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549556.html


---

처음 홀로코스트를 알았을 때, 나는 어렸던 나이에  알맞게 소박하게도, 그리고 무식하게도 그런 일은 그 후

에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일어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런 일이 

규모는 더 작게일지언정 그 후에도 곳곳에서 계속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는 유럽 한복판 바로 옆에

서도 일어났다. 인류는 그날 이래 전혀 더 계몽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 그런 이 더이상 안일어난 지역

에 사는 인간들은 더 계몽되었다는 생각은 흉악하다.  A에서는 더이상 대규모의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벌어질 수 없다는 사실은 B, C, D 등에서는 여전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무책임할 수 없다. 

그러기는커녕 오늘날의 지구사회에서는 후자는 전자의 표현이다. 이제 학살의 주체는 국가나 어떤 광신적 이데

올로기에 물든 집단만이 아니라 돈 말고는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없는 조직범죄단이나 조직범죄단이나 다름없는 

기업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국가 권력이 거의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황제처럼 군림하며 자신들의 사업에 

몇마디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나 경쟁 범죄단체 성원의 지인이나 친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사람들의 머리를 잘라

댄다.  아니 그 정도 최소한의 이유조차도 확인될 수 없는 주검들이 툭하면 무더기로 발견된다. 우발적 사건으로 

인해 짐이 되기만 해도 죽어 마땅한 이가 된다. 인신매매를 하다 발각될 위험에 처하면 도망치기 전에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수십명의 피해자들을 다 죽이는 식이다. 야노마미 족도 그저 몇푼 돈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듯한 

성가신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가축처럼, 아니 가축보다 더 끔찍하게 도살되었을 것이다. 지난주인가 남아

프리카 광산에서 경찰들이 벌인 짓도 이와 별다른게 아니다.  


나는 이런 일이, 제노사이드와 오직 돈만을 위한 학살 수준의 대규모 살인들이 계속 벌어질 것임을 장담할 수 

있다.  무고한 이들이 수십, 수천, 수만, 수백만이 죽어나가는 사태에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 부자들이

원하지 않는 한, 권력의 유지나 강화에 기여하지 않는 한, 개입하지 않는 것이 우리 시대의 인류의 지혜이다. 

무고한 이들의 피가 더이상 흐르게 하지 않는 것 자체만을 위해서는, 그 무고한 이들이 내가 속한 계급/계층.

내가 속한 공동체에 속하는 이가 아니라면, 내 피 한방울도 흘릴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지혜이다. 지구상의

모든 선진국들이 다국적 연합군을 조직하고 방해국들에 엄중한 경고를 행하면서 시리아에 개입해 학살을 자

행하는 모든 무장세력들을 해체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게 아님에도 선진국 병사들 수만명의 목숨을

요구하는 그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지구사회이다.  목숨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목

숨을 아끼고 가능한 한 편하고 즐겁게 오래사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인류 사이에서 그런 일은 절

대 일어날 수 없다. 그리고 바로 이런 면에서 동시대 인류는 예전의 인류보다 그다지 더 계몽되지 않았다.

조상들보다 더 냉혹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조상들보다  더 많고 다양하고 강력한 자원을 갖고도, 우리 자신

의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더 많은 교훈들을 갖고도, 조상들보다 조금도 더 정의로워지고 분별있어지지 않

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