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적 사고 기제의 진화가능성

 

이덕하님은 "소망적 사고를 하는 동물은 제대로 번식하기 힘들다. 나는 인간이 소망적 사고를 하도록 진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한 진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진화 심리학을 싫어하는 것일까?(http://theacro.com/zbxe/special1/615380))

 

결론적으로 말해서 필자는 소망적 사고 기제는 충분히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이것은 필자가 전에 아크로에 올린 글(http://theacro.com/zbxe/?_filter=search&mid=free&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B%A7%98%EC%9D%BC%EB%AA%B8&document_srl=211598)에 따르면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에 더 민감하다.)

 

또한 동시에 사람들이 진화심리학을 싫어하는 주요한 이유가 이러한 소망적 사고 기제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글에서는 사람들이 소망적 사고 때문에 진화심리학을 싫어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소망적 사고 기제" 자체가 진화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다.

 

 

이덕하님이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드는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이하의 인용은 "위안을 주기 때문에 믿는다?"(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225), 강조는 인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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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매우 우월하다고 믿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고 실제로는 자신이 열등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매우 우월하다고 믿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동물은 힘센 동물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참패를 당할 것이다.

 

자식이 실종되었다. 매우 괴로운 일이다. 만약 자식이 안전하다고 믿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고 실제로 자식이 안전하다고 믿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식을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안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결국 자식이 죽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자신이 하던 일이 계속 실패하고 있다. 매우 괴로운 일이다. 만약 자신이 계속 성공하고 있다고 있다고 믿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고 그렇게 믿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신의 행동 패턴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무모한 시도를 할 것이고 계속해서 실패할 것이다.

동물은 대체로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현실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 망하기 때문이다. 눈과 같은 감각 기관이 고도로 정밀하게 진화한 이유는 더 정확하게 본 생물이 더 잘 번식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고 크게 다르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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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극단적인 수준의 소망적 사고라면 어린아이가 보더라도 "생존과 번식에 별로 유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수준의 소망적 사고를 예시하면서 소망적 사고 자체가 진화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PiedPiper님이 댓글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이 wishful thinking을 한다는 것은 거의 사실이고 과거의 인간도 이러한 성향이 있다고 추정"되는 많은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소망적 사고 기제가 진화할 수 있는 조건들을 살펴볼 것이다.(논의의 편의를 위해서 소망적 사고는 긍정적 사고, 적극적 사고라는 표현을 섞어서 쓰고 이에 반대되는 개념은 부정적 사고 또는 소극적 사고라고 쓸 것이다.)

 

다음과 같은 <표준적 상황(혹은 전략)>을 가정한다.

사후적으로 알려진 결과에 따르면, P는 정상적인 활동(하루 중 12시간은 먹이 획득활동, 나머지 12시간은 휴식)으로 한 달에 평균적으로 10단위의 먹이를 획득할 수 있다. 한 달 동안의 먹이 획득활동에 대한 확률분포는 다음의 그림(x절편은 투입시간, y절편은 획득하는 먹이의 양)과 같다. 여기에서 임계치 이하의 먹이 획득의 확률분포는 예를 들어 3단위 이하의 먹이를 획득할 확률(회색 부분), 이는 P가 한 달 동안에 굶어죽을 확률과 동일하다.

 

소망적 사고 1.bmp

 

  

 

일반적으로 누구나 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에서 가정한 <표준적인 상황(또는 전략)>의 결과를 P가 사전적으로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P는 자신의 기대치(생존과 번식에 사용하는 에너지 자원배분의 기준)을 조정해서 표준적인 상황(혹은 전략)과 대체적인 <부정적 전략> 또는 <긍정적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부정적 전략>은 먹이 획득에 대한 기대치를 표준적인 상황보다 줄여서 형성하므로서 먹이 획득활동에 사용하는 에너지 자원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먹이 획득활동으로 하루 중 8시간을 사용하고 나머지 16시간은 휴식을 취한다. 이에 따라 한 달 동안 획득하는 먹이의 양도 감소하고 생존에 필요한 먹어야 하는 양이 감소해서 임계치도 먹이 3단위에서 하향 조정된다.

