흄은 도덕성의 경우 선천론을 폈다. 이런 면에서 진화 심리학자들이 흄을 좋아한다. 반면 지식의 경우 흄은 후천론 또는 경험론을 폈다. 이것은 행동주의 심리학 또는 백지론과 일맥상통한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흄의 이런 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포퍼는 지식에 대한 흄의 심리 이론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But this, I contended, was merely his attempt to explain away unfavourable facts which threatened his theory; an unsuccessful attempt, since these unfavourable facts could be observed in very young animals and babiesas early, indeed, as we like. ‘A lighted cigarette was held near the noses of the young puppies’, reports F. Bäge. ‘They sniffed at it once, turned tail, and nothing would induce them to come back to the source of the smell and to sniff again. A few days later, they reacted to the mere sight of a cigarette or even of a rolled piece of white paper, by bounding away, and sneezing.’ If we try to explain cases like this by postulating a vast number of long repetitive sequences at a still earlier age we are not only romancing, but forgetting that in the clever puppies’ short lives there must be room not only for repetition but also for a great deal of novelty, and consequently of non-repetition.


But it is not only that certain empirical facts do not support Hume; there are decisive arguments of a purely logical nature against his psychological theory.


The central idea of Hume’s psychological theory is that of repetition, based upon similarity (or ‘resemblance’). This idea is used in a very uncritical way. We are led to think of the water-drop that hollows the stone: of sequences of unquestionably like events slowly forcing themselves upon us, as does the tick of the clock. But we ought to realize that in a psychological theory such as Hume’s, only repetition-for-us, based upon similarity-for-us, can be allowed to have any effect upon us. We must respond to situations as if they were equivalent; take them as similar; interpret them as repetitions. In this way they become for us functionally equal. The clever puppies, we may assume, showed by their response, their way of acting or of reacting, that they recognized or interpreted the second situation as a repetition of the first: that they expected its main element, the objectionable smell, to be present. The situation was a repetition-for-them because they responded to it by anticipating its similarity to the previous one.


This apparently psychological criticism has a purely logical basis which may be summed up in the following simple argument. (It happens to be the one from which I originally started my criticism.) The kind of repetition envisaged by Hume can never be perfect; the cases he has in mind cannot be cases of perfect sameness; they can only be cases of similarity. Thus they are repetitions only from a certain point of view. (What has the effect upon me of a repetition may not have this effect upon a spider.) But this means that, for logical reasons, there must always be a point of viewsuch as a system of expectations, anticipations, assumptions, or interestsbefore there can be any repetition; which point of view, consequently, cannot be merely the result of repetition. (See now also appendix *x, (1), to my L.Sc.D.)


We must thus replace, for the purposes of a psychological theory of the origin of our beliefs, the naïve idea of events which are similar by the idea of events to which we react by interpreting them as being similar. But if this is so (and I can see no escape from it) then Hume’s psychological theory of induction leads to an infinite regress, precisely analogous to that other infinite regress which was discovered by Hume himself, and used by him to explode the logical theory of induction. For what do we wish to explain? In the example of the puppies we wish to explain behaviour which may be described as recognizing or interpreting a situation as a repetition of another. Clearly, we cannot hope to explain this by an appeal to earlier repetitions, once we realize that the earlier repetitions must also have been repetitions-for-them, so that precisely the same problem arises again: that of recognizing or interpreting a situation as a repetition of another.

(Conjectures and Refutations, 58~59)


그러나 이것은 그의 이론을 위협하는 불리한 사실들을 해명하여 빠져나가려는 성공적이지 못한 시도에 불과하다고 나는 주장하였다. 왜냐하면 이러한 불리한 사실들은 아주 어린 동물들과 유아들에게도 얼마든지 관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게F. Bäge는 다음과 같은 보고를 하고 있다. <불을 붙인 담배 한 개비를 강아지들의 코 가까이 놓았다. 강아지들은 한번 냄새를 맡고는 꼬리를 말고 도망쳤으며, 다시는 돌아와서 냄새를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 며칠 뒤에 강아지들은 담배나 흰 종이말이만 보고도 펄쩍 놀라 도망치고 재채기를 했다.> 이런 경우를 아주 어렸을 때 일어났던 수많은 반복적인 연속으로써 설명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허구를 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영리한 강아지들의 짧은 생애에는 반복뿐만 아니라 상당히 새로운 경험, 따라서 비반복의 여지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경험적 사실들만이 흄의 설명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심리학적 이론에 반대하는 완전히 논리적인 성격을 띠는 결정적인 논증들이 있다.


