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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예상외의 히트를 기록한 기묘한 SF영화입니다.
미디어몹의 백반님은 디스트릭트9-수직의 파문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의 liquid modern age의 개념을 빌려오셨는데요, 전 좀 생각이 다릅니다. 바우만의 '유동성'은 근대에 출몰하는 공포의 성향에 대한 개념이였죠. 유동하는 공포는 근대사회의 불확실성, 그 불확실성이 결코 고정되어 있는 뚜렷한 대상으로 인해 발생하진 않는 현상에 대한 은유였습니다.
비커스가 투사로 바뀌는 과정은 액체와의 접촉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는 어떤 은유를 제대로 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바이오 에너지 연료와의 접촉으로 인하여 그는 그냥 변이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변이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냥 그런 설정으로 대충 정한 것 같아요. 도대체 그 대단한 바이오에너지집약 액체연료가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여튼, 항성간 대우주 횡단을 가능하게 하는 엄청나고 대단한 바이오액체연료였어요. 부작용은 사람을 외계인으로 트랜스폼시킨다는 겁니다.
이 작품은 사실 상당히 엉성한 설정을 기반으로 합니다. 도대체 납득이 가지 않아요. 외계인은 그 엄청난 과학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지구인에게 학대를 당하죠? 그렇다고 E.T.에 나오는 머리크고 눈큰 식물학자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운 족속도 아니죠. 상당히 거칠고 조폭활동도 하는 저능아 집단 같아요. 그런데 황당할만큼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서 고양이먹이 캔 100개와 바꾸는 덜떨어진 짓을 예사로 하는 희한한 족이죠.
굳이 이론적으로 설명하자면 도구지능모듈과 거래지능(사회지능)모듈이 상호 통합할 수 있는 상태로 발전하지 못한, 극단적일 정도로 불균질적 인지지능을 갖춘 족속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예컨대 침팬지는 막대기로 개미를 잡지만 그 막대기로 대장을 때려서 자기가 대장노롯을 할 생각은 못합니다(<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프롤로그가 생각나네요 확실히 그 작품은 잘 쓰여진 작품이라니까요). 뭐, 그런 상태로 극단적으로 발전한 괴상한 족속이라고 가정해보죠. 어차피 우리와는 다른 족속인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고 보는 겁니다.
좀 억지스럽죠? 네, 억지 스럽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다는 겁니다. 모큐멘터리 형식을 빌어오고 남아공의 인정차별과거를 묘하게 대비시키면서 이 영화는 상당한 리얼리티를 얻습니다.
멍청하고 무능하지만 인맥으로 한 자리를 차지한 우리들의 주인공 비커스의 코믹스러운 연기 역시 재미의 상당한 몫을 차지 합니다. 이 친구는 멍청한 자본주의사회의 관리자의 전형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외계인의 알을 불태우면서 그 터지는 소리에 너털웃음을 웃는 장면은 이 친구의 바보스러움을 극단적으로 표출시키죠. 그런데 이 친구가 과연 주인공의 자격이 있나요?

<주인공 비커스가 외계인의 알을 태우며 팝콘 터지는 소리가 난다면서 환하게 웃고 있네요.>
지금 이 순간 서울시청에서 모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승진한 모 팀장을 주인공으로삼고 그 가족들이 4대강 사업의 음모로 인해 희생되는 과정에서 그가 투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다면 비슷할까요? 글쎄요. 어렵겠죠. 80년대라면 몰라도 2009년 서울에서 그런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그는 투사로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자신의 신체적 변이로 인하여 드라마틱하게 바로 자신이 압박하던 '타자'의 위치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투쟁은 그에게 옵션이 아닙니다. 생존을 위한 절박한 방법일 뿐이죠. 이 영화가 영리한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영리함은 짜집기의 기술입니다. 이 영화는 잘 섞어서 만든 맛있는 잡탕밥입니다. 이렇게 보면 어떨까요? <카프카의 변신>과 <화씨 451도>을 잘 칵테일한 후 양념으로 <기동전사 페트레이버>의 액션을 살짝 뿌린 작품. 언뜻 전혀 어울리지 않죠? 그러나 잘 버무렸어요. 변신의 벌레가 자신을 태워 죽이려는 시스템과 맞서서 페트레이버를 타고 싸우는 중이거든요.
