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유력 대선주자들의 출마선언문에 '불안'이라는 단어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등장하는게 눈에 띄네요.


손학규
불안과 절망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삶의 불안정성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청소년들에게까지도 전염되어 폭력과 자살을 급증시켰습니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87633


김두관
중산층은 몰락하고, 삶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평화는 위협받고 있습니다. 희망은 사라지고, 불안이 온통 나라를 뒤덮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277&aid=0002810367&sid1=001


문재인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경제성장의 과실을 나눠 갖지 않습니다. 소수의 부유층과 대기업의 창고는 황금으로 가득 차지만, 대부분 보통사람들은 취업불안, 주거불안, 고용불안, 건강불안, 노후불안 등 불안을 이불처럼 덮고 매일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20617140105989


박근혜
지금 우리 국민들은 불안합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불안하고, 직장이 있는 분들도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몰라 불안합니다. 등이 휘어져라 일해도 노후가 불안하고, 아이를 둔 부모님들은 육아부담과 교육부담, 학교폭력과 먹거리 때문에 불안합니다. 집 없는 사람들은 전세값 오르는 것이 불안하고, 집 가진 사람들도 대출금 갚는 것이 불안합니다.
http://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302


일단 사용횟수는 박근혜가 제일 많은 것이 이채롭습니다.

인간은 모험을 즐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삶을 선호하도록 설계되어 있죠. 이승뿐만 아니라 심지어 저승에서도 무언가 확실하게 보장되기를 바라며 종교에 심취하는 동물입니다. 저승에서도 그러할진데 하물며 이승의 삶이 불안하다면, 현재 소득이 아무리 높다 해도 결코 즐거워할 수 없는게 대부분의 인간이죠.

맑스가 일찌기 예언했던 것처럼, 사실 우리가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체제 (사실은 자본주의 말기 체제) 의 본질은 불안입니다. 1년마다 재계약에 성공해야 유지되는 삶, 정리해고 통지문 한 통에 밑바닥부터 무너져야 하는 삶을 당연한 듯 견뎌내기에는 아직 인간은 진화가 덜 된 동물이죠. 각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들고 나오는 '불안한 삶'이라는 개념은 정확히 그것을 반영하는 현상이고 우연이 아닐겁니다. (주1)

그런 점에서 박근혜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구호는 본인의 출마선언문과 매우 겉도는 생뚱맞은 구호인 것 같고, '저녁이 있는 삶' 을 제시한 손학규가 아직은 한 수 위인거 같습니다. (주2)  고작 '우리나라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재인은 이뭐병의 수준이겠구요. 

저는 이번 대선은 결국 '불안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총체적인 비전과 구체적이고 실효성있고 명확한 정책을 제시하는데 성공하는 세력이 먹을거라고 예측합니다. 이런 구도에서는 절대적으로 야권이 유리한 법이죠. 그런데 돌아가는 꼴상은 박근혜가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있고 야권에서 겨우 나오는 반응은 '인혁당' 운운하면서 엉뚱한 다리를 긁는거니 이건 뭐 줘도 못먹는 수준도 아니고 아예 숟가락질도 못하는 빙따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근혜가 박정희 딸이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저러는 걸까요?
http://media.daum.net/politics/assembly/newsview?newsid=20120711120608231


주1.
"부르주아들 사이에서 격화해 가는 경쟁과, 이 경쟁으로 생겨나는 상업 공황으로 노동자의 임금은 더욱 불안정해진다. 기계가 점점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개선되면서 프롤레타리아트의 생활 처지는 더욱 더 불안해진다.
공산당선언 챕터1 http://www.marxists.org/korean/marx/communist-manifesto/ch01.htm

주2. 박노해-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http://theacro.com/zbxe/free/116985