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사건으로 본 게시판 관리자의 역할

이외수씨가 자신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은 몇명의 악플러를 결국 고소했다는 기사를 봤다. 필자 역시 한때 지독한 악플러에게 필자 자신은 물론 가족과 스승님까지 들먹이며 퍼부은 악플들에 꽤 심한 상처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인지, 이외수씨에게 무척 동정적임을 미리 밝힌다

대개 악플이 올라오는 게시판들은 정치면 정치, 사회문제면 사회문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게시판에서나 생기지, 오손도손 취미활동을 중심으로 모이고 소소한 우스개 소리를 나누는 곳에서는 원래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사람들은 특정 정치집단이나 지역, 혹은 연령대의 사람들을 ~~빠, 혹은 ~~까... 해 가면서 그들만이 악플을 남긴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필자가 케텔 시절부터 경험한 바로는 일단 특정 사안으로 편이 갈리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나이 불문, 불문, 지역 불문, 정치적 입장 불문, 사회적 지위 불문, 이 많고 적고 불문....

막말로 평소 점잖빼던 양반들까지 모두 들고 나와 욕설이면 욕설, 비방이면 비방, 상대방 신분을 폭로하고, 가족들을 포함해서 성적인 모욕 주는 일은 어디나 다~~ 일어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게시판에 글 올리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교수이거나 박사학위 소지자 이상인 한 사이트도 특정 사안으로 감정들이 격해지니 상대방 신분 폭로하기부터 반말하기, 욕설에... 별 추잡한 일이 다 생기고, 미국에 계신 한국 아주머니분들이 만든 한 사이트도 줄기세포 사건부터 시작해서 탄핵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이슈가 터지면 육두문자가 섞인 쌍시옷발음 나오는 말들이 제법 걸쭉하게 나온다.

즉 철없는 애들만 저러는게 아니란 말이다. 온라인이란 익명성뒤에서 누구나 다 저런다는 얘기다.

오늘은 독일의 한 전문 토론 사이트를 소개하며, 바람직한 공론이 오가는 토론장을 지키는(?) 게시판 관리자의 역할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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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토론 전문 사이트의 주소는 (http://diegesellschafter.de/index.php) 이다. 우리말로 번역을 하기가 좀 까다로운데.. 혹시 독일 철학(?) 근처를 배회하다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와 게젤샤프트(Gegsellschaft)란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나 모르겠다. (위키사전링크) 원래 이거 설명하자고 시작한 글이 아니니 이 부분은 아주 짧게 정리하고 넘어가겠다. 쉽게 얘기하자면 게마인샤프트는 개개인보다는 사회의 공익, 공공의 선... 뭐 이런게 강조되는 사회다. 예전 60,  70년대에 반공이나 잘살아보세, 애국... 뭐 이런게 개인 한사람 한사람보다 중요시되던 우리나라를 떠올리면 될 것 같다... 반면에 게젤샤프트는 개개인의 이익이 사회전체의 이익보다 앞선 형태의 사회... 뭐.. 간단히 얘기하자면 지난 10년간 우리사회가 지향해온 그런 모습쯤 될까 싶다.....

아무튼 이 토론 전문 사이트의 주소가 바로 게젤샤트-터.... 이다. '게젤샤프트에 사는 사람' 정도로 해석해도 될까 모르겠다. 즉 한사람 한사람의 의견이 소중하게 다뤄지는 곳이란 뜻이 아닐까 싶다. 이곳은 정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는 인원만 90만명 정도나 된다. 독일내 저명인사들도 각자 한사람 분량의 중요성을 가지고 토론에 참여한다. 토론의 규칙도 섬세하고 적절한 운영진의 간섭(?)도 있는 편이다.

이제 이 게젤샤프터의 운영원칙을 중심으로 게시판 관리자의 역할을 언급해 보겠다.

1) 지역감정, 외국인 혐오, 폭력 조장, 선동등의 포스팅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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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독일이 나치로 호되게 고생을 한 전력이 있는 나라라 이런 문제에 예민하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어느 게시판이나 버젓이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포스팅과 댓글이 올라와도 대개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글들은 게시판 관리자가 바로 삭제해 버릴 일이다.

2) 네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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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동네 마실 나와 슈퍼앞 평상에서 동네 어르신들과 나누는 대화 수준을 넘지 않은 표현을 권한다. 이때 어투가 중요하다. 토론이 격해지고 감정이 날카로와지기 시작하면 말끝이 짧아지기 마련이다. 그럴때일수록 더 정중하게 존대말을 하도록 권장되어야 한다. 대개 어투가 문제가 되면 정작 토론중이던 사안은 삼천포로 빠지고 감정싸움으로 치닫기 마련이니까.

3) 풍성한 토론을 위한 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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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젤샤프터의 특징중에 하나가 새로운 발제글이 올라오면, 후속 댓글이나 포스팅에 도움이 될 간단한 설명을 올려주거나 기존 포스팅중에 관련이 있는 포스팅 목록을 댓글로 올려주는 것이다. 일종의 사회자 역할을 하는 운영진이 있다. 게시판 참여자들의 이해를 돕고 좀 더 풍성한 토론을 부추기는 역할이다.

4) 백투더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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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들이 자신의 글에 사용되는 논리나 자료의 출처를 밝히도록 권장한다. 물론 전문적인 논문을 쓸 정도로 까다롭지는 않더라도 토론 상대방이 교차 검증할 수 있도록 자료 링크나 기사 링크는 해당 문장 말미나 전체 포스팅 말미에 번호로 표시해서 밝히도록 유도한다.

5) 개인 신상 정보 유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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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얘기지만 타인의 신상 정보는 물론 자신의 집주소나 전화번호, 이메일등을 공개 노출하지 않도록 권한다. 친한 사람들의 공간이라고 믿는 순간 악플러가 당신의 개인 정보를 파고들 연결 고리를 잡게 된다. 사실 이부분이 국내 대다수 토론 게시판의 맹점이다. 토론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가다듬기 보다는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공탕먹이고 어떻게 해서든 해를 끼치려는 문화가 팽배해 있으니 말이다. 예전 필자가 활동한 몇몇 게시판에서도 꽤나 전문적인 식견으로 사회 흐름의 맥을 잘 짚어주던 분들이 계속되는 신상정보 노출과 가족들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댓글에 게시판을 떠난 예를 수도 없이 봤다. 크게 봐서 사회적 손실이다. 이런 경우 게젤샤프터에서는 액션맨(Aktion Mensch)이라고 해서 이런 악플을 전문적으로 삭제하고 필요할 경우 경찰에 신고하는 역할을 한다.


결론

물론 이런 게시판 관리자의 역할들은 국내에 생소한 것도 있고 이미 왠만한 게시판에서 관리자들이 하고 있는 일도 있다. 이번 이외수씨의 경우도 중간에 적절히 중재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부적절한 포스팅을 삭제하거나 좀 더 바람직한 토론으로 이끄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미연에 방지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나 싶다. 필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게시판이라는 장소가 감정의 배설터가 아닌 우리 사회의 토대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벽돌 한장을 쌓는 그런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맘이다.


발아점: 숨쉬는 바람님의 '벤치마킹 사이트의 토론 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