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의 대선 후보들에게 탈핵 의지를 묻는 조보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의 글(박근혜,문재인, 안철수 ... 누가 다른 길을 선택할까?)을 읽어 보다가 원전폐기를 주장하는 대표적 기관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이하 에너진)의 홈피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에너진의 탈핵 에너지의 전환 대안 시나리오(탈핵 에너지 전환:대안 시나리오를 구상한다)를 발견하고 읽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를 올려 놓고 탈핵만 강조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시나리오가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밝혀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에너진의 시나리오A에 나와 있는 1)이산화탄소 배출 전망 시나리오와 2)전력 시나리오를 그대로 옮겨 적어 보겠습니다.


표1) 이산화탄소 배출 전망 시나리오(목표에 따른 CO2 배출량, 백만tCO2)

구  분          2010            2020            2030              2050

           목표   비중(%)   목표  비중(%)    목표   비중(%)    목표   비중(%)

합계       713    100      560   100       362    100        63    100

석탄       295    41.3      210  37.5        91    25.2        0     0.0

석유       317    44.4      219  39.1       107    29.6        0     0.0

LNG       101    14.1      126  22.5       137    37.8        0     0.0

원자력       0     0.0        0    0.0         0     0.0         0     0.0

재생E        1     0.1        5    0.8        27    7.4         63    100


표2) 전력 시나리오(백만toe)

구  분          2010            2020            2030              2050

           목표   비중(%)   목표  비중(%)    목표   비중(%)    목표   비중(%)

합계       90.3    100      99.8  100       111.5   100      135.5   100

석탄       40.5    44.9     14.4  14.4         0     0.0         0     0.0    

LNG       16.9    18.7     21.2  21.2       17.6   15.8         0     0.0

원자력     31.9    35.4     20.0  20.0         0     0.0         0     0.0  

태양광      0.2     0.2      31.9  32.0       61.0   54.7      68.7    50.7

풍력        0.8     0.8      10.3  10.3       27.0   24.2      55.0    40.6

소수력      0       0.0      2.1   2.1        5.9    5.3        11.8     8.7



1.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가

표1)을 보면 순차적으로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줄여 2050년에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도록 해 CO2 배출량을 63백만tCO2으로 줄이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를 쓰는 발전소도 폐쇄하고 운송수단인 차량과 선박에도 모두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뜻이겠지요. 자동차는 모두 전기 자동차로 바뀌어져야 하고 가정에서는 취사용으로 LNG, LPG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하십니까?


2. 전체 전력 수요를 감당할 만큼의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발전이 가능한가

표2)를 보시면 태양광의 발전량이 2020년, 2030년, 2050년에 각각 31.9, 61.0, 68.7백만toe나 됩니다. 태양광은 2010년 원자력 발전량(31.9백만toe)의 1배를 2020년에, 2배를 2030년에 생산한다는 계획이지요. 그런데 이 정도의 발전량을 태양광이 발전하려면 부지가 얼마나 필요할까요? 1Mw의 태양광을 발전하려면 모듈(판넬)을 설치하기 위한 면적이 1만평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고 2010년 발전량(425,412Gwh)의 10%를 태양광으로 하려면 우리나라 전체 면적(10만 210km2)의 0.64%의 면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는 서울시 면적과 비슷합니다. 2010년에 원자력이 전체 전력의 31% 정도를 담당하였으니, 2020년에 태양광이 이에 버금가는 전력량을 생산하는 것으로 시나리오는 되어 있으니까 이 때에는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약 2%를 태양광 전지판(모듈, 판넬)으로 뒤덮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2030년에 가서는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4%를 태양광 발전으로 내어주어야 하구요. 물론 태양광의 효율이 개선되어 면적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2~3%의 국토가 태양 전지판으로 뒤덮겠지요. 이 정도가 되면 자연환경 파괴는 원전과 비교가 되지 않게 심각할 것이고, 태양전지판의 눈부심이나 송배전 선로의 복잡, 풍치의 훼손, 지가의 앙등, 타산업에 끼치는 피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풍력도 마찬가지입니다. 2050년에는 전체 발전의 40%를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저 정도를 풍력으로 발전하려면 온 산과 온 바다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야 하겠지요. 아마 2050년이면 우리나라의 산과 들, 그리고 바다, 도심이 모두 태양 전지판과 풍력 발전기로 뒤덮고 말 것입니다.