흄 이론의 중심 개념은 유사성(혹은 <닮음>)에 근거한 반복의 개념이다. 그런데 이 개념은 아주 무비판적인 방식으로 사용된다. 우리는 돌을 움푹 파이게 하는 낙숫물이나 시계의 똑딱 소리처럼, 의심할 여지없이 비슷한 사건들의 연속이 서서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가령 흄의 이론과 같은 심리학적 이론에서는 오직 우리에게 있어서의 반복repetition-for-us, 즉 우리의 시각에서 볼 때 비슷해 보이는 것들에 근거한 반복만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마치 상황들이 동등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대응하기 마련이다. 즉 상황을 유사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런 상황을 반복으로서 해석한다. 이러한 방식에서 상황들은 우리에게 기능적으로 동등하다. 영리한 강아지들이 담배를 본 후 도망가는 것을 보고 우리는 강아지들이 두번째 상황을 첫번째 상황의 반복으로 인식하거나 해석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즉 그러한 반응의 주요 요소인 불쾌한 냄새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 상황은 강아지들에게 있어서의 반복이었다. 왜냐하면 강아지들은 이전의 상황과 이번 상황을 유사한 것으로 예상하여 반응했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인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비판은 다음과 같이 간단한 논증으로 요약될 수 있는 완전히 논리적인 근거를 가진다. (우연하게도 이 논증은 내가 맨 처음 시작했던 비판 중의 하나이다.) 흄이 생각한 종류의 반복은 결코 완전할 수가 없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경우들은 완전한 동일성을 가진 경우들이 아니라 단지 유사한 경우들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들은 오직 어떤 관점하에서만 반복일 뿐이다. (어떤 반복이 내게 주는 영향은 거미에게 주는 영향과는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논리적 근거에서 보면, 반복이 가능하기 이전에 반드시 어떤 관점—가령 기대, 예견, 가정 또는 관심들의 체계—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그 관점은 단순히 반복의 결과일 수 없다(나의 『과학적 발견의 논리』의 부록 *x, (1) 참조).


따라서 믿음의 기원에 관한 심리학적 이론의 목적을 위해서는, 유사한 사건들이라는 소박한 관념을, 우리가 그 사건들을 유사한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그것에 반응하는 사건들이라는 관념으로 대체해야만 한다. 그러나 만약 이렇게 된다면(나는 다른 방도를 알 수 없다), 귀납에 대한 흄의 심리학적 이론은, 그 자신이 발견하여 논리적인 귀납 이론을 논파하기 위해 사용했던 또다른 무한 소급과 매우 비슷한 무한 소급으로 빠지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설명하고자 하는가? 강아지의 사례에서 우리는, 어떤 상황을 다른 상황의 반복으로 인식하거나 해석하는 것으로 기술될 수 있는 행동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초기의 반복들이 또한 그들 자신에 있어서의 반복들임에 틀림없고, 따라서 정확하게 동일한 문제—어떤 상황을 다른 상황의 반복으로서 인식하거나 해석하는 문제—가 다시 생겨난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분명히 우리는 초기의 반복에 호소하여 강아지의 행동을 설명할 수는 없다.

(『추측과 논박 1, 95~98)




포퍼의 지적은 20세기 후반에 인지 심리학자들과 진화 심리학자들이 조합적 폭발(combinatorial explosion)과 틀 문제(frame problem)라고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백지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포퍼가 “this means that, for logical reasons, there must always be a point of viewsuch as a system of expectations, anticipations, assumptions, or interestsbefore there can be any repetition”이라고 썼듯이 경험 이전에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틀이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런 틀이 없다면 포퍼가 “in the clever puppies’ short lives there must be room not only for repetition but also for a great deal of novelty, and consequently of non-repetition”이라고 썼듯이 무엇이 새로운 것이고 무엇이 반복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인공 지능을 위한 시도들과 촘스키(Noam Chomsky)의 언어학이 행동주의 심리학을 비롯한 온갖 백지론적 편향들을 깨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촘스키의 『Syntactic Structures』는 1957년에 출간되었으며, Review of Verbal Behavior, by B.F. Skinner」는 1959년에 출간되었다.


반면 「Science: Conjectures and Refutations」는 1953년에 한 강연이다. 그리고 포퍼는 비슷한 생각을 그 이전에 출간한 글에서도 발표한 것 같다.


포퍼 이전에 조합적 폭발이나 틀 문제를 들이대며 흄이나 행동주의 심리학의 경험론을 비판한 사람이 있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누가 최초로 그런 논증을 발표했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포퍼의 흄 비판은 상당히 명료하며 시대적으로도 매우 앞서는 것 같다.




나는 진화 심리학자들이 포퍼의 이런 글을 인용한 것을 본 기억이 없다(기억이 확실하지는 않다). 오히려 진화 심리학 비판자들이 포퍼의 반증주의를 들이대며 진화 심리학이 반증 불가능하기 때문에 엉터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여러 번 봤다.


진화 심리학과 관련하여 포퍼가 높이 평가 받아야 할 것(조합적 폭발과 틀 문제에 대한 지적)은 무시되고 포퍼의 약점(정신분석 등이 반증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조합적 폭발과 틀 문제에 대한 진화 심리학자의 의견으로는 아래 글 중 특히 “내용-없는 구조의 약점(THE WEAKNESS OF CONTENT-FREE ARCHITECTURES, 45~52)”을 참조하라.


진화 심리학의 개념적 기초(Tooby & Cosmides, 초벌번역 마침)



Conceptual Foundations of Evolutionary Psychology(2005), The Handbook of Evolutionary Psychology, edited by David M. Buss.





