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전력난의 원인을 기업의 과소비가 주범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런 식의 기사가 과연 전력난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이 될까?

<한겨레 기사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46915.html

한겨레 기사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기업적 정서를 고취하는데 있는 것 같다. 한겨레가 얼마나 교묘히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fact를 왜곡하는지 살펴보자.


1. 전력 과소비의 주범이 산업?

우리나라의 전력소비의 55%를 산업용이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기업(산업)이 과소비해서 전력난을 가져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1인당 산업용 전력 수요가 많은 것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에 기인하는 것이지 기업이 과소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중화학공업 중심에 수출이 GDP의 7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당장 구조조정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데 전력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걷어차 내고 저전력 산업으로 갈아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은 전력가격이 싸기 때문에 과소비를 하는 것일까? 한겨레는 기업 현장에 한번 가 보지도 않고 이런 이야기를 함부로 하면 안된다. 기업은 원가절감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 중에서 에너지 부문은 전력을 다하고 있고 특히 전력은 매년 10%대의 인상률을 보이기 때문에 전력절감에 필사적이다. 기업이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은 국내 전력난 해소를 위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도 아니다. 솔직히 기업이 윤리도덕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저런 노력을 한다는 것은 뒤에 붙이는 수식어일 뿐이고 기업은 생리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저런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지간한 기업은 에너지 전담부서를 따로 두어 마른 수건 짜내듯이 에너지절감에 노력한다. 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이런 상황인데도 한겨레는 기업들이 전력단가가 싸기 때문에 과소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2. 우리나라만 산업용 전력단가가 싸다고?

한겨레는 마치 우리나라만 산업용이 가정용에 비해 싸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산업용 국가별 전기요금 비교표를 올려놓고, 미국은 우리나라 산업용의 1.2배, 일본은 2.7배, 프랑스는 1.7배, 독일은 2.4배로 마치 우리나라 기업이 엄청난 특혜를 받고 있는 양 표시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나라의 가정용 전력가격은 산업용에 비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볼까?

  

*선진국의 산업용대비 가정용 전기요금 상대비율(2007년 기준)

한국:1.48배(2010년 기준 1.56배), 영국:1.59배, 대만:1.34배, 미국:1.66배, 프랑스:2.82배, 일본:1.52배


단순히 각국의 산업용 전력단가를 비교하는 것은 각국의 전력생산원가나 평균판매단가를 감안하지 않아 기업에 특혜를 준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 한겨레가 우리나라만 기업에 특혜를 준다고 주장하려면 각국의 산업용대비 가정용 전기요금 상대비율을 비교해야 하지 않는가? 위 표를 보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만 산업용에 특혜를 준다고 보는 한겨레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3. 산업용을 싸게 공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나라 뿐아니라 선진국들이 왜 가정용보다 산업용의 전력단가를 싸게 책정하는 것일까? 각 국 정부가 산업용을 전체 평균 가격보다 싸게 해 주는 것은 수출 경쟁력이나 물가 압력을 낮출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것이 산업용이 싼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다. 산업용이 쌀 수 밖에 없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산업용은 저압, 고압, 심야, 토,일,공휴일 가격이 다르다. 평일 낮의 고압 산업용 전력단가는 가정용과 비교해 결코 싸지 않다. 그런데 왜 산업용 평균 전력단가는 가정용보다 쌀까? 심야, 토/일/공휴일의 전력단가를 할인해 주기 때문에 심야나 토/일/공휴일에도 운전하는 기업은 평균전력단가가 싸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왜 한전은 심야, 토/일/공휴일 전력단가를 싸게(할인) 해 줄까? 한전 입장에서는 이 시간대의 전력은 남아돌기 때문에 싸게라도 사용하는 것이 고마운 일이고, 기업들에게 피크 타임을 피해 이 시간대로 가동을 유도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화력 발전이든, 원전이든, 발전소(수력발전, 자연에너지 제외)는 가동이 지속적으로 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력 소비가 낮은 시간대라고 하여 가동을 중단할 수가 없다. 심야, 토/일/공휴일에 전력 수요가 없다고 하여 가동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이 시간대는 전력이 남아돈다. 따라서 이 시간대의 전력단가를 싸게(할인) 해 주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기업이 없어 산업용 수요는 없고 가정용 수요만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경우 낮에는 100의 전력 수요가 있다면 밤에는 20의 수요도 없게 된다. 발전량은 낮의 수요에 맞춰 밤에도 100의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밤에는 80의 전력을 쓸데없이 생산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정은 100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단가에 맞춰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즉, 가정은 120의 전력을 쓰고 200의 발전생산원가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용이 야간에 50의 전력을 사용해 준다면 한전의 수입은 늘어날 것이고, 전력 평균단가도 낮게 해 줄 여력이 생긴다. 한전 입장에서는 야간이나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의 전력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유리하고, 국민들 입장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산업용 전력단가가 낮은 이유는 이것 말고 또 있다. 1 수요자의 전력 소비량의 차이이다. 가정용의 1수요자가 1의 전력을 쓴다면 산업용은 1 수요자가 1,000~100,000을 쓴다. 설치비용, 검침/고지 등의 관리비, 송배전비용면에서 산업용의 관리비용이 훨씬 저렴할 수밖에 없다. 당신이 발전회사 사장이라면 한 달에 1을 쓰는 소비자(가정)의 가격과 10,000을 쓰는 소비자(기업)의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겠는가?


물론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력단가가 싼 것이 사실이고 점진적으로 인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한겨레 같이 일방적으로 기업이 전력난의 주범이고 전력을 과소비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아무 도움이 안된다.


* 한겨레의 마지막 구절, “미워도 다시 한번 절전” 부분은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전력수급 합리화를 위해 스마트 그리드가 활성화되고 발전되도록 한층 노력해야 하고, 전국민의 에너지 절감 실천과 생활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