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의 “셀프 제명”을 조롱하는 기사를 썼다.

 

7일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선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신당권파의 박원석·서기호·정진후·김제남 의원 등 비례대표 의원 4명이 의총에 참여해 자신들을 제명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헌정 사상 초유의 '셀프(self) 제명'이었다.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고 제명되면 의원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신당을 창당하려는 신당권파가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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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우리나라 진보 진영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 막장 드라마"라고 말했다.

 

"금배지 혜택·돈 포기 못해"… 진보당, 헌정사상 초유 '셀프 제명'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08/2012090800246.html

 

 

 

유감스럽게도 나는 <조선일보>의 조롱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편법과 불법을 일삼는 구당권파가 싫어서 갈라서겠다는 신당권파도 어이 없는 편법을 쓴 것이다.

 

만약 당에서 제명 당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국회의원직을 포기하는 것이 도리다. 자신의 제명에 자신이 찬성했다면(셀프 제명)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그렇다면 무슨 낯으로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건가?

 

 

 

신당권파는 이런 셀프 제명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국회의원직처럼 탐나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편법을 쓰겠다”라고 전국민에게 알린 꼴이다. 원칙이고 나발이고 국회의원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이런 면에서 새누리당과 다를 바가 별로 없다는 것을 광고한 것이다.

 

국회의원직을 잃는 것이 그렇게 아까운가? 그런 편법을 써서 국민의 지지를 잃는 것은 아깝지 않은가? 민중과 원칙과 대의를 위해서라면 당장의 권력, 당장의 돈을 포기해야 마땅하다.

 

구당권파의 한심한 모습이 싫어서 깨끗한 정당을 만들고 싶어서 분당(또는 탈당)하자는 것 아닌가? 국회의원 몇 석 얻겠다고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지른 그들이 싫어서 갈라서겠다는 것 아닌가? 편법은 맞지만 불법은 아니니까 괜찮다는 건가?

 

 

 

그렇게 편법으로 국회의원직을 유지해서 진보 정치를 위한 의정 활동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온갖 편법을 일삼는 자본가들을 무슨 낯으로 비판하겠다는 건가? “당신도 법을 어긴 것은 아니군요? 그 정도 편법이야 우리들도 애용하지요”라며 그들 편을 들어줄 셈인가?

 

 

 

왜 진보에만 원칙과 깨끗함을 요구하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진보주의자이며 진보 정당이 보수 정당보다 훨씬 더 깨끗했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다. 나는 깨끗한 진보 정당이 깨끗한 보수 정당과 경쟁하는 사회가 지저분한 진보 정당이 지저분한 보수 정당과 경쟁하는 사회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복지 문제에 대한 입장이 어떻든 원칙을 중시하고 편법과 뇌물을 멀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선이다.

 

그리고 그렇게 항변하는 사람은 보수 정당의 불법과 편법을 비판하지 않았나? 보수파가 지저분한 일을 할 때에는 실컷 비판해 놓고, 진보파가 지저분한 일을 할 때 비판하면 “왜 나만 가지고 그래?”라고 항변할 셈인가?

 

보수파가 “진보파인 당신들은 보수파인 우리보다 더 깨끗해야 돼”라고 말한다면 정말 웃기는 일이다. 그 말은 곧 “보수파인 우리들은 진보파인 당신들보다 더 더러워도 돼”라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보수파가 그런 말을 한다면 실컷 비웃어주면 된다. 하지만 진보파인 내가 “진보파인 우리들이 보수파보다 더 깨끗했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무슨 잘못인가?

 

 

 

지금이라도 신당권파는 셀프 제명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국회의원들은 의원직을 포기해야 한다. 그들이 국회의원직에 그렇게 집착한다면 새로 만들 진보 정당에서 받아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편법이 가능했던 이유는 탈당하면 비례대표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제명 당하면 상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법을 바꾸어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에 투표해서 뽑는다. 따라서 그 정당에서 제명되면 당연히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해야 한다.

 

 

 

이덕하

2012-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