탈핵을 주장하는 에너지기후전책연구소는 이런 간단한 문제도 생각하지 못한 것일까요? 아니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요?


3. 에너진은 신재생에너지의 공급 불안정성을 간과하고 있다

태양광의 비중이 전체 전력량에서 2020년 32%, 2030년 55%, 2050년 51%를 차지 합니다. 풍력도 10%, 24%, 41%를 차지하구요.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 변화에 따라 발전량 변화가 심하여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매우 불안합니다. 태양광은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낄 경우 발전량이 현격하게 떨어지지요. 장마기간에 내리 3일 정도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낄 경우 태양광 발전설비 만큼의 전력이 생산이 되지 않습니다. 거의 발전량이 제로에 가깝게 되지요. 그리고 밤에는 햇빛 자체가 없어 발전을 할 수 없구요. 이럴 경우 Black out은 불문가지이고 우리나라는 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장마철 뿐 아니라 평일에도 조금만 구름이 끼어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풍력 역시 바람의 세기가 일정치 않기 때문에 기상 환경에 따라 발전량 변화가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보고서는 공급 안정성이 없는 자연 에너지(태양광, 풍력 등)를 전체 발전량 전부에 가깝게 의존하게 해서 발생하는 안정성 불안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에너진의 자료나 원전 폐기론자들의 주장 어디에도 이에 대한 대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원전 폐기를 주장하시는 분 중에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 분 계신가요?

제 생각으로는 자연 에너지에 의존하는 발전량을 전체 발전량의 10%를 넘기게 되면 공급불안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마트 그리드의 발전, 대용량 배터리(축전지)의 개발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연에너지 발전의 공급 불안정성은 쉽게 해소되지 않으리라 전망됩니다.


4. 현재의 발전설비예비율을 감안할 때 급격한 원전 폐기 정책이 온당할까

지금 우리나라는 전력예비율이 떨어져 관심, 주의 단계까지 가고 있어 자칫 관리를 소홀히 하면 Black Out 상황까지 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력예비율이 떨어져도 반강제적 수요 감축으로 밖에 대응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발전설비예비율이 바닥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발전설비예비율이 96.4%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4.8%에 불과합니다. 전력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도 독일은 유휴발전설비를 가동해 대응하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발전설비예비율이 4.8%밖에 되지 않아 추가로 발전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하절기 수요 절정기에는 엄청난 고충을 겪게 되는 것이죠. 발전설비예비율을 독일 수준은 아니더라도 20% 정도까지 끌어올리려면 발전설비의 건설이 대규모로 필요합니다. 20% 발전설비예비율을 위한 추가 발전설비 건설을 자연에너지 발전설비로 한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더구나 현존의 원전 설비를 폐쇄하면서 전력 수요의 증가에 대응하고 발전설비예비율 상승시켜야 하는데 자연에너지 발전설비 확충만으로는 가능할 수가 없지요.

에너진의 시나리오대로 했다가는 매년, 사계절 항상 Black Out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5. 지구온난화와 원전 중에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

앞에서도 살폈듯이 원전의 폐기는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원전 에너지의 공백을 신재생에너지가 당장 막아 줄 수 없으며, 향후 30년간에도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신재생에너지(자연 에너지)의 발전은 공급 불안정성으로 인해 그 비중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원전 발전을 줄이면 화석연료의 발전으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1kw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원자력이 22g, 화석연료가 600~700g, 자연에너지가 20~50g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원전의 폐기는 화석연료 사용 증가를 가져오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려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게 됩니다.