 

<긍정적 전략>은 먹이 획득에 대한 기대치를 표준적인 상황보다 높여서 형성하므로서 먹이 획득활동에 사용하는 에너지 자원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먹이 획득활동으로 하루 중 16시간을 사용하고 나머지 8시간은 휴식을 취한다. 이에 따라 한 달 동안 획득하는 먹이의 양도 증가하고 생존에 필요한 먹어야 하는 양이 증가해서 임계치도 먹이 3단위에서 상향 조정된다.

 

 

위와 같은 3가지 상황에서 사례별로 특정한 사고 기제가 진화할 가능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Case 1) 표준적인 상황과 대비하여 부정적인 전략/긍정적인 전략에 따라 획득하는 먹이의 양과 생존과 활동에 필요한 섭취해야 하는 먹이의 양이 정확하게 비례적으로 감소 또는 증가한다면, 표준적인 전략과 부정적인 전략 및 긍정적인 전략은 무차별하다. 어떤 전략을 사용하더라도 생존의 가능성을 높여주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Case 2) 표준적인 상황과 대비하여 부정적인 전략에 따라 획득하는 먹이의 양과 생존과 활동에 필요한 섭취해야 하는 먹이의 양이 표준적인 상황(동시에 이와 비례적인 긍정적인 전략)보다도 적게 감소하는 경우 부정적인 기대치를 형성하고 이에 맞춰서 행동하는 것이 우월한 선택지가 된다.

 

(Case 3) 표준적인 상황과 대비하여 긍정적인 전략에 따라 획득하는 먹이의 양과 생존과 활동에 필요한 섭취해야 하는 먹이의 양이 표준적인 상황(동시에 이와 비례적인 부정적인 전략)보다도 크게 증가하는 경우 긍정적인 기대치를 형성하고 이에 맞춰서 행동하는 것이 우월한 선택지가 된다.

 

 

투입 에너지(투입시간)의 증가에 따른 결과치(획득하는 먹이의 양)의 증가는 일반적으로 0에서부터 출발하는 우상향하는 S자 곡선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생존과 활동에 필요한 섭취해야 하는 먹이의 양의 증가는 특정한 + y절편에서 시작하는 완만하게 증가하는 우상향 직선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망적 사고 2.bmp

 

 

 

위의 그림에서 P는 최소한 A시간 이상은 무조건 먹이 획득활동에 투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균적으로 굶어 죽을 확률이 더 높으니까 말이다. A시간 이상에서 변곡점까지 P는 투입시간을 늘려야 하는 유인이 매우 강하다. S자 곡선의 기울기가 임계치 곡선의 기울기 보다 더 높으므로 효율과 효과 면에서 모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변곡점 이상부터는 투입 대비 효율이 감소하지만 여전히 먹이의 양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투입시간을 증가시킬 유인이 있다. B(S자 곡선의 기울기가 임계치 곡선의 기울기보다 작은 지점)부터는 투입 대비 효율과 효과가 악화된다. 따라서 B점 이상으로 극단적으로 기대치를 형성하고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이다.

 

 

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수렵채집 사회가 생존과 번식에 널널한 조건이라면, 즉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B수준 근처에 주로 있었다면, 기대치와 투입에너지를 줄이는 쪽으로 작용하는 부정적 사고 기제가 진화했을 것이다. 투입시간을 늘리는 긍정적(소망적) 사고 기제는 쓸데 없는 에너지의 낭비를 가져올 뿐이다.

 

반대로, 혹은 현실적으로 수렵채집 사회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주변 환경이 그렇게 널널하지 않았다고 보면, 즉 일반적으로 A수준 근처에서 주로 있었다면, 기대치와 투입에너지를 늘이는 쪽으로 작용하는 긍정적(소망적) 사고 기제가 진화했을 것이다. 생존과 번식활동을 위해서 가능한 에너지의 투입(투입시간)을 늘리는 것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반면에 부정적 사고 기제는 생존과 직결되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고 기제였을 것이다.

 

 

<결론> 적절한 수준의 긍정적(소망적) 사고 기제는 충분히 진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론>

1. 긍정적(소망적) 사고 기제는 자기중심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2. 어린아이일수록 긍정적(소망적) 사고 기제가 강하게 나타난다.

 

3. 소규모의 수렵채집 사회와 비교해서 엄청나게 규모가 증가한 인간집단에서 긍정적(소망적) 사고 기제는 쉽게 지속적으로 증폭되고, 이에 따라 현실과 유리되는 정도가 커져서 이를 조정하기 위한 청산과정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 경기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