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469934
우선 윗 칼럼 참고하시고...

윗 글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다면(물론 내 맘대로), 평준화로 인한 부작용이 제법 크고 그래서 평준화를 관두자,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경쟁의 부작용은 어쨌든 우리가 안고 가야 하는 것이며 그로부터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사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 답이 나올 것이란 거다.
몇 가지 근거로 삼는 내용을 정리해보면, 학생들의 능력 차이가 평준화된 교육 가지고는 감당이 되지 않으며, 평준화로 인해 사람들이 원하는 더 좋은 교육을 학교가 제공할 수 없어서 사교육이 중등교육에 개입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부모의 능력이 학생들의 실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했으며 이는 교육을 통한 계층간 이동을 어렵게 만들어 닫힌 사회로 가게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다.

언뜻 그럴 듯 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평준화/비평준화가 아닌 공교육의 역할을 우선적으로 놓고 본다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학교 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지고 하게 되어 있는 나라고, 향후 고등학교 교육도 국가가 맡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글의 내용 중에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다양성은 학생들마다 받고 싶어하는 수준의 교육이 문제가 아니다. 다양성은 중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다양한 일을 하며 살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며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어느 수준까지 익혔는가는 그 어떤 아이의 일생에서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공교육의 목표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의 '최소 공통 부분'을 정하고 그것을, 우리나라의 경우는, 무려 9년간 학교에서 '강제로' 혹은 '맡아서' 가르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똑같은 내용을 가르쳐도 아이들마다 습득 수준은 차이가 난다. 이것은 아무리 쉬운 내용을 가르쳐도 마찬가지다. 이건 그 어떤 것으로도 해결 불가다.

비평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비평준화해서 도대체 무슨 내용을 어떻게 가르치고 싶은가 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앞서서 미분/적분을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일반 교과과정에는 없는 데카르트의 철학을 가르치려 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영어 뿐만 아니라 일어, 중국어도 필수적으로 가르치고 싶은가?
비평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수한 학생에겐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주장이 없어 보이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갈 생각이 없거나 못 가는 학생들에겐 별로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예전에 비평준화 시절에도 교과서가 따로 따로 다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교육도 엄청나게 많았다. 특히 고가의 과외가 무척 성행했는데 오죽하면 전두화니 아저씨께서 일시에 과외금지를 국가의 힘으로 밀어 붙였겠나 말이다. 사교육은 평준화/비평준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로지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욕구에 비례할 따름이다.

다른 글에서도 몇 번 이야기한 바가 있지만 초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울 혹은 가르쳐야 할 내용은 뻔한 내용이다. 아니 뻔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분적분이나 원어민 수준의 발음 같은 것은 전혀 필요 없는 짓이라 생각한다. 미분적분이나 원어민 발음은 100명의 학생 중에 기껏 한 두 명 정도에게나 도움이 될까말까 하는 불필요한 교육이다. 도대체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은 고등학교 학생에게 미분적분이 왠 말이며, 원어민 발음이 정말로 중요한 사람이 이 사회 전체에, 남녀노소 성별 직업을 불문하고, 몇 명이나 된단 말인가?

나는 차라리 고등학교 과정에 철학, 문학, 음악, 체육 같은 것을 더 가르치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백배 낫다고 생각한다.
비평준화를 외치는 사람들의 의견은 정말로 보나 마나지만 더 문제는 위와 같이 진실로 인생을 사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되는 배움이 비평준화 가지곤 더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고 본다.

그 뻔하고 뻔해야 마땅할 고등학교 과정을 비평준화해서라도 학생수준에 맞게 교육을 하겠다는 소리는 내 아이는 어떻게 해서라도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욕구에 발 맞추라는 이야기 밖에는 안 된다. 그래서 저 칼럼에서도 경쟁을 두려워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당연하게 나오는 것이고.

도대체 학생들이 뭘 그렇게 다양하게 요구를 하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볼 땐 나보다 못 한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기 싫고 나랑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과 그 수준의 교육(선생님의 강의겠지요.)을 받을 수 있게 '다양한 수준의 수업'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나는 평준화한 김에 고등학교 과정도 대폭 쉽게 해서 선생님들이 가르치기도 쉽고 아이들이 익히기도 쉽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잘 하는 아이들은 금방 배울 거고, 여전히 못 따라가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만 이거야말로 불가피한 일이다. 머리 좋고 열심히 해서 금방 배운 아이들은 2차 방정식 해법 배운 다음 남보다 먼저 미분적분 배우려 애쓰지 말고 다른 걸 하면 된다. 사회에 나가기 전에 '다양하게' 책도 많이 읽고 '다양하게' 운동도 많이 해보고 '다양하게' 우리나라 방방곡곡 여행도 해보고 '다양하게' 봉사활동도 하고, 가만히 앉아 '다양하게' 생각도 해보고 말이다.

대학입시? 그건 각 대학들이 알아서 학생 뽑게 하면 된다.
국가에서는 세밀하게 분별력 돋는 입시제도를 집어 치우고 대충대충 대학입시자격시험 정도 봐서 커트라인 정하고 PASS/FAIL 알려 주고 끝.
다른 학교하고 비슷한 아이들 데려가서 더 잘 가르쳐 좋은 인재 배출하고 좋은 연구 결과 못 낼 학교라면 서열1위 간판 내리면 된다. 그리고... 어떻게 해도 좋은 교수들 몰려 있는 대학에는 좋은 아이들이 가게 되어 있다. 몇몇 좀 부족한 아이들 섞인다고 뭐 덧 날 것도 없다.

혹시라도 고등학교에서 배운 동서양의 철학이 머릿 속에 남아 지적수준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길에서 호떡을 팔아도 그 사람의 인생에는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공교육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삶을 살아 가는데 도움이 될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미분적분 죽어라 가르쳐야 나 같이 공학으로 먹고 사는 사람도 평생 미분방정식 몇 번 풀어 볼 일 없단 소리다. 

결론적으로, 저 칼럼 같은 비평준화라면 애시당초 방향 자체가 글러 먹었단 소리고, 비평준화 주장에서 저 이상의 심오한 철학은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