지구 온난화는 전지구적 문제이고 그 피해에서 누구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원전의 피해는 지역적으로 나타나지 전지구적 문제는 아닙니다. 만약 원전 사고가 나더라도 비용은 막대하게 들 수 있고 그 지역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겠지만 다른 지역은 비교적 온전할 수 있습니다. 체르노빌, 스리마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충격이고 심각한 피해를 주긴 했지만 지구 온난화와 같이 전지구적 문제는 아니지요.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원전을 이용해 지구온난화를 막을 것인가? 아니면 원전 위험을 막는 대신 지구 온난화를 감수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저는 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물론 자연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와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도 된다면 당연히 저도 이를 택할 것이고 또 이를 위해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 하겠지요.


6. 자연에너지는 윤리도덕적이며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제가 링크한 글의 필자나 원전 폐기론자(탈핵론자)들의 원전 폐기를 주장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에너지 민주주의입니다. 즉, 전력을 소비하는 지역(사람)에 발전도 함께 해야 한다는 수혜자 책임(부담)의 원칙이지요. 원전으로 전력을 얻어 소비하겠다면 다른 지역(가난한 지역)에 원전을 짓지 말고 자기 지역에 지어야 하며, 그 잠재된 위험을 타 지역으로 전가하지 말라는 것이죠. 그리고 발전(생산) 지역과 소비 지역의 거리 차로 인해 발생하는 송배전 손실과 피해도 강조합니다.

그런데 자연에너지로 발전을 하게 되면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나요? 대량의 태양광 발전을 한다면 전력 소비지인 도심에 태양광 전지판을 까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태양광 효율이 높고 토지가격이 저렴한 지역에 설비를 놓는 것이 좋을까요? 지금 태양광발전을 대규모로 하는 지역이 어디입니까?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수도권에 집중해야 한다고 원전 폐기론자들은 주장하고 있나요? 조력 발전을 한다면 동해나 남해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서해에 조력발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리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수도권 인근에 해야 할까요? 풍력은 어떤가요? 수도권에 풍력발전기를 곳곳에 설치하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바람이 많고 풍력발전의 부작용이 적은 장소에 설치하는 것이 나을까요?

어차피 태양광, 조력, 풍력 등 자연에너지도 원전 입지 선정과 마찬가지로 경제성, 안전성 등을 고려하여 가장 최적지에 설비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원전 폐기론자들은 에너지 민주주의 운운하면서 원전 폐기를 주장하지만 정작 자연에너지도 원전이 갖고 있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간과합니다.  


7. 전기요금 급등에 대한 대책은?

에너지원별 발전단가는 원자력이 39원/kw, 석유가 188원, LNG가 127원, 태양광이 567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의 효율이 개선되어 발전단가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자연 에너지(태양광, 태양열, 조력, 풍력)의 발전단가는 원전 발전단가보다 5~10배 비싼 형편이고 Grid Parity에 도달하는데도 아직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설사 Grid Parity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3~5배가 올라가야 태양광 발전원가를 맞출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이 정도의 전력요금을 지불하고 견딜 수 있는 산업이 얼마나 될까요? 전력요금 급등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우리나라 상품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습니까? 그리고 국민들이 저런 요금을 지불을 수용할 수 있을까요? 에너진에서는 국민들이 저항할 때 어떤 대국민 설득 방법이 있는지요?



저는 원전 폐기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대안만 있다면 원전 폐기를 환영할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데 온 국민이 동참해야 하며, 합리적 에너지 관리를 위한 스마트 그리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에 어느 국민이 반대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자연에너지의 이용수준은 우리 기대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수준에서는 에너진의 시나리오처럼 원전 폐기를 했다가는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봅니다. 자연에너지의 발전 수준에 맞추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환경도 고려하여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여야지 듣기 좋은  친환경이나 에너지 민주주의를 내세워 현실과 괴리된 주장을 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