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소셜미디어 홍보 운영 대행 및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원래는 SNS 플랫폼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제가 개발자도 아니고, 돈도 없고, 투자도 못받아서 어쩔 수 없이 홍보 대행,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된 플랫폼이 블로그였는데 올해는 페이스북이 됐습니다.  페이스북이 그만큼 효과적이고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로 포털사의 편집 노출을 통해 유입되던 블로그가 포털사의 정책이 바뀌면서 유입효과가 떨어져서 상대적으로 페이스북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도 페이스북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별 생각없이 하고 있을 뿐이고요. 거기서 페북친구 늘리기나 좋아요 추천받기 같은 것도 별로 신경도 안씁니다. 

제가 2005년도에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때,  당시엔 세계적으로 알려진 SNS가 싸이월드나 아이러브스쿨 정도였습니다.  미국에서 갓 박사학위를 받고 들어온 젊은 교수가 강의하는 디지털커뮤니케이션 과목을 듣고 있었는데  SNS는 서구에서는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가 없고 오직 한국같은 나라에서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당시의 학계의 통설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당시에  앞으로 3년뒤쯤이면 전세계에서 SNS 소셜미디어가 큰 열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를 받아서 글로벌 SNS 플랫폼 사업을 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강의 듣는 내내 "이건 아닌데, 그게 아닌데..."하면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학자들이 서구에서 SNS가 성공할 수 없고 한국 같은 사회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이유로 드는 것이 사회가 한국은 1차적 관계 중심의 사회이고 서구는 2차적 관계 중심의 사회라는 겁니다.  즉 한국은 1차적관계 중심의 끈끈한 정으로 이어진 사회이고 서구는 2차적 관계 중심의 느슨한 끈으로 이어진 사회이기 때문에 끈끈한 정이 필요한 소셜네트워크가 한국에서는 크게 성공할 수 있었는데,  서구에서는 성공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계속 강의 내용을 속으로 부정하면서 들었는데, 마침 기말고사 시험문제에  "서구에서 SNS가 성공할 수 없고 한국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라"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C학점 각오하고,  강의내용 무시하고, 학자들 견해 무시하고, 문제취지(서구에서는 SNS가 안된다) 무시하고,  문제 형식 (설명하라) 무시하고  제 생각을 적었습니다.  서구에서도 SNS가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이유를 논술했죠.  C학점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행히 A+을 받았습니다. 

관계가 없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고, 1차적 관계든 2차적 관계든 모든 관계는, 그리고 관계 속에서 나오는 정보는 얼마든지 사람들이 추구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2차적 관계’ 중심의 사회라면 ‘2차적 관계’ 속에서 정보가 유통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추가하면 되는 일이고요. 

제 생각으로는 서구에서 SNS가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1차적 관계’ 중심의 사회에서는 ‘끈끈한 관계’ 그 자체가 정보를 유통시키는 솔루션이 됩니다, 반면 ‘느슨한 관계’가 중심인 서구에서는 ‘끈끈한 관계’를 대체할 솔루션을 찾아야 했어요. 그런데 그런 솔루션 없이 1차적 관계 중심에서 통하던 SNS를 그대로 2차적 관계 중심인 서구에 적용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SNS가 안된 겁니다. 

제 예상대로 몇 년 뒤, ‘페이스북’이라는 걸출한 SNS 사업자가 전세계에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은 1차적 관계에서의 ‘끈끈한 관계’를 대체할 많은 솔루션을 만들어냈습니다. 소셜미디어기획자의 입장에서 ‘페이스북’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기밀 정보를 유통시키는 플랫폼’입니다. 

'기밀 정보를 유통시키는 플랫폼'  기밀이라는 뜻을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1차적 관계 중심의 사회인 우리나라는 기밀과 비밀을 구별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사전에서 기밀과 비밀 둘다 ‘Secret’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밀은 비밀과 다릅니다. 기밀에 해당하는 단어는 ‘Secret’이 아니라 ‘Confidence’죠. ‘Confidence’의 뜻은 ‘신뢰’라는 뜻이 주된 뜻이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털어놓는 ‘비밀’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비밀과 기밀의 차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밀은 공유될 수 없고 집단을 전제로 하지도 않습니다. 비밀이 공유된다면 그 때부터 비밀이 아니죠. 이에 비해 기밀은 공유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즉, 기밀은 공유를 하는 것이고 당연히 기밀을 공유하는 집단을 형성합니다. 

