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국민으로 살고 싶다"


이 발언을, 한 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황금사자상(영화제마다 최고상의 이름이 다르기는 하다만)을 수상한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 발언을 접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거추장스러움을 넘어 복잡하기까지 현대 사회의 규범을 넘어 정신적으로 가장 자유로와야 할, 아니 가장 자유롭다고 판단되는 '비주류 영화'의 감독이, 비주류 영화의 잔치라고 불릴 수 있는 국제영화제에서 그의 자유스러움을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그 영화감독이 한국의 작금 정치의 행태를 비웃기는 커녕 자진해서  '문재인의 국민으로 살고 싶다...........'?


'문재인의 국민'이라는 표현은 민주주의 시민(citizen)이 아니라 신민(臣民:subject)이라는 표현에 다름 아닌가?



두가지의 오류.........................가 내포되어 있을 수 있다.


첫번째 오류는 3대 국제영화제가 대단한 것일 수는 있지만 3대국제영화제 자체가 '자유스러운 정신의 상징'이라고 판단하는 잘못이다. 3대국제영화제의 역사를 볼 때 이 영화제들의 탄생 배경은 '자유스러운 정신'보다는 '파시즘을 버무린 결과'가 더 크게 작용하므로.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베니스 영화제는 파시즘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뭇솔리니가 정치적 일환으로 탄생된 영화제이다. 이에 반발하여 프랑스에서는 칸영화제를 탄생시켰는데 비록 히틀러의 침공으로 실제 영화제의 시작은 제2차 세계대전 후였지만 탄생동기는 '프랑스의 문화강국이라는 자부심을 넘는 그 무엇' 때문이었다. 그리고 베를린 영화제는 전쟁이 끝난 후인 1951년 독일에서 시작되었는데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만든 영화제에 '자유정신이 깃들었다'라고 할 수 있을까?



두번째 오류는 '비주류에 대한 일방적인 해석'이다. 비주류=자유정신으로 획일화된 등식을 대입하는 것은 비주류에 대한 제대로된 접근 방법이 아니다. 자본주의라는 스펙트럼에 놓고 보면 비주류에는 많은 층들이 있다. 자본주의가 진정한 창작정신을 해친다....라고 믿는 부류, 자본주의에 대하여 선택적인 입장, 그러니까 창작에는 접금 엄금이지만 배포 및 재생산에서는 일부 자본주의의 힘을 채택하는 부류, 주류가 되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게 되지 못하여 비주류에 머무는 입장................





이 두가지의 오류를 김기덕에게 적용한다면 비주류였던 그는 주류가 되고 싶어하기를 누구보다도 더 갈망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영화들에서 보여준 '자유스러움'은 관객이 착각한 것일 수도 있을 뿐 그의 영화에서는 그런 그의 심리가 제대로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영회평론가 '강유정의 평론'에 의하면 김기덕의 영화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 삶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그린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 삶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안전한 가정........................ 집으로 돌아와서 아파트 현관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따스한 보일러가 켜지고 TV에서 쏟아지는 문화 상품들을 소비하는 그 안락함.......... 그리고 아파트 각 동마다 있는 경비실과  철통같은 보안 잠금장치와 CCTV.............



그런 안락함을 김기덕의 작품들은 경비원을 살해하고, CCTV에 찍히는 것이야 사고가 발생한 후에 조치될 것들이니 지금 당장의 행위에는 전혀 구속력이 없으니 무시하고 촐통같은 보안 잠금장치를 해제시키고............ 목표하는 동의 호수로 가서 현관문을 어떤 방법으로 무력화시키던 전혀 관심없는 이웃들이니 충분히 현관문을 붕괴시키고 거실로 들어가 '타겟'을 살해하는 현실 말이다. 그리고 그 타켓은 바로 내가 될수도 있는데 관객들은 애써 외면하며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애써 외면하는 것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리가 애써 외면한 삶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그려내는 김기덕이야 말로 '자유로운 정신'이 아닌 주류를 위한 갈망을 영화 속에 투입시킨 것 아닐까? '너와 나'가 타자화된 것이 아닌 공동운명체라는 것, 그러니까 주류와 비주류는 거추장스러운 구분일 뿐이다...라는 주장 말이다. 그의 영화 속에 투영된 기의 정신세계가 어떻든 김기덕의 최근 언행들 속에서 이문열의 과거 행적이 슬쩍 비추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김기덕의 영화세계.... 그리고 그 영화세계에 투입된 그의 정신 세계가 어떻든 그건 각자 해석의 몫이지만 그의 정신 세계가 어느 쪽이든 '문재인의 국민'이라니..... 치졸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을 덤으로 시민에서 신민으로 격하시킨 김기덕은 차라리 황금사자상을 받지 않았는 편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그의 표현에 열광하는 무리들이 있으니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자발적 노예들..............................................이라고 하면 너무 그들을 '대접하여' 표현한 것일까?




속성은 전혀 다르지만 비주류에 대한 전혀 엉뚱한 발언이 파문이 일고 있다. 그 것은 어쩌면 비주류라고 인식되는 김기덕의 문재인의 지지에 대한 영향일수도 있다. 즉, 박근혜 캠프에서 김성근 감독의 고양원더스 방문에 이어 인디밴드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김기덕의 발언 탓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박근혜 캠프의 한 당직자가 '인디밴드는 2군'이라고 해서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파장이 일어나자 '박근혜의 생각이 아니다'라고 애써 변명하는 박근혜 캠프의 차리리 동정이 가는 변명은 그렇다 치고 그런 발언을 쌍수를 들고 비난하는 사람들의 변태적인 사고의식이 끔찍하게 다가온다.



기실, 박근혜 캠프의 2군 발언을 듣고 정작 대다수의 인디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2군'이라는 취급을 당한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말이다. 물론, 몇몇 인디들이 비판하고 나섰지만 그들은 '인디답게' '예, 소녀시대를 지향하겠다'라는 등 오히려 '조크'로 받아넘기고 있다. 그런 여유는 자유스러운 정신을 누리는 인디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이런 박근혜 캠프의 부적절한 발언을 유머스럽게 넘길 줄 아는 여유야 말로 우리 사회의 품격을 한단계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문제는 김기덕의 '문재인의 국민'이라는 발언에는 잠자코 있던 부류들이 박근혜 캠프의 2군 발언에는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태성을 어떻게 이해해야만 할까?



소름끼치는 '김기덕의 발언'...................... 하품나오는, 비록 나 자신도 인디문화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한다고 판단하지는 않지만, 하품나오는 박근혜 캠프의 2군 발언은 사회의 주류로만 살았던 새누리당의 소속이니 뭐 그럴수도 있다고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지만 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의 끔찍한 변태성을 어떻게 이해해야만 할까?




이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던, 우리 국민들은 '2군 비주류'라는 취급을 당하고 살거나, '신민(subject)'로 살거나.......... 뭐 지금까지 정치권들로부터 당해왔던 일이니 이제는 무감각해지기까지 하는데............. 저 끔찍한 변태성을 보이는 '자발적 노예들'의 전횡은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 것인지 아주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