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에 화학적 거세를 반대하는 여성학자 정희진의 글이 실렸다.

 

[정희진의 낯선사이]그들이화학적 거세를 선호하는 이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302019545&code=990100

 

 

 

정희진에 따르면 화학적 거세는 과학적 근거도 실제 효과도 없다.

 

문제는 성범죄의 원인이 성별 권력관계의 불균형 때문이지, 남성호르몬 과다로 인한 생리현상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화학적 거세는 진짜 문제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는, 이 경우에는 질 나쁜 맥거핀이다.

 

‘섹스’는 뇌로 하는 것이지 성기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발기는 혈액이 조직을 채우는 것인데, 이는 뇌의 역할이고 그 기능을 가능케 하는자극의 내용은 철저히 사회적인 것이다. 간단히 말해, ‘화학적 거세는 과학적 근거도 실제 효과도 없다.

[정희진의 낯선사이]그들이화학적 거세를 선호하는 이유

 

 

 

아래 기사들을 보자.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은 범죄자(79)와 받지 않은 범죄자(55)의 재범률을 비교 조사한 결과, 치료를 받지 않은 범죄자의 재범률이 18.2%(10)인 반면, 치료받은 범죄자의 재범률은 전무했다. 또 성 관련 준수사항 위반율도 치료받은 범죄자는 1.2%(1)였으나, 그렇지 않은 범죄자의 위반율은 21.8%(12)였다.

[논쟁] ‘화학적 거세확대, 필요한가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549482.html

 

법무부는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제도 도입 필요성의 근거로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제도 실시 이후 재범율이 10% 내외로 떨어졌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8/h20120829205407121800.htm

 

조 교수는항안드로젠 약물을 사용한 여러 연구들에서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대규모 연구에서 다른 어떤 치료보다도 성범죄의 재범율을 낮추는데 좋은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성충동 약물치료' 안전성 문제 대두

http://www.bosa.co.kr/umap/sub.asp?news_pk=184538

 

화학적 거세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는 많아 보인다. 정말로 재범율을 낮추는 효과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 위에 인용되었거나 인용되지 않은 온갖 통계들이 뻥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현실(화학적 거세가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들)과 자신의 논리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면 자신의 논리를 한 번 뒤돌아보는 것이 정상인데 정희진은 아예 현실을 무시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정희진은 무슨 대단한 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통계들을 무시할 수 있었을까? “성범죄의 원인이 성별 권력관계의 불균형 때문이지, 남성호르몬 과다로 인한 생리현상이 아니라는 점과 “‘섹스’는 뇌로 하는 것이지 성기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발기는 혈액이 조직을 채우는 것인데, 이는 뇌의 역할이고 그 기능을 가능케 하는자극의 내용은 철저히 사회적인 것이다”가 그 논리다.

 

물론 정희진의 말대로 섹스에서 뇌가 매우 중대한 역할을 차지한다. 하지만 화학적 거세 즉 약물 투여는 바로 그 뇌에 영향을 끼치는 방법이다. 정희진은 화학적 거세에 쓰이는 약물이 남자의 성기에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성범죄의 원인이 남녀 사이의 권력 관계에 있다는 가설은 상당히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 가설이 옳다고 해서 호르몬 요법이 성범죄 재범율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정희진은 어떤 현상에 대한 원인이 딱 한 가지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예컨대 불량한 도로가 교통 사고의 원인이라면 음주 운전이나 졸음 운전 모두 교통 사고의 원인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음주 운전이나 졸음 운전이 교통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면 불량한 도로를 고쳐야 하는 “진짜 문제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는맥거핀이 되는 것일까?

 

 

 

이번에는 가해자들의 말에서 사회 전체의 상식을 추론해내는 정희진의 놀라운 솜씨를 감상해 보자.

 

나는 20여년간 여성에 대한 폭력 관련자들을 상담해왔는데, 가해자들의 가장 절실한 호소는 피해의식과 분노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피해의식과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법체계와 신고한 여성, 그리고여자들이 판치는 세상에 대한 분노다. 이러한 사고방식과 심리상태의 근거는성범죄 불가피론이다. 남성에게 삽입 섹스는 소변과 같은 신체의 자연스러운 배설행위이므로 성폭력이나 성구매를 불법화하는 것은오줌을 못 싸게 하는고통과 같다는 것이다.

 

“남자는 참을 수 없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참는(?) 남성, 혹은재수 좋아 안 걸린대다수 남성들의 신체는 배뇨 통증으로 폭발 직전일 것이다. 가해자들의 이야기는 나이, 학력, 계층과 관련없이 사전 회의라도 한 듯 똑같다. 이는 이들의 성 인식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의 합창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통념이기도 하고, 성범죄의 원인을 통제할 수 없는 성욕에서 찾는화학적 거세법의 현실인식과 동일하다. 성욕이 배설과 같다니? 논의의 가치는 없다. 문제는 이 절대적 무지에 저항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회 전체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상식에 동의하고 있다.

 

논의의 편의상 정희진의 말대로 가해자들이 한결 같이 위에 인용된 말들을 한다고 믿어주자. 그렇다고 그것이 “사회적 규범”이거나 “상식”임이 입증된 것인가? 절대 아니다.

 

이것은 설사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유신 체제에 대해 아무리 한결 같이 지지하는 말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한국 사회의 상식이라고 보기 힘들 것과 마찬가지다. 특정한 정치 집단인 새누리당 사람들의 의견만 듣는다면 새누리당의 상식에 대해 알 수 있을 뿐이다. 한국에는 새누리당 말고도 여러 정당들이 있다.