기밀 정보는 그 집단 내의 범위 안에서 유통되는데, 그 정보의 성격은 집단이 공유하고 유통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입니다.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의 구성원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특정한 집단 외부로는 유출되어서는 안되고,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집단 동의와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밀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집단이 공유하는 정보’라고 할 수 있죠.

싸이월드와 비교해보면, 싸이월드도 기밀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요즘 나온 SNS, 즉 페이스북같은 그러한 '기밀정보를 유통시키는 플랫폼'에 비하면 기밀 유통 솔루션이 매우 미약합니다. 

예전에 싸이월드가 글로벌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싸이월드의 글로벌 진출은 반.드.시. 실패한다고 봤습니다. 싸이월드는 기밀의 의미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보였고 그런 기밀 유통 솔루션이 없었거든요. 

사람들은 싸이월드 개발을 아주 높게 평가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싸이월드를 키운 것은 팔할이 재수였습니다.  디카열풍이 불 당시에 사진 저장공간이 필요했던 사용자들이 당시에 애용하던 프리챌이 유료선언을 하면서,  공황상태에 빠져있었는데 그 때 마침 싸이월드가 사진 무한저장 서비스를 내세우자 그 디카 열풍들이 모두 싸이월드에 가서 지금의 싸이월드가 생긴 겁니다.  SNS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이 그냥 운좋게 재수로 성공한거죠. 뭘 알고서 싸이월드를 성공시켰다면, 글로벌 진출에 실패할 리도 없고, 지금처럼 新SNS 트렌드를 몰라서 마구 망가지고 있는 일도 생기지 않습니다. 

기밀의 의미를 모르는 SNS 사업자는 사업을 성공시킬 수 없고, 기밀 정보 유통 솔루션이 없는 ‘싸이월드’는 세계 진출에 성공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싸이월드는 너무 폐쇄적이었습니다. ‘1촌’이라는 ‘친밀한 관계’속에서 싸이월드에 올려진 정보들은 유통될 수 있었지만, 1촌을 넘어서는 ‘느슨한 관계’속에서 ‘1촌 용’으로 올려진 정보들은 유통되기에 적합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유통시킬 솔루션을 가지고 있지 않았죠.


SNS에서의 정보의 유통 행태는 단순한 개인과 개인의 사이에서 유통, 공유되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은 그가 관계하는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이나 또 다른 구성원인 개인 혹은 그 구성원집단에게 정보를 유통시킵니다. SNS서비스를 글로벌로 확대하고, 소셜네트워크 속의 정보가 보다 활발히 유통되도록 하려면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집단 속의 개인’을 전제로 해야 했습니다. 더불어 ‘기밀’의 구조를 반드시 솔루션에 반영해서 ‘기밀’이 유통되도록 해야 했습니다.  싸이월드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실패하죠.

한편, 일반인도 기밀의 의미를 모르면 낭패를 당합니다. SNS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밀과 기밀의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용자들이 정보 관리에서의 실수로 피해를 본다는 것입이다. 즉 비밀로 처리해야할 것을 ‘기밀 정보의 유통 플랫폼’에 올려서 피해를 본다거나  기밀 정보의 유통 범위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못해서 오남용을 하게 되는 거죠. 코블렌츠님의 경우도 비밀이라고 생각하고 올린 게 기밀 정보가 돼서 특정인을 포함안 더 광범위한 그룹으로 그 정보가 유통돼버린 건데... 이럴 때 참 난감해지고,  또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위험하고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되기도 합니다.  

일단 페이스북 같은 SNS를 재미있게 하시려면 페이스북의 이같은 기밀유통 시스템을 잘 이해하시고 그 위험성도 주의하시고, 자기가 알고 있는 지인들과 조금씩 관계를 맺어나가면서 관계를 확장하시면 좋습니다. 일단, 이메일을 자주 주고받는 사람들과 맺으시면 되고,  그 다음 그 사람들이 맺은 친구, 즉 친구의 친구를 검색해서 친구신청하시고요...  자기가 관심 있는 주제의 그룹을 찾아서 가입하시고, 자기가 배울 것이 있는 정보를 많이 올리는 사람을 찾아서 친구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뭐 흐름에 적응하시게 될 겁니다.  (이건 일반인의 경우고요.  기업 기관은 SNS를 사용하는 방식, 친구맺기 방법이 다릅니다. 이건 영업비밀.)  


