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하님이 지능 연구에 관심이 있으신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글을 올려 봅니다. 

------------------------------------------------------------------------------------------------------------

처음에 지능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 지능에 대해 깊은 조예를 갖출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저런 질 떨어지는 책들을 뒤적거리면서 골치 아파하고 잘못된 정보에 오염되는 경우가 많죠. 그냥 무작정 아무 심리학 책이나 들고 읽는 것은 실력을 키우는 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체계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지능 연구에서 어떤 주제를 다루고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런 내용들을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관련 개론서를 하나 구해서 공부하는 겁니다. 관련 개론서를 조심스럽게 이해해 나가면서 무슨 내용이 있는지 파악하면 지능 연구가 어떤 것을 다루는지 알게 되고 그 분야의 대가들이 누구인지도 쉽게 알게 된다는 점에서 그런 개론서를 읽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입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쓰레기 개론서의 빈약한 내용을 읽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관련 개론서는 반드시 지능 분야에서 어느 정도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연구자가 쓴 책을 골라야 합니다. 연구자들마다 관점도 다르고 의견을 달리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 책을 무조건 맹신할 수는 없고 항상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겠지만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그래도 멍청한 사람들이 지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쓴 오류가 가득한 책을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개인적으로 Earl hunt가 저술한 'human intelligence'란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은데...  불행히도 대한민국 출판사의 현실을 감안하면 영원히 번역이 안 될 듯 싶군요.

두번째로 해야 할 일은 관련 학문의 방법론을 아는 일인데 심리학의 인접 학문인 통계학과 생물학의 방법론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요인 분석, 구조방정식 등의 통계적 기법에 대해 아는 일은 지능 연구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지능 연구는 심리측정학(Psychometrics)이라는 학문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는데 심리측정학을 이해하려면 통계학에 대해 정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괜찮은 통계학 책들을 사서 깊이 있게 공부해두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생물학 역시 마찬가지로 양질의 책을 사서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지능 분야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업적을 이룬 인물의 논문과 책을 읽어서 역사적인 계보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프랜시스 골턴, 제임스 맥킨 커텔, 찰스 스피어먼, 서스턴, 레이먼드 커텔, 앤 아나스타시, 고드프리 톰슨, 아서 젠슨, 한스 아이젠크 등.. 많은 인물들이 있고 이러한 인물들의 책과 논문을 구해서 읽는 것은 해당 분야의 역사와 발전상을 알 수 있고 역사적으로 어떤 입장이 있어 왔는지, 그러한 입장을 계승한 현대 학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합니다. 

이런 작업들이 모두 완료됐다면 지능 연구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현재 학자들의 전문 서적과 논문을 보고 정독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학술지 ‘intelligecne’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Editorial Board를 보면 지능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들이 대략 나와 있을 겁니다. 보더라도 이런 학자들이 저술한 서적과 논문을 봐야죠.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학술지에 실리는 최신 논문들도 항상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intelligence,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Psychological Bulletin, Psychometrika, Psychological Methods 등등 많은 학술지가 있고 이러한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들을 꾸준히 살펴볼 필요성이 있겠죠. 학습 과정들을 다 끝냈다면 짧은 논문과 book review를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지능 연구를 위해 이 글을 작성했지만 다른 분야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겁니다. 여기서 지능 연구를 이덕하님의 주 관심사인 진화심리학으로 바꾼다 하더라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이 될 테니까요. 무슨 분야든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체계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겁니다. 

아무쪼록 양질의 자료를 많이 접해서 이덕하님이 훌륭한 학자로 성장했으면 좋겠네요.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