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의자놀이' 가 저작권 측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세명대 김기태 교수의 의견이 있었습니다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단 그 문제를 논하기 전에  표절, 인용 및 이용 그리고 저작권 침해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김기태 교수에 대한 반론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몇가지 사례와 함께 그 내용을 먼저 소개합니다. 

참고로 저는 머리 빡빡깎고 팔공산에 들어가 입산수도를 할 때, 주역과 자평명리학을 공부하면서 참선과 산악마라톤을 하며 도를 1년간 닦았었는데 그 때 저작권법 교과서를 처음으로 1회독 했습니다. 끝! 그리고 하산이후 언론사에 입사, 재직 중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저작권분과장으로서 저작권규칙 ver.2를 제가 혼자서 제정해서 협회에 제공하였고 2006년 이후로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중견언론인들을 상대로한 디플로마과정에서 저작권법을 강의했습니다. 



사례 1. 상하이 비엔날레 서문 표절사건 

2006 상하이 비엔날레 (9월 5일 ~11월5일)의 작품 도록에서 우리 나라의 이원일(46)이라는 미술기획자가 쓴 서문이 네덜란드의 평론가 헹크 슐라거씨가 쓴 2005년 4월 열린 부산 비엔날레 국제미술학 세미나 당시 자신이 발표한 ‘아시아 비엔날레의 발전 방향’에 대한 발제문을 거의 그대로 배낀 것이라는 파문이 일었다.

이에 따라 비엔날레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우리 나라가 국제적으로 크게 망신살을 겪었다. 조직위측은 인터넷에서 해당 글을 삭제하고 도록을 새로 발간했다. 


▶ 참고기사 1.  표절 불감증…이번엔 국제 ‘망신살’ (한겨레 10월18일자)
http://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65330.html

▶ 참고기사 2. 미술 기획자 전시 서문 표절 시비 (연합뉴스 10월 18일자)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01&article_id=0001440672&section_id=101&menu_id=101


파문이 확산되자 당사자인 이원일씨가 변명을 했는데, 이원일씨는 표절한 것에 대해서 솔직하게 사과하지 않고, "인용을 하려고 한 것인데 인용각주가 실수로 빠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변명이 말도 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해보자면, 원래 '인용'이라는 것은 '인용의 5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이원일씨의 글은 아예 그 인용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인용을 하려고 할 생각도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용의 5 원칙이라는 것은 

첫째, 인용하는 글은 인용되는 글과의 관계에서 분량상 내용상 주종의 관계가 되어야한다. (주종의 원칙)
둘째, 인용을 할 때는 인용되는 저작물이 변형되어서는 안되고 원문대로 인용되어야한다. (원형 변형금지의 원칙)
셋째, 인용을 함으로써 인용되는 글의 상업적·문화적 존재가치를 떨어뜨려서는 안된다. ( 상업적·문화적 존재가치 보존의 법칙)
넷째, 인용하는 글은 인용되는 글의 출처와 창작자(저작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잘 밝혀주어야 한다. (출처와 저작자 명시의 원칙)
다섯째, 기타 공정하고 합리적인 관행에 따라야 한다. (공정의 원칙)
등이다. 

이원일씨의 문제의 글은 뒷부분 ‘상하이 비엔날레와 현대미술에서의 하이퍼 액티비티’ ‘전면 재디자인’ 항목으로서 전체 원고의 40∼50%에 이른다. 이 정도되면 아무리 인용의 형식을 갖추었다고 해도, 즉 인용각주를 달았다고 해도 원천적으로 인용이 될 수 없다. 인용하는 글과 인용되는 글 사이에 주종의 관계가 이뤄져야한다는 인용의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 때는 인용이 아니라 '이용'이 된다. 즉 '지식도둑질'이다.

또 이원일씨의 문제의 글은 이용되고 있는 헹크 슐라거씨의 글을 그대로 가져다가 쓰지 않고 변형했다. 헹크 슐라거씨의 글에서 단어들을 몇개 바꾸어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설사 아무리 인용각주를 다는 등 인용의 형식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인용'이 될 수 없다. 인용되는 원문은 변형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용의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씨가 아무리 변명을 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인용이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는 원칙, 인용의 실질적인 부분에서 인용이라는 것이 아예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원일씨가 이 점을 아직도 모르고 "인용각주가 실수로 빠진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함으로써 또 한 번 비난을 사게 될 행위를 했다. 이씨는 솔직히 도적질을 하고 표절했다고 밝히고 사과를 했어야 했다.


사례2. D-war 스포일링 보도 저작권 침해 논란 사건

2008년, MBC가 영화 '디워'의 엔딩장면을 무단으로 캠코더로 찍어 방송한 것과 관련해 저작권 침해인지 아닌지 논란이 일었다.

문광부에서는 '저작권법 제 28조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보지만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에서 해야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인용의 문제는 UCC동영상이 트렌드가 되면서 인터넷뉴미디어 업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슈가 되어온 문제다. 현재도 판도라TV는 '인용권'을 주장하면서 이를 부정하는 방송사와 대립하고 있다. 참고로 필자는 판도라TV의 인용권 이슈와 관해, 현재로서는 인정되기 어려우나 웹의 시장환경이 고도로 발달하여 광고중심의 수익모델이 아주 강력해지는 상황이 되면 인용권도 인정될 수 있음을 주장한 바 있다. 광고중심의 수익모델이 어느 정도로 진화해야 인용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는 연구과제이나 현재로서는 정(正)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다.