몇 군데 인용해 보겠다.


실제 세계의 복잡성에 직면하면 조합적 폭발이 심지어 온건하게(moderately) 영역-일반적인 체계들도 마비시킨다. 어떤 특권화된 가설도 없는 상태에서 당신이 구역질을 느끼도록 만든 원인을 추론해낸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의 삶 전체가 구역질에 선행한다. 그리고 진짜로 열린-마음인(open-minded) 체계는 잠재적 원인으로서 모든 행동, 생각, 광경, 냄새, , 소리, 그리고 그것들의 조합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행동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섭취한 음식이 원인이라는 가설에 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며, 행동 반응으로서 토하거나 그 음식을 미래에 피하는 것에 특권을 부여하는 어떤 것도 없을 것이다.


문제 공간(problem space)에 새로운 차원들이 추가되고 결정 나무(decision tree, 의사결정 트리)에 새로운 분기점들이 추가되어 체계의 일반성이 증가하면 계산 부하(computational load, 계산 하중)가 재앙적 속도로 증가한다. 내용-없는, 전문화-없는 구조는 관련성의 규칙들(rules of relevance), 절차적 지식도, 특권화된 가설들도 없기 때문에 유기체가 풀어야 할 시간 안에 평범한(routine) 복잡도의 생물학적 문제들조차 풀 수 없었을 것이다(더 상세한 논의로는 예컨대, Carruthers, in press; Gallistel, Brown, Carey, Gelman, & Keil, 1991; Gigerenzer & Selten, 2002; Keil, 1989; Markman, 1989; Tooby & Cosmides, 1992를 보라).

(「진화 심리학의 개념적 기초」)




단일한 일반적 학습 과정에 몇 가지 제한들을 부과함으로써 조합적 폭발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특수적 학습 전문화들이 필요하다. “범용 체계는 얼마나 많은 전문화가 필요한가?”라고 묻는 대신 심리학자들은한 체계가심지어 그것이 전문화되어 있으며 고도로 겨냥된(targeted) 것이라 하더라도얼마나 많은 수의 자유도(degrees of freedom)를 용납하면서도 실 시간에, 쓸모가 있을 정도로 빠르게 결정들을 계산할 수 있는가?”라고 물어 보아야 한다. 순열조합론(combinatorics)은 실제 체계들이 제한된 수만 용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증한다. 영역-전문화된 학습 기제들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진화 심리학의 개념적 기초」)




동물은 정보에 의존해서 생존한다. 번식을 가장 제한하는 자원을 하나 꼽는다면 그것은 음식도, 안전도, 짝에 대한 접근도 아니며 바로 그 각각을 가능하게 하는 것적응적 행동 선택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이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중요한 특성들은 직접적으로 지각될 수 없다. 내용-없는 구조들은 지각 정보로부터 일반적 과정들에 의해 유효하게 유도할 수 있은 것들을 알 수 있을 뿐이며, 풀 수 있는 문제들의 범위도 통렬하게 제한적이다. 환경이 단서를 제공하지 않을 때 기제 역시 단서를 제공할 수 없다.


영역-특수적 기제들은 이런 식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지각적 증거(perceptual evidence)가 없거나 얻기 힘들 때에는, 진화적 시간에 걸쳐 신호들과 관찰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 예측 가능한 확률적 관계가 있었다는 조건이 만족된다면, 중요하지만 지각할 수 없는 조건들의 집합들의 상태를 추론하기 위해 신호들(지각 가능한 상태들과 사건들)을 이용함으로써 그 기제들이 공백을 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동기와 성교하면 결함 있는 자식이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경험으로부터 알아내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임신을 하더라도 많은 경우 자궁 속에서 유실되며, 그런 짝짓기를 통해 태어난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른 온갖 종류의 선행 사건들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역-전문화된 체계는 동기와 성교할 전망이 생길 때 역겨움을 촉발하여 동계교배의 가능성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개체가 의식적으로든 다른 식으로든 동계교배의 함정에 대한 어떤 지식도 획득할 필요가 없이 이것은 잘 작동할 것이다. 근친상간적 성교는 그냥 역겹고 잘못된 것으로 보일 것이다(Haidt, 2001; Lieberman et al., 2003). 마찬가지로, 조상 시절의 인류는 다른 사람의 유전자를 직접 보고 그 사람이 피를 나눈 동기인지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영역-특수적 친족 탐지 체계를 장착한 마음은, 조상 시절에 유전적 친족 관계와 상관 관계가 있었던, 어린 시절의 동거와 같은 신호들에 기반하여 친족 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그 사람은 이 체계가 사용하는 신호들에 대해, 여기에 개입된 계산 과정에 대해, 심지어 유전적 친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의식할(aware) 필요가 없다.

(「진화 심리학의 개념적 기초」)




아래 글 중 특히 “The Frame Problem and the Weakness of Content-Independent, Domain-General Mechanisms(100~108)”도 참조하라.


The Psychological Foundations of Culture(1992), The Adapted Mind: Evolutionary Psychology and the Generation of Culture, edited by Jerome H. Barkow, Leda Cosmides, and John Too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