일까?

문제의 본질이 뭘까? 그녀가 키 180미만을 사회적 루저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것이 정말로 중요한 문제일까? 혹은 그녀가 잡담으로 하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한 것이 문제일까? 혹은, 이 사회에는 그녀처럼 생각하는 여자들이 꽤 많다는 것이 문제일까?

누구든 타인에 대하여 내심으로 어떤 평가를 내릴 자유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리고 그 표현을 입밖으로 말할 자유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의 본질은 그녀가 가볍게 뱉은 그 말의 무게가 과연 어느 정도의 질량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 오느냐는 것이다. 그녀가 루저라고 판단해서 우리는 루저가 되는 것일까? 내 경우를 보자. 나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수백만번 루저다. 아마 내가 그녀 곁에만 가도 그녀는 까무러 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가 나를 루저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나는 루저일까? 그녀 주장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자면 나폴레옹도, 아인쉬타인도, 이순신도, 류재석도 모두 루저일 뿐이다. 그러나 그녀가 과연 그들을 루저로 생각할까? 혹은 그녀가 그들을 루저로 생각한다고 해서 그들이 루저가 되는 걸까? 그녀는 그저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다는 취향을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다.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녀야 말로 루저가 될 가능성이 큰 인간이다. 그녀는 자신의 가치관으로 과연 행복한 삶을 꾸릴 수 있을까? 물론 외적으로 좋은 남편 좋은 집, 좋은 자가용을 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일까? 내게는 자신의 삶을 살수 없는  사람은  모두 루저다.

본질적으로, 누가 당신을 루저로 생각하든 스스로 자신을 루저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당신은 루저가 아니다. 그녀의 피상적인 한 마디는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줄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3. 한 아가씨의 연애관

우리팀의 한 아가씨가 있다. 그녀의 키는 마침 그녀처럼 170이다. 그리고 그녀는 가끔 농담으로 나를 비웃곤 한다. 어머 남자가 나보다도 작아서 어떻게 해요? 나, 하이힐 신고 못오겠다. 그러면 난 웃으면서 일부러 그녀 옆에 서곤 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 걸프렌드는 너보다 컸거든??

그녀는 눈이 무척 높다. 어떤 남자를 소개시켜 줘도 반드시 그 남자의 약점을 꼬집고 만다. 키크고 잘생긴 남자는 유머센스가 없다. 유머 센스 있는 남자는 직업이 변변찮다. 그리고 다 마음에 드는 한 남자는 키가 작단다.

그녀에게 물어본다. 왜 이렇게 까다롭니? 아직 배가 덜 고픈 모양이다? 그럼 그녀는 답한다. 어머...... 아무리 배고파도 데리고 다니면 부끄러운 남자는 싫어요.

니가 좋으면 그만이지, 부끄럽긴 뭐가 부끄러워?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답한다 그래도 친구들 눈이 있잖아요.

그순간 난 분명하게 정색을 하고 그녀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넌 사실 자신감이 없는 거야. 니가 좋으면 그냥 좋은 거야.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니가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야. 넌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 가려는 거잖아. 니가 뭘 좋아하는지 조차 잘 모르잖아.

그녀는 잠시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약간 붉어진 얼굴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맥주잔을 들고 있던 그녀의 손이 약간 떨리고 있던 것을 기억한다.

4. 피상적인 삶, 루저의 삶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피상적인 것을 우리에게 주입한다. 그리고 속삭인다. 이것이 삶의 모든 것이야. 외모, 차, 아파트, 스팩, 연봉, 그게 전부지. 그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루저야.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본다. 이 사회가 지배기표로 던지는 피상적인 이미지를 삶의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루저의 삶이라고. 아무런 깊이 없이, 아무런 추구 없이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던진 유행가의 가사를 자신의 삶의 지표로 받아 들이는 삶, 자신의 꿈이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은 어느 CF의 장면이며, 자신의 연인으로 꿈꾸는 사람은 어느 드라마의 캐릭터인 그런 삶.
자본주의는 가끔 우리에게 자신의 폐허를 황금의 궁전으로 보기를 요구하며 우리 중 누군가는 기꺼이 그 요구에 굴복한다.
그 굴복이 그들의 꿈을  실현하기를 기대하며. 루저는 그렇게 탄생하는 것 아닐까?

루저들.............. 그들의 꿈이 끝내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