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어렵게 생각하세요. 야권 지지성향의 사람들에게 선택지가 문재인 아니면 안철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안철수가 편지를 써서 보냈다면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했겠죠. 문재인이 먼저 대접을 해주니까 문재인 지지한다고 하는 거고, 안철수에 대해서도 그의 착한(척 하는?) 성격이나 모호한 행보에 거부감만 안느낀다면 범야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서 마찬가지로 호감을 표시할 겁니다. 이게 김기덕만 그런 게 아니라 야권지지자들의 일반적인 성향이 다 그렇죠.

가끔 보면 답답한 게..일반인들은 여기분들 같은 정덕후가 아닙니다. 민주당 내부의 사정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고, 호남 정치인 영남 정치인 따로 구분해서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민주당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영남 친노가 이겼는데, 그 배경에는 정치권 내부의 역학관계(=노무현 중심)가 1차적으로 작용했고, 또 여기분들 같은 (유권자 전체로 보면) 극소수에 불과한 열성적인 지지층(소위 강성노빠)들이 노무현 시대 이후로 언론이나 매체를 장악하면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2차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거죠.

우리가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일컫는(=넓게 보면 김기덕이나 진보성향 지지자들 까지 포함되겠죠), 노무현 시대 이후로 정치적 각성을 시작한 다수의 시민들이 다 이 정치-문화-사회적 영향권 안에 있습니다. 참여정부에 실망해서 이탈했던 민심이 안철수에게로 결집되지 않는다면, 나머지 선택지는 친노정치인 밖에 없죠. 야권의 현실이 그런데, 영남인이라서 영남인 찍는다는 소리가 왜 나오는 것인지..^^;;

그리고 친노만 부각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건 세대의 문제죠. 지금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이들, 이중 사회적으로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갖고 있는 중추 세대가,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까지 이어진 군사독재, 또 문민정부 출범 이후의 부정부패와 삽질정치를 직간접적으로 다 경험한 이들입니다. 당연히 자유당 부터 한나라당 까지의 대한민국 보수세력의 정치사에는 환멸을 느끼고 있죠. 반면 YS와 DJ로 대표되는 민주개혁세력에게는 유대감을 표시하고 있는데, 하지만 그 유대감이 선거당일에 표로서 결집되는 한순간을 제외하면 일상에서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로 까지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자기 인생을 걸어야 했고, 문민정부 출범 이후로도 정치참여를 할 수 있는 언로 자체가 없었죠.(=인터넷이 없던 시절입니다) 정치권의 소식을 전해주는 일방향의 유일한 창구가 조중동 종이신문이었는데, 이 창구를 통해 비춰진 구태한 정치현실은, 이 세대의 절대 다수에게 암울함만을 던져줬죠. 정치적 불신과 냉소가 팽배했고, 이 세대는 그러한 불우한 정치의식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DJ정부 때 부터 사정이 변했습니다. YS도 DJ도 이 세대가 세운 후보는 아니죠. 이 세대가 정치적 각성을 시작하기 훨씬 전 부터 정치 9단이라는 명명하에 이분들은 이미 주어져 있는 선택지였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YS도 DJ도 이 세대가 온전히 자신들의 희망을 투사하는 대상일 수가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DJ를 끝으로 삼김시대는 종언을 고하게 된 거죠. 하지만 노무현은 다릅니다. 하필이면 DJ정부 때 IT분야가 급격하게 발달했고, 하필이면 그 시기 동안 인터넷 회선이 전국적으로 깔리게 됐죠. 이제 사람들이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종이신문의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쌍방향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인터넷 회선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그 파편화된 의사가 광범위한 여론으로 까지 결집되는 전천후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안티조선 운동이 그랬고, 또 02년 대선은 그 절정이었죠. 그 절정에 이르는 황홀한 집단적 경험속에서, 이 세대가 자신들의 손으로 세운 후보가 바로 노무현이었습니다. 노무현은 이 세대의 정치적 기획과 참여속에서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죠. 이것은 그 이전에 없었던, 이 세대만이 간직하고 있는 유일하고도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대국적으로 보면 이 사건은 호남의 결집된 몰표가 만들어낸 정치적 승리였죠. 하지만 그 투표가 있기 전 까지의 과정은, 호남이 주축이었다기 보다, 지역불문하고 현재 야권성향에 있는 이 세대 전체의 어떤 집단적인 승리와 환희의 경험이었습니다. 그 승리와 환희의 경험이 야권 지지자의 개인사에는 뚜렷한 족적으로 남게 된 거죠. 그래서 참여정부의 실정이 거듭되어도, 이 세대는 노무현을 완전히 부정할 수가 없는 겁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자신의 개인사의 부정으로 까지 극단적으로 받아들이고(=소수의 극렬 노빠들) 대개의 사람들은 노무현의 실정까지 안고가야 한다는 책임감속에 인간 노무현을 긍정적으로 추억하고 있습니다(=서거 이후에 이러한 정서가 다시 폭발했죠) 대체로 이러한 분위기가 이 세대 전체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접하는 이후 세대들은 그가 야권의 정치적 세례를 받는 한, 노무현을 진보개혁세력의 상징으로 생각하면서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 자연스런 수순이 되버렸습니다. 그렇게 되버렸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노무현 관장사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거고, 그렇게 되버렸기 때문에 야권의 지지자라면 자연스럽게 또 가장 높은 확률로 노무현의 사람들을 지지하는 겁니다.

결론은? 김기덕이 영남사람이라서 문재인을 미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드라마의 주역이 온통 영남 친노이기 때문에, 언제나 주인공만을 좋아하고 주인공에게만 감정이입을 하는 (야권 성향의)다수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친노 정치인을 밀게 되는 겁니다. 그게 대중 문화의 지배적인 현상이고, 대중들의 정치 문화 역시 이러한 근본적인 속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다만 안철수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부상하게 되니까, 이제 대중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문재인에서 안철수로 향하고 있는 것 뿐인데 이러한 흐름을 두고 영남인이 영남인을 미는 호적중심주의로 이해하는 것은 닝구들 빼면 아무도 공감하지 못할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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