이 영화의 진정한 장점은 젊은 세대들에게 '타자'가 된다는 것의 '가상 체험'을 상당히 리얼하게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단점은 그 '타자화'의 체험이 결코 진지하지 않다는 겁니다. 마치 FPS게임을 반대 입장에서 한 판한 기분이랄까요? 그러니까 "바이오 해저드"에서 자신이 좀비가 되었는데 수비군에게 쫓기면서 그들을 공격하는 게임을 한 시간한 기분 정도의 진지함이죠.
즉, 이 영화의 리얼리티는 결코 진정한 리얼리즘이 아닙니다. 모규멘터리의 효과로서 상당한 리얼리즘을 '가상적'으로 체험시켜 주시만 그 체험은 현실과 전혀 접점을 가져다 주지 않을 겁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를 재밌게 본 젊은 친구들이 결코 현실세계에서 용산참사의 희생자들의 입장에서 사고할 수는 없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영리하게 만들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잘 활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진지함은 결여된 사회적SF.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되겠네요.
2009.11.02 06:21:10
저도 얼마 전에 이 영화를 봤습니다만, 한마디로 줄인다면 "재미는 있었습니다."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의 외계인 집단을 잘 보면, 지능이 낮고 힘은 센데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인 대다수의 개체들과, 마지막에 아들과(새끼라고 해야 하는지...) 우주선을 타고 떠나는 이성적이고 높은 지능을 가진 소수의 개체들이 섞여 있습니다. 이 외계인 주인공의 친구였던 개체도 갑자기 성질을 내다가 저격라이플에 맞아 부상당하고 결국은 권총에 맞아 죽게 되지요. 이 개체가 비커스를 다치게 만드는데 제 생각으로는 그 바이오 에너지와의 접촉 뿐만 아니라 부상도 비커스의 변태와 관련성이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변태가 이 개체와의 싸움에서 다친 왼손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첫 감염 경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바이오 에너지는 인간이 외계인 개체로 변태하는 데 필요했을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저도 이 영화의 줄거리를 쓴 작가가 무슨 뜻으로 이걸 썼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영화를 본 다음 날 xx다운로드로 구해서 다시 봤습니다. 여전히 희한한 영화더군요. 발상도 평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는 상당한 여운을 남기는데 아마도 후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과연 그 20년간 추출한 에너지가 3년간의 우주비행에 충분할까, 또한 외계인 우주선이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3개월 떠있어서 사람들이 그 우주선을 뚫고 들어 갔을 때 처참하게 굶어 죽어가는 모습이었다고 했는데 아무리 두 명의 부자만 먹으면 된다지만 3년간을 먹고 버틸 식량이 남아 있는지, 그 큰 우주선이 혼자서 운행이 가능하긴 한지... 공돌이 특유의 의문이 남습니다. 그리고 3년 후 돌아오면 이미 변태된 비커스는 과연 어느쪽 편이 될 것인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의미 있는 느낌은, 정말로 외계인이 지구로 찾아 오게 되면 과연 그것이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방문이 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굶어서 거의 죽다 살아난 250만 외계인이 아니고 잘 먹어서 쌩쌩한 개체들이었다면 체력도 훨씬 우월하고 무기도 훨씬 더 발달한 이 개체들이 어떻게 행동했을까... 60억 미개한 지구인과 250만의 훨씬 우월한 외계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하여간 이해하기 힘든, 그러나 재미는 있는 영화였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보기에는 너무 잔인한 장면도 많고... 메세지도 어렵고...(메세지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코지토님 뵈서 반갑습니다. ^^
이 영화의 외계인 집단을 잘 보면, 지능이 낮고 힘은 센데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인 대다수의 개체들과, 마지막에 아들과(새끼라고 해야 하는지...) 우주선을 타고 떠나는 이성적이고 높은 지능을 가진 소수의 개체들이 섞여 있습니다. 이 외계인 주인공의 친구였던 개체도 갑자기 성질을 내다가 저격라이플에 맞아 부상당하고 결국은 권총에 맞아 죽게 되지요. 이 개체가 비커스를 다치게 만드는데 제 생각으로는 그 바이오 에너지와의 접촉 뿐만 아니라 부상도 비커스의 변태와 관련성이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변태가 이 개체와의 싸움에서 다친 왼손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첫 감염 경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바이오 에너지는 인간이 외계인 개체로 변태하는 데 필요했을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저도 이 영화의 줄거리를 쓴 작가가 무슨 뜻으로 이걸 썼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영화를 본 다음 날 xx다운로드로 구해서 다시 봤습니다. 