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다음 글을 읽어야 이 글의 내용이 이해될 것이다.

 

「과학: 추측과 논박(포퍼)」 비판 노트: 06. 입증과 반증의 비대칭성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HFl/105

 

 

 

포퍼는 근사(近似, approximation)적으로 진리에 근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Our propensity to look out for regularities, and to impose laws upon nature, leads to the psychological phenomenon of dogmatic thinking or, more generally, dogmatic behaviour: we expect regularities everywhere and attempt to find them even where there are none; events which do not yield to these attempts we are inclined to treat as a kind of 'background noise'; and we stick to our expectations even when they are inadequate and we ought to accept defeat. This dogmatism is to some extent necessary. It is demanded by a situation which can only be dealt with by forcing our conjectures upon the world. Moreover, this dogmatism allows us to approach a good theory in stages, by way of approximations: if we accept defeat too easily, we may prevent ourselves from finding that we were very nearly right.

 

It is clear that this dogmatic attitude, which makes us stick to our first impressions, is indicative of a strong belief; while a critical attitude, which is ready to modify its tenets, which admits doubt and demands tests, is indicative of a weaker belief. Now according to Hume’s theory, and to the popular theory, the strength of a belief should be a product of repetition; thus it should always grow with experience, and always be greater in less primitive persons. But dogmatic thinking, an uncontrolled wish to impose regularities, a manifest pleasure in rites and in repetition as such, are characteristic of primitives and children; and increasing experience and maturity sometimes create an attitude of caution and criticism rather than of dogmatism.

(Conjectures and Refutations, 64~65)

 

규칙성을 발견하고자 하는 우리의 성향과, 자연에 법칙을 부과하려는 우리의 성향은 독단적 사고dogmatic thinking, 또는 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독단적 행동이라는 심리학적 현상으로 귀착된다. 우리는 어디에서나 규칙성을 기대하며, 규칙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데서조차 규칙성을 발견하려고 한다. 이러한 시도들에 부응하지 않는 사건들을 우리는 일종의 <배경 잡음background noise>으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기대가 부적절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때에도 우리는 그 기대를 고집한다. 이런 독단적 행동은 어느 정도까지는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의 추측을 세계에 부과함으로써만 다룰 수 있는 상황 때문에 필요하다. 더욱이 이 독단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근사치 접근 방식에 의해 단계적으로 좋은 이론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가 너무 쉽게 패배를 인정하면, 우리가 거의 옳았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가 첫인상을 고집하도록 만드는 이 독단적 태도는 분명히 강한 믿음을 나타낸다. 반면에 스스로의 주장을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의심을 인정하고, 시험을 요구하는 비판적 태도는 보다 약한 믿음을 나타낸다. 흄의 이론 및 통속적인 이론에 따르면, 믿음의 강도는 반복의 산물이어야 한다. 따라서 믿음의 강도는 항상 경험과 더불어 커지고, 사람이 원시적이지 않을수록 더 강해야 한다. 그러나 독단적인 사고, 규칙성을 부과하려는 분방한 욕구, 관섭과 반복 일반에서 얻는 분명한 기쁨 등은 원시인과 어린이들에게 특징적인 것이다. 그리고 경험과 성숙이 증가할수록 독단적 태도보다는 오히려 신중하고 비판적인 태도가 자주 나타난다.

(『추측과 논박 1, 105)

 

 

 

특히 “this dogmatism allows us to approach a good theory in stages, by way of approximations: if we accept defeat too easily, we may prevent ourselves from finding that we were very nearly right”라는 구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이론과 모순되는 확실한 사례가 발견되었다면 그 이론이 절대적 진리는 아님이 입증된 것이다. 하지만 그 이론이 근사적 진리일 수는 있다. 나는 어떤 이론이 근사적 진리를 잘 포착한다면, 즉 그 이론이 충분히 강력하다면 설사 절대적 진리가 아님이 확실이 입증되었다 하더라도 그 이론을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이론보다 더 나은 이론이 나왔다면 왕좌를 빼앗길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뉴턴의 이론이 차지하고 있던 왕좌를 빼앗은 사건이 그 훌륭한 예다. 어쨌든 뉴턴의 이론도 훌륭한 이론이다.

 

만약 절대적 진리에만 집착하면 반증(수학적 의미의 반증)은 곧 이론 폐기로 이어진다. 반면 근사적 진리 개념까지 고려한다면 과학은 그렇게 이분법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위에 인용한 구절은 포퍼가 이런 면에서 나와 생각이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포퍼는 근사적 진리까지 고려하는 사고 방식에 “독단적 사고”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한 다음 구절을 보자. 포퍼는 “독단적 사고”를 사이비과학과 동일시한다. 이런 구절을 보고 포퍼가 근사적 진리 개념을 사이비과학과 동일시한다고 결론 내린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But the distinction between dogmatic and critical thinking, or the dogmatic and the critical attitude, brings us right back to our central problem. For the dogmatic attitude is clearly related to the tendency to verify our laws and schemata by seeking to apply them and to confirm them, even to the point of neglecting refutations, whereas the critical attitude is one of readiness to change them—to test them; to refute them; to falsify them, if possible. This suggests that we may identify the critical attitude with the scientific attitude, and the dogmatic attitude with the one which we have described as pseudo-scientific.

(Conjectures and Refutations, 66)

 

그러나 독단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또는 독단적 태도와 비판적 태도의 구분은 우리를 중심적인 문제로 되돌아오게 한다. 왜냐하면 독단적 태도는 우리의 법칙과 도식들을, 심지어 정당한 논박들을 무시하면서까지 적용하여 확인함으로써 검증하고자 하는 경향과 관련되어 있음이 분명한 반면에, 비판적 태도는 가능하다면 그 법칙들을 기꺼이 변화시키려는, 즉 그것을 시험하고 논박하여 반증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판적 태도를 과학적인 태도와, 그리고 독단적 태도는 사이비 과학적인 태도와 동일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추측과 논박 1, 107)

 

 

 

이덕하

2012-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