다시 이번 사안으로 되돌아가서 이번 MBC의 방송이 인용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에 관해서 살펴볼 때, 먼저 저작권법상 저작권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인용'의 기준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용의 기준은 위에서 언급한 다섯가지이다. 그 다섯가지 원칙에서 서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불법한 인용이 된다. 

MBC의 '생방송오늘 아침'의 전체 분량에 비해 인용되는 분량, 그리고 내용상 엠비씨가 보도하려고 하는 것이 주된 것이고 인용되는 디워의 엔딩씬은 내용상으로도 엠비씨의 보도내용의 일부라는 점에서 첫째 기준은 충족한다.

두번째, 세번째 기준 역시 충족한다. 다섯번째 기준인 공정하고 합리적인 관행에 따라야 한다는 기준에도 큰 무리가 없다. 대체로 10초 내외의 짧은 영상을 보도를 위해 보여주는 것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관행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판도라TV가 주장하는 인용권은 5분 짜리를 적법한 인용으로 허용해달라는 것인데 피인용컨텐츠가 5분짜리라면 공정한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적법한 인용이 되기 어렵다. 물론, 웹상의 광고수익모델이 고도로 발달하면 결론은 달라질 수도 있다.

도촬의 경우 공정하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인용기준'이라는 문제에서는 벗어난 논점이다. 즉 인용 그 자체가 제대로된 인용이냐를 따지는 인용기준의 문제에서는 벗어난 논점이다. 다만 이것은 인용에 이르는 과정의 문제로서 별도로 법에서 규정해야할 문제다. 참고로 현재 우리 저작권법에는 별도로 도촬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서 형법상의 업무방해의 쟁점은 되겠지만 저작권법상의 쟁점은 되지 않는다. 다만 한미FTA에서는 도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어 저작권법상의 쟁점이 되어 저작권법상의 처벌을 받게될 수도 있다.

문제는 네번째 기준이다. 이 문제가 법정으로 갈 때는 네번째 기준에서 고도의 사법 판단이 요구되며 이 부분에서 결정이 좌우된다. 인용을 함으로써 인용되는 글의 상업적 문화적 존재가치를 떨어뜨려서는 안된다. 즉 공공목적으로 보도를 하더라도 인용을 통해 그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자하는 저작권자의 이익에 반한다면 적법한 인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극한의 반전 (反轉)이 있는 영화라거나 혹은 점차적으로 의혹이 해소되어 최후에 범인이 밝혀지는 영화 어떤 특정의 짧은 부분이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형식의 영화일 경우 그 중요한 몇초짜리를 인용해서 보여줄 때, 반전을 다 알아버리거나 혹은 범인이 확 다 까밝혀지는 경우 그 영화는 상업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앞서 네가지 기준이 충족되더라도 이 네번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적법한 인용이 되지 못하며 저작권침해가 된다.

과연 D-War의 엔딩씬이 인용되어 널리 공표될 때 디 워라는 영화의 상업적 가치를 현저하게 훼손한다고 볼 수 있을까? 과연 MBC의 엔딩씬 공개로 디워가 맥이 빠져서 흥행에 장애가 될까? 아마도 디워 팬들은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다. 아마도 MBC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할 것이다. 양쪽 모두 주관적인 견해가 개입되어 있어 그 누구의 주장을 곧바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어느 쪽의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객관화된 직업적 양심을 바탕으로 재판을 해야하는 판사의 몫이다.

개봉일에 영화를 관람한 필자는 개인적으로 '내가 판사라면 객관화된 직업적 양심을 바탕으로 이런 판결을 내리겠다'는 생각이 있어 이 문제에 관한 최종적인 견해가 있었지만,  처음 칼럼을 쓸 때는 최대한 객관성을 지닌 칼럼이 되도록 할 생각에  그 부분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밝히지는 않았다. 양쪽 모두에게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기를 바랬던 것이다. 

지금 밝히지만 당시 필자는 MBC의 '생방송오늘 아침'의 스포일링 보도는 저작권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MBC의 '생방송오늘 아침'의 스포일링 보도로 D-War의 상업적 가치가 현저하게 훼손됐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ps. 표절은 저작권침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전에도 표절은 저작권침해라고 하고 문광부 저작권과의 공식 입장도 그러하나, 사실은 표절은 저작권 침해와는 무관하다. 

표절은 사실적관계에 관한 것이고 저작권은 법적 관계에 관한 것이다. 표절이 인정돼도 저작권 침해는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자기표절, 저작권보호기간이 경과한 저작물의 표절,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 매우 짧은 문장의 표절. 신문기사 제목의 표절 등등은 모두 표절은 인정되지만 저작권침해는 인정되지 않는다.  또 저작권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저작권에 관한 법적문제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신문기사 제목의 표절 등은 저작권침해가 아니지만 손해배상을 당할 수도 있다. 저작권은 인정되지 않는 준저작물에 기한 재산적 이익의 침해가 인정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글은 필자가 예전에 썼던 글, 예전에 언론재단에서 기자들에게 강의한 것들을 다시 가져와서 편집한 것이다. 일종의 자기표절이지만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곳은 없다.


사례3. '의자놀이'공지영의 하종강 칼럼 표절 사건

이것은 다음 글에서 논하기로 한다.  눈치 빠르신 분들은 '의자놀이'의 인용에서 뭐가 문제가 되는지 이미 다 파악하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