여전히 희한한 영화더군요. 발상도 평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는 상당한 여운을 남기는데 아마도 후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과연 그 20년간 추출한 에너지가 3년간의 우주비행에 충분할까, 또한 외계인 우주선이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3개월 떠있어서 사람들이 그 우주선을 뚫고 들어 갔을 때 처참하게 굶어 죽어가는 모습이었다고 했는데 아무리 두 명의 부자만 먹으면 된다지만 3년간을 먹고 버틸 식량이 남아 있는지, 그 큰 우주선이 혼자서 운행이 가능하긴 한지... 공돌이 특유의 의문이 남습니다. 그리고 3년 후 돌아오면 이미 변태된 비커스는 과연 어느쪽 편이 될 것인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의미 있는 느낌은, 정말로 외계인이 지구로 찾아 오게 되면 과연 그것이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방문이 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굶어서 거의 죽다 살아난 250만 외계인이 아니고 잘 먹어서 쌩쌩한 개체들이었다면 체력도 훨씬 우월하고 무기도 훨씬 더 발달한 이 개체들이 어떻게 행동했을까... 60억 미개한 지구인과 250만의 훨씬 우월한 외계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하여간 이해하기 힘든, 그러나 재미는 있는 영화였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보기에는 너무 잔인한 장면도 많고... 메세지도 어렵고...(메세지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코지토님 뵈서 반갑습니다. ^^
2009.11.02 14:44:43
네.. 와러데이님... 저도 반갑습니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대부분 동의할 겁니다.
그런데 확실히 좀 특이한 영화죠. 어떻게 보면 V라는 옛날 드라마의 패러디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V에서도 외계인의 우주선이 지구 위에 떠있죠. 인디펜던트데이도 그렇죠? 그런데 반대로 외계인들은 지구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유랑민이고 지구인의 학대를 받습니다. 이들이 생생하고 지도층이 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구를 정복하는데 별로 관심을 가질 거 같지는 않습니다. 고양이 먹이에는 관심을 좀 가질 거 같습니다만....
찾아보면 메시지라고 할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뜯어보면 또 갈수록 설정이 엉성한 부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재미있다는 거...^^
어쨌거나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대부분 동의할 겁니다.
그런데 확실히 좀 특이한 영화죠. 어떻게 보면 V라는 옛날 드라마의 패러디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V에서도 외계인의 우주선이 지구 위에 떠있죠. 인디펜던트데이도 그렇죠? 그런데 반대로 외계인들은 지구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유랑민이고 지구인의 학대를 받습니다. 이들이 생생하고 지도층이 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구를 정복하는데 별로 관심을 가질 거 같지는 않습니다. 고양이 먹이에는 관심을 좀 가질 거 같습니다만....
찾아보면 메시지라고 할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뜯어보면 또 갈수록 설정이 엉성한 부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재미있다는 거...^^
2009.11.02 16:33:27
영화 참 재밌지요. 바스타드와 함께 올해의 영화로 꼽을만 하더군요.
그리고 남아공에 오래 사셨다는 분의 블로그인데 영화의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더라구요.
http://theonion.egloos.com/5062252
스포츠 신문 만화 하니까 이런 만화도 생각나네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26101&no=101&weekday=thu<br
그리고 남아공에 오래 사셨다는 분의 블로그인데 영화의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더라구요.
http://theonion.egloos.com/5062252
스포츠 신문 만화 하니까 이런 만화도 생각나네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26101&no=101&weekday=thu<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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