 

성범죄자들의 이야기만 모으면 기껏해야 성범죄자들의 상식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성범죄자들이 모두 “남들 다 하는데”라고 말한다고 해서 한국 남자들이 다 성범죄자가 되나? 성범죄자들이 모두 신고한 여성에 대해 분노한다고 해서 한국 남자들이 다 신고한 여성에 대해 분노하나?

 

나이, 학력, 계층과 관련없이라고? 참 대단한 통계학자 나셨다. “나이, 학력, 계층과 관련없이” 새누리당 당원들 대상으로 역사 의식을 조사하면 그것이 한국 사회 전체의 역사 의식이 되나?

 

 

 

정희진은 아예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 부양책이라고 우기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여성의 몸을, 남성을 위한 용기(用器)로 취급하는 것은 가부장제 성문화의 핵심이다. 이러한 의식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성범죄의 원인이 인체의 화학에 있다는 전제에서 이를 억제하겠다는 발상은 성범죄 예방이 아니라 부양책이다.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성범죄도 사회적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완전한 근절은 불가능하다. 맞다. 하지만, 그러니까 우선화학적 거세라도 하고 보자? 진실은 그 반대다. 해결 방법 중 하나라는화학적 거세의 사고방식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원인을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성범죄를 처벌하는 법을 없애자고 하지 그러나? 아래와 같은 논리를 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성범죄도 사회적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완전한 근절은 불가능하다. 맞다. 하지만, 그러니까 우선 법으로 처벌이라도 하고 보자? 진실은 그 반대다. 해결 방법 중 하나라는 성범죄 처벌의 사고방식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원인을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우아한 논리인가? 가부장적 사회 구조와 이데올로기가 핵심 문제인데 성범죄자를 감옥에 넣음으로써 해결하자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는 한국의 사법 체계에 제대로 똥침을 날리는 논리 아닌가? “문제는 성범죄의 원인이 성별 권력관계의 불균형 때문이지, 법적 처벌 미비로 인한 사회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 더 좋겠다.

 

 

 

이번에는 남성들이 성범죄자를 혐오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까지 제시하고 있다.

 

의혹은 또 있다. 성범죄자에 대한 가부장제 사회의 지나친 도덕적 낙인(변태, 괴물 등)참지 못하는 그들에 대한 경멸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거의 모든 통계조사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주장하는 입장은 여성보다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남성 문화는 왜 이토록 성범죄가 아니라 성범죄를 혐오할까. “나는 아니다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성범죄의 원인은 일상의 성차별, 성역할 구조인데, 이를 수용하게 되면 모든 남성은 피곤해진다. 남성은 잠재적 피고인이 되지 않기 위해 기존의 여성관, 세계관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소수변태의 문제로 축소하면 성범죄는 남성 문화의 결과가 아니라 특수화, 엽기화된다. 그럴수록 여성들은 밤거리나 여행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등 스스로를 통제해야 한다. 반대로 국가와 사회를 통치하는안 걸린남성들은 사회적 약자를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보호자, 시혜자, 감시자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이것이화학적 거세의 배경이다.

 

과연 여자들은 성범죄 자체만 혐오하고 성범죄자는 별로 혐오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거의 모든 통계조사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주장하는 입장은 여성보다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말도 전혀 신뢰가 안 가지만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나는 아니다를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그냥 그럴 듯한 이야기만 만들어내면 그것이 진리가 되나? ‘나는 아니다를 증명하는 것이 성범죄자 혐오의 원인이라는 명제를 내세우고 싶으면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 아닌가?

 

어떤 악행을 볼 때 그 악행을 한 사람에게 분노하는 것은 진화론적 측면에서 볼 때 당연해 보인다. 악행 자체를 처벌할 수 없지만 악행을 한 사람은 처벌할 수 있다. 예컨대 강간 자체를 감옥에 넣을 수는 없지만 강간범은 감옥에 넣을 수 있다(원시 시대라면 다른 식으로 보복하거나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악행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슷한 악행을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악행을 한 사람을 피한다면 비슷한 악행의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악행 자체만 혐오하고 악행을 행한 사람에 대한 감정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 보복하거나 그 사람을 피하기 힘들어진다.

 

 

 

화학적 거세를 반대하는 정희진을 이렇게 조롱한다고 해서 내가 화학적 거세를 환영한다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나는 화학적 거세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겠다. 그 이유는 화학적 거세가 전과자의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화학적 거세는 골밀도 등에 영향을 끼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다. 또한 화학적 거세의 목적 자체가 성욕 감소다. 따라서 성 생활을 제대로 즐기기 힘들 것이다.

 

When used on men, these drugs can reduce sex drive, compulsive sexual fantasies, and capacity for sexual arousal. Life-threatening side effects are rare, but some users show increases in body fat and reduced bone density, which increase long-term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and osteoporosis. They may also experience other "feminizing" effects such as gynecomastia (development of larger than normal mammary glands in males), reduced body hair, and loss of muscle mass.

http://en.wikipedia.org/wiki/Chemical_castration#Effects

 

20세기 들어서 범죄자의 신체를 손상하는 식의 처벌이 적어도 선진 산업국에서는 많이 사라졌다. 손발을 자르거나, 낙인을 찍거나, 태형에 처하는 식의 처벌이 야만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퍼진 것이다. 나는 20세기의 이런 시대 정신에 공감한다. 화학적 거세는 신체를 손상할 가능성이 있다.

 

 

 

세상에는 정희진 같이 한심한 사람들이 널려 있다. 진짜 문제는 어떤 대학에서 이런 사람을 강사로 채용하고 있으며 <경향신문> 같은 큰 신문에서 이런 한심한 글을 실어준다는 점이다. 여성 해방 같은 좋은 대의를 내세우기만 하면 완전히 날로 먹으며 살 수 있어서 정희진은 참 좋겠다.

 

 

 

이덕하

201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