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퍼는 어떤 이론과 부합하는 증거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 이론이 절대적으로 확실히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절대적 확실성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 귀납법의 한계다. 과학에서도 수학적 절대성에 집착하는 포퍼의 입장에서는 귀납법이 별 쓸모가 없다.

 

나는 과학에서 절대성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과학: 추측과 논박(포퍼)」 비판 노트: 06. 입증과 반증의 비대칭성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HFl/105

 

 

 

어쨌든 논의의 편의상 우리도 포퍼처럼 절대성에 집착하기로 하자.

 

포퍼에 따르면 만약 어떤 이론과 모순되는 증거를 하나만 제시한다고 해도 그 이론이 절대적 진리가 아님을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반증한 것이다. 입증하는 증거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 이론이 절대적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반증하는 증거를 하나만 대도 그 이론은 절대적으로 반증된다. 이것이 포퍼가 말하는 입증과 반증의 비대칭성이다. 얼핏 보면 너무나도 단순 명쾌하며 매혹적이다.

 

 

 

문제는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반증하기 위해서는 어떤 이론과 모순된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보여주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콰인이 잘 보여주었듯이 어떤 하나의 이론을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반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체계(여러 이론과 가정들로 이루어진 체계)가 어떤 실험 결과와 모순된다는 점이 절대적으로 확실하다 하더라도 그 체계 중에 어떤 이론 또는 가정이 틀렸는지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과학: 추측과 논박(포퍼)」 비판 노트: 12. 절대성에 집착하는 포퍼와 콰인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HFl/112

 

포퍼가 입증과 반증의 비대칭성에 이른 이유는 절대성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절대성이 부메랑이 되어서 “입증이 절대적일 수 없다면 반증도 절대적일 수 없다”는 콰인의 비판으로 돌아왔다.

 

 

 

포퍼가 “그래도 여러 이론들과 여러 가정들로 이루어진 어떤 체계가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반증될 수는 있다”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반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수 많은 이론들과 가정들로 이루어 있는 어떤 체계 안에 절대적 진리가 아닌 이론 또는 가정이 하나 이상 있다”는 곧 “우리의 전체 이론 체계가 절대적으로 완벽하지는 않다”는 뜻인데 이건 너무 뻔하지 않은가? 영어로 표현하자면 “trivial truth(뻔한 진리)”일 뿐이다. 기껏 “과학자는 신이 아니다”라는 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렇게 거창한 과학 철학이 필요한가?

 

 

 

요컨대, 포퍼의 과학 철학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포퍼는 “과학에서도 수학에서처럼 절대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이상에 집착했다. 이미 19세기만 해도 대다수 과학자들이 이런 무모한 이상을 포기했는데 말이다.

 

둘째, 절대성에 정말로 일관되게 집착한다면 입증과 반증의 비대칭성이 성립하지 않는다. 절대적 입증이 불가능한 만큼이나 절대적 반증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