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전사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영남인들에게) 그 욕을 하고 계신 피노키오님의 처지를 보면 (=여기 닝구님들 대개의 사회적 위치가 그렇게 보이던데) 그 욕을 먹는 영남인과는 넘사벽으로 잘사는 계층이고, 그런데도 그런 욕을 하고 계십니다. 이게 영남인들 눈에 어떻게 보일거라고 생각하세요?

맞다. 솔직히 말씀드려 나는 불편없이 신간편하게 산다. 하지만 나름 정직하게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어디가서 으시댈 정도 아니지만 남들처럼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부대끼면서 살지 않을 정도는 된다. 어찌보면 우리 사회에 대해서 특별히 불만을 가질 이유도 전혀 없고, 이렇게 아크로 드나들면서 정치상황에 예민한 촉각을 세우며 견해가 다른 분들과 다투면서 살 필요도 없다. 적당히 손해보면서 착한척하며 살아도 불편없고, 이렇게 근무시간에 아크로에서 키배질하며 시간때워도 누가 뭐라할 사람도 없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시라. 이래봬도 직업이 두개다.

더구나 단 한번도 내가 불로소득이라 여기는 부동산이나 주식에 기웃거려본 적 없고, 남의 피눈물을 내 소득으로 바꿔본 적도 없으니 내 신념에 비추어 부끄러운 삶도 아니라서 양심의 불편함조차 없다. 그냥 그렇게 널널하고 편한 인생이다. 솔직히 어디가서 호남출신임을 들킬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호적과 주민번호의 지역식별코드는 완벽하게 세탁이 되어 있고, 이력서와 프로필에도 호남은 완벽하게 제거되어 있으며, 완벽한 서울말씨를 구사한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몇가지 삶 속의 불편함은 있다. 호남출신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을 차별당해본 경험, 그리고 독립성은 강하지만 공부는 별로인 딸래미가 나중 비정규직노동자가 될게 뻔하다는 것과 혹시 마초스럽고 개차반인 놈과 결혼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다. 더불어 우리집 앞 골목에서 휴지주워 먹고 사시는 어느 이름모를 할머니의 존재가 내가 마주치는 불편함의 전부이다. 그래서 나는 비정규직노동과 학력차별과 여성문제와 복지문제에 관심이 아주 많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나중에 만약 사돈될 집안에서 딸래미에게 "부모님 고향이 어디시냐"고 물어볼 때 뭐라고 대답하라 말해야할지, 혹시 순진한 딸래미가 "아빠 고향은 전라도잖아? 왜 거짓말해야 해?" 라고 눈 똥그랗게 뜨고 물어볼 때, 뭐라고 말해줘야할 지가 나의 유일한 걱정거리이다.

"세상에나 그까짓걸 고민이라고 이렇게나 열심히 닝구질을 하셨어? 참 신간도 편하시고 잉여력이 넘치시네"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신간 편한 놈이라고. 내가 신간편하게 그런 사소한 것들을 심각하게 여길지 말지는 온전히 내 자유이고, 나 신간편하게 사는데 누구한테 도움받은 적도 없다. 그리고 적어도 나는 지금껏 딸래미에게 단 한번도 남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가르쳐본 적 없고 시켜본 적도 없다. 이렇게 나는 죄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왜 내 딸에게 '양심을 속이라'고 말해야만 하는지? 왜 내가 그런걸 고민해야하는지? 만약에라도 내 딸이 "아빠 그 집에서 전라도 집안과는 사돈 맺을 수 없데" 라며 징징 짤 때, 내 딸의 눈물은 누가 책임지는가? 나 신간편하게 사는거 비난하던 당신들이? "전라도 집안과는 사돈 맺을 수 없다"는 사람들은 결코 인종주의도 아니고 그저 정치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당신들이 책임져주는가?    

맞다. 당신들 말대로 지역차별은 어쩌면 여타의 차별들과 비교해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노동차별 남녀차별 학력차별이 훨씬 더 심각한거 안다. 그러나 그 말씀은 역으로, 다른 차별들에 비해서 해결하기가 비교적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은 안하시는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 지역차별조차 해소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그보다 더 심각한 다른 차별들이 과연 해소될 수 있을까? 역으로 만약 지역차별이 해소될 수 있는 사회라면, 여타의 차별 또한 해소될 수 있으리라 희망할 수도 있지 않는가?

나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왜냐면 내가 차별받아 봤기에, 차별당하는 고통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닝구들이 여타의 차별에는 눈감으면서 지역차별에만 집중한다고? 죄송하지만 그것은 웃기는 말씀이다. 여타의 차별과는 다르게 주로 지역차별이 정치적으로 유의미하게 표출되고 있기에 집중할 뿐이다. 나는 여타의 닝구님들 역시 그럴거라고 믿는다. 나는 그 분들이 만약 학력차별 남녀차별 노동차별이 정치적으로 표출된다면, 기꺼이 차별당하는 자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호남의 유권자들이 각종 설문조사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 아니던가?

그러나 차별은 이렇게 일상의 차별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차별은 근본적으로 은폐되고 내재된 것이다. 모든 종류의 차별이란 근본적으로 "기회의 차별"에 다름아니고, 기회란 결국 "생산과정에 공평하게 참여할 권리, 생산물을 공평하게 나누는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멸시나 배제등 차별적감정이란 그저 기회의 불공평함을 포장하고 합리화하고 은폐하는 감정적도구로써, 그리고 차별을 더욱 확대 증폭하는 기능할 뿐인거다. 여성차별이란, 여성을 차별함으로써 그들이 생산과정에 공평하게 참여할 권리를 원척적으로 박탈하고, 생산물을 공평하게 나누는 경쟁에서도 배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남성들이 유리한 위치에 서는 현상에 다름아니다. 이렇게 학력차별 노동차별 인종차별 이주노동자차별의 기본 메커니즘은 모두 동일하다. 지역차별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차별의 경제학이고 계급성이다. 차별을 함으로써 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경쟁할 수 있고, 또한 자본의 입장에서는 차별당하는 대상으로 하여금 보다 손쉽게, 더 낮은 임금과 비용으로, 기꺼이 하층노동에 종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차별을 옹호한다는걸 알아야한다. 이것이 바로 자본과 결탁한 한국 보수주의와 영남패권주의의 실체이다. 이렇게 모든 차별의 배후에는 자본이 도사리고 있고, 남성우월주의 학력제일주의 영남패권주의가 자본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며 결탁한 형태로써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들을 이미 목격하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과연 여기서 지역차별을 여타의 차별들과 분리시키고 싶어하고, 닝구들의 지역차별철폐라는 구호를 비웃고, 그것을 그저 지역주의라는 허위의식으로, 단순한 정치적 갈등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분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 분들인건가? 차별은 곧 불평등이다. 모든 불평등은 해소되어야 한다. 불평등의 해소를 불편해하는자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