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도 2012-06-22 오전 2:29:52   

근본주의 개신교 집단과 기독교 자체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진화론을 공격하는 입장과 기독교를 동일시해서도 안됩니다. 미국의 경우 과학자들의 10%가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합니다. 진화론은 물론이고 현대 자연과학 전반을 꿰뚫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물론 진화론을 과학적 이론으로 인정하면서도, 지적 설계론을 주장하는 철학자들이나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철학자들도 있습니다.


미치 2012-06-22 오전 2:35:43  
그런 사람 중에 학계에서 관련 주제로 논문을 쓴 생물학자 이름 한 명만 알려주세요. 철학자 말구요. 자연과학을 꿰뚫고 있는 철학자 개인 몇 명이 아무리 주장해봐야 생물학계 전체의 집단 지성 앞에서는 어떠한 학문적인 의미도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문제에 있어서 그 어떠한 유효한 참조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보다 더한 근본주의자들이 넘치는 국가인데요. 칼도님이 지적 설계에 대해서 우호적이시라니 충격적입니다. 자꾸 물어 봐서 죄송한데 혹시 기독교인이세요? 아니시길 바랍니다. 아니시면 정말 재미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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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든 지적 설계론을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하게 아는 것은 어떤 지적 설계론은 진화론+@ 이지 진화론의 부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대 기독교 신학의 어떤 입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아는 한, 그 어떤 지적 설계론은 자연과학이 아니라 철학입니다. 물론 철학적 주장도 논거를 필요로 합니다. 자연현상의 막대함과 복잡성과 법칙성을 두고 볼때 지적 존재가 자연을 설계했다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생각은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테스트될 수 없고 자연현상과 철학적 논변의 방법 양자 모두에 능통한 이들에 의해서 오직 말/글로만 지지되거나 반론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에 과학적 가설이 아니라 철학적 주장입니다. 지적 설계자가 단순히 이신이 아니라 인격적 신이고인간사에도 개입하는 신으로 생각된다면 이 지적 설계론은 유일신교의 신학의 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 지적 설계론은 진화론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과학적 이론이 아니라 하나의 철학적 주장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이 지적 설계론을 공격하는 것은 진화론을 계몽하는작업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오직 무신론을 논변하는 작업의 일부일 수있을 따름입니다. 진화론 자체는 신이나 지적 설계자의 존재 여부에 대해 아무런 주장도 하지 않습니다. 진화생물학자가 이 지적 설계론을 주장하는 것에는 그의 진화생물학자로서의 정체성과 모순되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물론 이 지적 설계론을 주장하는 이가 생물학자냐 아니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주장은 철학적 논변의 기준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지 생물학계 전체의 집단 지성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아닙니다.

 

미치님처럼 지적 설계론 '자체'를 과학적으로 반박될 수 있는 사이비 과학적 주장으로 단정하고 마치 진화생물학이 유신론을 반박하는양 생각하는 이들 때문에 - 스스로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위의 글을 보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 기독교 신자이기도하고 진화론도 수용하는 이들이 당연한 반발을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치님같은 이들은 근본주의 개신교 신자들의 대척점에 있습니다. 방향만 정반대인 잘못된 주장으로 서로가 서로를 키워주기 때문에 결국 한 통속인 것입니다.  <지적 설계론 = 근본주의 개독교 = 사이비과학 = 진화론을 수용하는 이들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는 편리한 엉터리 등식을 버리고 사안에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진화론을 수용하는 가장 정교한 현대 기독교 신학적 입장으로는 화이트헤드 철학을 기반으로 한 과정신학 등이 있습니다. 화이트헤드가 자연과학과 수학에 얼마나 박식/능통한 인물인지는 조금만 뒤져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신의 철학자'라 불리는 앨빈 플란팅가(Alvin Plantinga)는 진화론 자체를 그의 반자연주의 [결국 기독교적 유신론]의 논거로 삼습니다. 플란팅가는 엄밀한 논변을 생명으로 하는 영미철학계에서 석학급의 반열에 든 철학자입니다. 왜 진화론이 지적 설계론 자체를, 따라서 유신론 자체를 배제하지 않는 지에 대한 가장 명료하고 설득력 있는 논변은 생물과학 철학의 대가중 한명인 엘리어트 소버(Elliott Sober)의 

 

Did Darwin Write the Origin Backwards? (Prometheus Books, 2011)

 

의 4장에 있습니다. 과정신학이나 플란팅가의 논변은 분명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소버의 논변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이전 저작들 중 하나가 <생물학의 철학>이라는 제명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진화론에 대한 대중적 입문 수준을 넘어선 이해를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습니다. 과학철학자라는 직업 자체가 과학자보다 과학이 무엇인지 더 잘 아는 직업이죠..

 

 

* 참고

 

http://m.media.daum.net/media/hotreply/newsview/20120623023624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