제가 그 때 계획하기로는 2008년 쯤에는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메가 SNS 서비스가 나와서 전세계인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2006년부터 준비하면 2008년 쯤이면 이제 뭔가 세상에 제 것을 내놓을 때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때쯤이면 이미 글로벌 SNS거물이 나올 것이라고 봐서  제가 그런 회사들과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서 좀 더 틈새를 노려서 '사진전문 SNS 플랫폼'을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적어도 최소한 1조원 정도의 회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보고 그걸 1조원 정도의 돈을 받고 구글이나 혹은 구글을 뛰어넘고자 하는 글로벌 2위 업체 등에 매각하겠다는 게 제 계획이었죠.  그래서 그 1조원 정도의 사업기초자금을 가지고 수백조원 수천조원짜리 사업을 하려고 했었는데...

사진전문 SNS 플랫폼은 아마 2010년 전후가 되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게 제 예상과 예언대로 다 실현됐지만, 투자를 못받아서 돈 벌 기회를 다 놓쳤습니다. 2006년에 제가 국민일보를 나와서 그 SNS사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당시 경제부장, 광고국장하시다가 회사를 나오게된 최회봉 선배가 저한테 4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해서 SNS사업을 하려고 제가 회사를 나왔는데,  사업착수한지 보름만에 최선배가 자기는 이런 사업 잘 모르겠다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만하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낙동강 오리알.

사진전문 SNS플랫폼이 2010년 전후에 크게 뜰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 예상대로 2011년에 사진전문 SNS인 핀터레스트가 떴습니다. 일반인들은 이게 뭔지 잘 모르는데 기존의 SNS와 다른 게 뭐냐면, 기존의 SNS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서비스입니다.  핀터레스트같은 사진전문 SNS는 사람이 아니라 사진과 사진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주죠. 사람들은 세계최초의 사진전문 SNS가 핀터레스트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거든요.  제가 2007년에 만든 포틀넷이 세계최초입니다.  당시 200만원으로 만들었다가 투자를 받지 못해서 지금은 최소한의 모습만 노출시키고 방치해둔 겁니다. 그리고 핀터레스트도 제가 보기엔 돈을 크게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깝깝합니다. 

이런 게 수두룩 합니다. 수조원 수십조원 수백조원 벌 수 있는 꺼리들이 아주 많습니다. 제가 예상한 것은 거의 99.99% 적중하거든요. 영감이 좀 강한 사람들은 데이터가 없어도 미래에 대한 감이 있어서 미래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고위 임원들이 자꾸 이탈하는 것은  지금 SNS가 막 퍼지고 있는데,  제가 수조원 수십조 수백조원짜리 사업들을 보고 있는 것처럼 그들도 현장에서 보기엔 수십조 수백조원 벌 수 있는 사업 꺼리, 새로운 플랫폼들이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나가는 거죠.  수십조원 수백조원을 벌 수 있는데 페이스북에서 그냥 수십억원 받고 일하고 있으면 너무 억울하고 아깝잖습니까? 그래서 나가는 거죠. 물론 성공할 가능성은 낮지만... 실패해도 벌어놓은 돈이 있고 또 다른 회사에 들어가면 되니깐...

페이스북은 현재까지는 가장 강력한 SNS 플랫폼 사업자입니다. 이 페이스북이 왜 그리 강력한가를 다 말씀드릴 수 없고.. 암튼, 그런데 인터넷 플랫폼 사업이라는 게  변화가 굉장히 빠릅니다.  페이스북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서비스로 무장한 SNS가 나와서 페이스북 잡아먹을 수도 있고요. 그런 겁니다.  

페이스북이 망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은 언제든지 망할 수 있는 것일 뿐이고, 페이스북 탄생시부터 그래왔던 것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