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이 일단 애플의 완승으로 귀결됐다. 그런데 이 결과를 두고 삼성이 정말 모방을 했는지 미국배심원들에 의한 자국기업을 보호하려는 텃새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결론은 둘 중 하나일 수도 있고, 둘 다 다 일 수도 있다. 들 다 다란 얘기는 삼성이 어느 정도 모방은 했는데 그걸 과장하여 판결을 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모서리가 둥근 걸 특허라는 주장은 좀 황당하다. 그러면 모서리를 뽀족하게 만들란 밀인지??? 그렇다면 4각형 모양도 특허가 되는 건가???)


사실 요즘 미국의 자국기업보호에 대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나는 몇 해 전 토요타 자동차의 급발진 사고 하나로 토요타 자동차사가 갑자기 위기에 빠지는 걸 보고 뭔가 음모 같은 걸 감지했었다. 급발진 현상이 하루 이틀 일어난 것도 아니고, 다른 차들에서도 일어나는데 그 사건이 과장되고 확대되는 걸 보고,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일본산 자동차들에 대한 손보기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심지어 그 사건 자체도 계획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삼성과 애플의 소송에서도 자국기업 보호라는 텃새가 작용했다는 의심이 간다.


그런데 아래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 삼성이 모방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72130095&code=930100).

그 기사에 의하면 삼성의 내부문건에서 삼성이 아이폰에 대한 모방을 의도적으로 했다고 의심할만한 내용이 나타났다. 정말 삼성이 의도적으로 심각하게 특허를 침해하는 행위를 했다면 삼성은 정말 정신 차려야한다. 세계 선두기업이 되는 것은 독창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려면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삼성은 R&D 투자에 인색한 기업으로 알려져 왔다.


90년대 초에 내가 삼성전자에서 겪은 좀 황당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나는 세계 접착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모 외국회사의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었다. 내가 하던 일은 국내 기업에서 우리 회사 접착제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면 상담과 조언을 해주는 일이었다. 고객들은 산업용 접착제를 사용하는 모든 기업들로서 특히 자동차 관련 회사와 전자관련 회사가 많았다.


하루는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방문요청이 있어서 동료직원과 삼성전자를 방문했다. 상담 내용은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개발했는데, 그 기판에 사용되는 UV경화 접착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럴 경우 우리는 생산공정에 따라 가장 적합한 제품을 선정해 적용방법을 조언해준다. 그런데 우리를 만난 삼상전자의 그 부장은 상담도 시작하기 전에 의외의 요구를 하였다. 일본의 모 전자회사가 그 기판에 우리회사 제품번호 OO제품을 쓰니 그걸 공급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은 고객을 위해 생산 환경과 공정에 맞는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고 제품설명과 적용방법을 조언하는 것이니 상담을 받은 후 선택은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그 부장 왈 “일본의 세계적 기업에서 우리와 똑같은 애플리케이션인데 그 제품을 쓴다면 다 이유가 있어서 쓰는 게 아닙니까, 그러니 그 제품을 무조건 공급해주세요.”


뜨악~ 우리는 그거보다 더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주려 했었는데 그 소릴 듣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때까지 다녀본 고객회사 중에 그런 식으로 나온 회사는 한 회사도 없었었다. 일본 회사에서 어떤 이유로 그 제품을 쓰는지 얘기나 들어보고 모방을 해도 되는데, 묻지마식 모방을 하겠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고 선발주자의 제품을 무조건 모방하는 것이 삼성의 모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20년이 흘러 삼성이 거의 세계 1위의 기업이 된 걸 보고 이제는 그런 습성이 없어진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도 모방으로 경쟁하려 한다면 삼성의 미래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아직도 삼성이 예전의 습성을 버리지 않았다면 삼성에게 다음 말을 해주고 싶다.


“웬만하면 독창성을 키워라. 그래도 모방을 꼭 해야 한다면, 좀 독창적으로 모방을 하라. 특허소송에 휘말리거나 패배하지 않을 정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